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와 야경, 호수 전망이 절묘하게 앙상블을 이룬 호텔이라 몇 년 동안 꾸준하게 이용, 아니 애용해 왔던 레이크 호텔은 낡은 시설에 비해 이 정도면 관리가 잘 되었다.
비록 회사 복지프로그램 덕에 부담 없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자리를 별로 가리지 않아 전망 좋고, 조용해서 딱! 내 스타일이다.
음악을 동행시켜 잠시 야경을 밟는 느낌이란 씹을 수록 단 맛을 꾸준히 뽑아주는 칡뿌리 같다고나 할까?
숙소에 짐을 풀고 스피커와 카메라만 챙겨서 나와 호텔 뒷편 호숫가 산책로를 찾아 전망 좋은 팔각정에 자리를 잡았다.
깜깜한 밤이라 뚜렷한 전망을 기대하기 보단 넓고 잔잔한 거울 같은 호수 주변에 불빛을 뿜어 대는 형형색색 등불이 호수에 잔잔히 반영되는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
호숫가 특성상 날벌레들이 벌써 눈에 띄지만 혐오감이 없어 거부감도 없다.
예전 부터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호수 가까이 접근했지만 언제부턴가 호수 근접한 산책로가 폐쇄되어 아쉽다.
허나 기분에 도치된 나머지 술 한 사발 때리고 호수에 뛰어드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보단 낫다.
앉아 있던 자리에서 호수를 배경으로 녹색 불빛이 번지는 산책로를 담는다.
잠시 데이트를 나누던 한 커플이 나를 보고 움칫뚱 놀라며 잠시 주춤하다 다시 가던 길을 계속해서 전진한다.
호텔 객실의 베란다에서 무수히 봐 왔던 방향은 한 해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화려해 졌다.
낮이건 밤이건 이 장면에 얼마나 감동을 하고 시선을 많이 줬던가.
결국은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절경에 매료되어 이 호텔을 그렇게도 뻔질나게 이용했고,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공간이 되어 버렸다.
물론 그런 만큼 추억도 남다르고.
나즈막한 산에서 작은 껍질을 깨고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싹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걷잡을 수 없이 세상을 뒤덮기 시작하고 종내엔 신록으로 마비시켜 버린다.
근데 들판에서 태동하는 꽃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이렇게 새생명처럼 희망을 품은 봄의 녹색 또한 잣대를 들이 댈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단어로 형용할 수 있는 건 녹색이지만 봄 기운이 담긴 녹색은 분명 싱그러운 기운이 넘실 댄다.
미리 계획된 영월로 출발 전 레이크호텔 뒷녘엔 이렇듯 아름답고 싱그러운 녹색이 걷잡을 수 없었다.
17년 가을에 영월 상동을 찾은 이후 1년 넘은 시절이 지나 여전히 기억 속 생생한 추억을 찾아 떠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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