2019/08 104

일상_20180428

봄은 짧은 게 아니라 붙잡고 싶은 미련이 눈을 멀게 해서 그런가 보다.이렇게 동네 곳곳에 봄이 자리를 잡고 있건만 거창한 계절이라는 스스로의 탐욕에 도치되어 먼 곳만 바라 보게 된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고, 휴일 졸음을 떨치면 주위에 봄은 쉽게 누릴 수 있더라.잠시 걷는 다는 게 꽤 시간이 흘러 많은 봄을 낚아 챘다. 적벚꽃이란다.우리가 흔히 봤던 벚꽃이 지면 이 친구가 등장한다는데 곱기도 하다. 진달래꽃이 떨어지면 파란 이파리가 돋아난다. 반석산을 걷던 중 복합문화센터 뒷편의 산언저리가 화사하다. 아파트 울타리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 터널길.여름이 되면 무성한 그늘의 터널이 자란다. 적단풍이 마치 가을에 온 듯한 착각으로 물들인다. 청단풍의 청아한 신록. 넌 뭐지?

일상_20190426

봄의 종말을 고하는 비일까?봄비의 소리가 구슬프다.그럼에도 피부에 살포시 내려 앉아 조잘거리는 비가 반갑다. 단풍색이 젖어 걷고 싶어지는 길. 말라버린 무성한 칡 더미에서 새로운 싹이 꿈틀대며 허공을 향해 팔을 뻗기 시작한다. 한껏 망울을 펴고 싱그러운 포옹이 한창인 봄꽃들.봄의 전령사들이 지난 자리에 같은 궤적을 그리며 솟아난다. 비가 그치고, 서산 마루에 걷히던 구름의 틈바구니로 석양과 노을이 하늘을 뜨겁게 태운다.

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상동 가는 길_20190422

만경사를 거쳐 상동으로 가던 중 통과 의례로 거치게 되는 솔고개는 나도 모르게 주차를 하고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겨 천천히 오르게 된다.하루 종일 따가울 만큼 강렬한 햇살이 내리 쬐이며 그에 더해 힘겹게 오르던 솔고개를 넘어 서자 하나의 성취감과 더불어 단조롭던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특이한 풍채에 반해서 마법의 덫에 걸린 양 끌려 가는게 아닐까? 솔고개의 주인공 소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서 면밀하게 살펴보면 세월의 굴곡이 무척이나 많이 패여 있다.한 해가 지나도록 뭐가 그리 달라 졌겠냐마는 자주 올 수 없는 길이라 변화를 찾는게 아닌 존재 과시에 안도한다. 솔고개 너머 단풍산은 여전히 아래를 굽이 살피며 그 자리에 머물러 산신령처럼 이 지역을 다스린다.늘 무고하게, 그리고 앞으로도 둥지처럼 평온하게 지키는 파..

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만경사 가는 길_20190422

첫 목적지 망경대산으로 가는 길은 곳곳에 도사리는 봄 물결이 발목을 붙들어 가는 길이 쉽지 않다.분명 몇 년 전에 비한다면 도로는 산을 뚫고, 강을 넘어 쉽사리 첩첩한 산골로 이어져 수월해 졌지만, 시선에 미련의 덫을 놓는 봄 운치로 체증이 심한 도로를 힘겹게 전진하는 품세다.이미 다음 봄을 기약하고 떠난 봄의 전령사들이 북녘으로 넘어 가기 전 이 골짜기에서 긴 여정을 위해 한숨을 고르며 쉬고 있나 보다. 영월 시내를 지나 남한강이 흐르는 협곡에서 양 옆 산세에 널려 있는 봄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결국 어느 정도 달리다 고씨동굴 조금 못 간 지점 베리골 교차로 버스정류장에 잠시 차를 세워 놓고 사진 몇 장을 찍는데 햇살이 워찌나 따가운지 홀라당 익는 줄 알았다.전형적인 봄이라고 하기엔 약한 더위를..

