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

냥이_20240512

녀석과 있으면 웃을 일이 많다.쇼파에 발라당 드러누워 있노라니 위에서 내려다 보며 빈둥빈둥거리는 집사를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보는가 하면, 밤에 무릎 위에서 뒹구는 녀석이 뒤척이며 한 바퀴 돌다가 잠꼬대를 한답시고 혓바닥을 끄집어낸다.불편한 자세로 자는 것 같아 제 쿠션에 올려 놓으면 다시 돌아와 밍기적거리며 더 불편한 자세로 인형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사진으로 담지 못했지만 먹던 음식 일부가 바닥에 떨어지자 얼른 다가와 냄새를 맡더니 덮는 자세로 삽질하는 모습에서 다같이 웃어넘겼다.그래서 의외로 녀석과 있으면 웃을 일이 많다. 쇼파에서 티비를 보는 녀석의 주뎅이를 극로우 앵글로 찍자 녀석도 내려다봤다.어김없이 집사의 무릎 위에서 발라당 뻗는 녀석.집에서 피곤하거나 힘든 노동을 착취한 것도 아닌데 녀석은 ..

만의사 나들이_20240510

종교를 갖지 않더라도 일 년 중 하루는 나일론 신자가 된다.봄엔 석탄일, 겨울엔 성탄절.고상함 뒤에 숨겨둔 인간의 나약함에 종교는 철학과는 다른 이상적인 버팀목이며, 그로 인해 기나긴 역사에 걸쳐 진보와 퇴보의 역동적인 동반자가 되었다.석탄일 당일 미어 터지는 절에서의 개고생을 피하기 위해 미리 방문한 날은 따갑던 햇살이 화사한 축복이었고, 지천에 널린 꽃과 천방지축 날뛰는 바람은 삶의 의문에 적확한 대답을 들려줬다.

냥이_20240507

녀석이 가족들 앞 단상에 올라 출석 체크 중, 틀어놓은 티비에서 까마귀 소리가 들리자 번갈아 쳐다 보느라 고개가 바빠졌다.그게 얼마나 피곤했는지 잠자리에 엎드려 노트북을 두드리는데 가슴팍으로 들어와 골아떨어졌다.깨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엎드려 오래 버틸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집사는 한동안 척추에서 들리는 삐그덕 소리에 로봇이 될뻔 했었다. 종종 티비 앞 앰프 위에 이렇게 폼 잡을 때가 있다.그러면서 한사람 한사람 눈을 맞혔는데 티비에서 까마귀 소리가 들리자 냥둥절 표정이었다.'어랏! 까마귀 짖는 소리 오디서 들리냥?'그러다 다시 집사들과 눈을 맞혔고.다시 까마귀 소리에 두리번 거렸다.'까마귀 짖는 소리가 밖에서 둘리는 고냥?'그게 피곤했었는지 방에서 엎드려 누워 노트북을 두드리던 중 녀석이 가슴..

비 내리는 날, 아까시 향 가득한 산책_20240506

올해 마지막 향기 불꽃을 태우는 아카시는 강한 빗줄기에 진화되고, 그렇게 작별의 인사도 없이 떠나버렸다.유난히 짙은 향을 명징한 기억으로 남겼지만, 유별나게 강한 봄비 속에 사라져가는 많은 봄의 흔적들은 그렇게 말끔히 잊혀져 버렸다.동탄에서 오산까지, 다시 오산에서 동탄으로 빗속을 걸으며, 아카시 향수를 맞는 행복, 괜히 청승이 아닌 삶에서 결핍에 대한 고찰이라 하겠다.봄비치곤 꽤 많은 양이 지속적으로 내렸지만 큰 우산 하나 들고 밖으로 나와 오산천변을 따라 오산으로 걸어갔다.자전거를 이용해 뻔질나게 다니긴 했어도 걸어서 오산까지는 처음이었는데 지난번처럼 아까시 향에 취해 처음으로 도전해봤다.특히 사랑밭 재활원 부근 수변엔 아까시나무가 많아 곧장 거기로 향했는데 굵은 빗줄기에 꽤 많은 꽃이 떨어졌다.금반..

어버이날 연례 외식, 디새농원_20240505

어버이날 외식 장소로 찾은 곳은 주위에 이런데가 있었나 싶을 만큼 한갓진 곳이었는데 때마침 퍼붓는 비가 작은 골짜기의 우수를 더욱 증폭시켰다.저녁 시간이 되어 줄지어 들어오는 차량의 행렬을 보면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익숙한 장소였는지 주저 없이 일련의 동선을 답습했고, 달달한 음식 대신 근교의 숲속 기분에 충실한 게 더 호소력이 강렬했다.청승 부르스로 비를 좀 맞긴 했는데 정원 잔디밭에 내리는 비의 연주 소리가 꽤 감미로웠다.농원에 도착할 무렵 빗방울이 갑자기 굵어졌다.그래서 더욱 운치 작렬하던 곳, 꽤나 너른 마당에 다양한 테마를 새겨넣었다.미리 예약한 덕에 밖이 잘 보이는 룸에 자리를 잡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다만 지나치게 단맛으로 치우쳐 입은 즐거울지 모르나, 그 단맛에 대한 거부감이 많..

주흘산의 진정한 자태, 문경 봉명산 출렁다리에서_20240503

장례식장 다녀오는 길에 굳이 크게 돌아 문경 봉명산 출렁다리에 올랐고, 소기의 목적인 주흘산의 자태를 관망하는 걸로 충분히 만족했다.백두대간의 산줄기에 한 걸음 뻗어 나와 하늘로 우뚝 솟은 모습이 날서린 공룡 등비늘처럼 독특하며 위풍당당했다.출렁다리를 건너는 동안 한사코 따라다니며 가슴으로 감싼 지역의 매력을 속삭였는데 어느 누구든 팔불출이 되더라도 이유가 있을 법했다.가고 싶은 곳은 넘쳐났고, 한정된 시간이 문제로소.주흘산은 경상북도 문경시에 있는 해발 1,106m의 산으로 최고봉은 영봉이며, 문경새재도립공원에 있어서 등산 전후에 문경새재 관광도 할 수 있다.주요 등산로는 문경새재 방향으로 나있다. 주로 문경새재 1관문에서 시작하여 1,076m인 주봉까지 오른다. 주봉까지 가는 길에 여궁폭포라는 큰 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