청풍리조트 레이크호텔_20190421

산책로와 야경, 호수 전망이 절묘하게 앙상블을 이룬 호텔이라 몇 년 동안 꾸준하게 이용, 아니 애용해 왔던 레이크 호텔은 낡은 시설에 비해 이 정도면 관리가 잘 되었다.비록 회사 복지프로그램 덕에 부담 없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자리를 별로 가리지 않아 전망 좋고, 조용해서 딱! 내 스타일이다.음악을 동행시켜 잠시 야경을 밟는 느낌이란 씹을 수록 단 맛을 꾸준히 뽑아주는 칡뿌리 같다고나 할까? 숙소에 짐을 풀고 스피커와 카메라만 챙겨서 나와 호텔 뒷편 호숫가 산책로를 찾아 전망 좋은 팔각정에 자리를 잡았다.깜깜한 밤이라 뚜렷한 전망을 기대하기 보단 넓고 잔잔한 거울 같은 호수 주변에 불빛을 뿜어 대는 형형색색 등불이 호수에 잔잔히 반영되는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호숫가 특성상 날벌레들이 벌써 눈에 띄지만 ..

산이 품은 호수를 날다, 청풍 케이블카_20190421

퇴근 후 뒤돌아봄 없이 곧장 고속도로를 경유해 남제천IC를 거쳐 청풍호에 다다랐다.연일 미세 먼지의 습격이란 내용이 빠지지 않는 가운데 신념을 달랠 순 없기에 계획대로 강행을 했고, 칼을 뽑았으면 돼지 감자라도 잘라야 되는 벱이다 싶어 미리 예약한 숙소의 체크인도 잠시 미뤘다.비록 제천에 터전을 잡고 있는 청풍호와 석양이 뿌옇게 바래도 가슴에 새겨진 기억을 뒤덮을 수 없듯 정교하게 새겨진 이 아름다운 기억에 기대어 먼지는 잠시 눈을 무겁게 하는 졸음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모노레일의 마감 시각이 좀 더 빨라 케이블카 운행 시각을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서둘렀고, 다행히 넉넉하지 않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해 늘 지켜 보기만 했던 비봉산에 오를 수 있었다.크리스탈 버전의 케이블카에 몸을 맡기고 바깥 풍경을 감상..

쉬어 가는 곳, 금왕 휴게소_20190415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무거워진 발걸음을 애써 한 걸음, 한 걸음 옮긴다.안락한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무기력해 지는 게 아니라 치열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며 무기력증에 빠지게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왜냐?긴 백수시절 회상해 보면 시간이 풍족 하다고 해서 모든 걸 제대로 즐기는 게 아니라 자투리의 소중함을 몸소 느껴 봤기 땜시롱 치열한 일상 가운데 여가가 간절함을 증폭 시키기 때문이다.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부를 축척한 부자가 즐기지 못하는 이유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린 금왕 휴게소에 이런 문구가 땋!화합이라...적당히 치열한 일상과 그 속에 여가를 화합하는 길로 보인다.고속도로에 막연히 달린다는 생각을 가지면 한 없이 지루한데 어디론가 ..

벚꽃 명소, 충주 호반_20190415

계명산은 고도상 아무래도 벚꽃이 조금 늦게 피는 걸 감안한다면 평지에선 이미 벚꽃이 질 시기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목이라 충주댐 벚꽃 명소를 찾았고 생각보다 남아 있는 벚꽃이 많았다.이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은 충주가 벚꽃이 질 무렵이라 발길이 어느 정도 뜸해졌는데 도리어 많이 사람들로 북적대는 것보다 꽃잎이 조금 지더라도 한적한 게 쉬엄쉬엄 둘러 보기 편했다. 댐으로 진입하는 초입에 차량을 세워 두고 조금 걸어서 길 끝까지 도착했고, 강변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벚꽃이 아직도 화사한 기품을 유지하고 있었다. 계명산과 달리 벚꽃잎이 역시나 많이 떨어졌고, 여전히 진행형으로 한 차례 바람이 불면 눈발이 날리는 것처럼 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졌다.꽃잎이 많긴 많은게 바닥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