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 128

일상_20181229

전형적인 겨울살껴 입으면 둔해지고 간소하면 추위가 애워싸고얇은 두 겹의 옷으로 나름 무장을 한 뒤 걷자 이내 땀이 솟는다.여우바람이 잦아든 주말이라 텅빈 거리엔 북풍이 남기고 간 싸늘한 정적 뿐이다. 호수엔 겨울왕국이 펼쳐졌고, 길가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벤치가 고독을 떠받친다.여전한 겨울의 위세.연말은 이렇게 차디차게 다가온다.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의 현실_20181227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로 동탄 애플서비스센터 유베이스에 왔건만 이틀 연속 헛방이다.무슨 번호표를 뽑고 부를 생각도 않고 특히나 이날은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노답이라 포기했다. 오죽 했으면 바로 옆 별다방에서 벤티사이즈 커피 한 사발 때리며 죽 쳤는데도 200여명 대기 인원에 고작 30여명 정도 서비스를 받았다.심지어 어떤 여성분은 참다참다 소리 지르며 이럴 거면 번호표가 왜 있냐고 항의 하신다.직원들은 얼굴 상기 되어 억척스런 미소를 띄면서 내심 조롱하는 눈초리가 티난다.에라이 못 해주겠다고 하던가, 괜히 사람 기대 심리에 부풀어 기만하는 것도 아니고.근데 동탄 유베이스는 몇 번 이용했다가 이제는 발 끊!었!다.

성탄 케이크_20181224

성탄전야에 난도질을 했던 케잌.보름 이전에 예약을 해서 서울 친구들과 송년회(?)에서 하나, 은사께 하나, 선물용으로 하나, 그리고 마지막이 요거.단순하게 먹고 잊어 버리는 게 아니라 작품에 가깝다.역시 인간의 상상력이란 한계가 없고만. 각종 베리들을 담아 놓은 바구니 같기도 하고 잘 빚은 용기 같기도 하다.담긴 녀석들은 꽤나 행복해 보이네!근데 막상 먹어 보면 비쥬얼에 비해 너무 달아!

일상_20181223

차량이 있으면 편하지만 몸의 퇴화는 불가피하다.특히나 날씨가 찜통이거나 냉동창고거나.계속 직립의 테크닉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산책이 필요한데 막상 현관을 나서는 게 갈등과 싸우느라 가장 힘든다. 이렇게 나서면 별 거 아닌데 집 안에선 나가기 힘든 핑계가 워찌나 구구절절한지.길을 나서 비록 동네 구경이지만 세상을 둘러보면 '참 탁월한 선택이다' 싶다.겨울은 가장 겨울다운 세상을 봐야 되는데 작고 가까운 곳부터 나서본다.그래서 동네 산책~ 오산천 너머 아파트가 약간 미색이긴 하지만 석양을 받아 더욱 붉게 타오른다. 일요일 저녁 무렵이라 공원 생명들이 증발해 버렸다. 소나무 씨앗이 바닥에 자욱하다.바로 옆 재봉산에 소나무도 많지만, 바람이 쉬어 가는 곳인지 미풍도 거의 없다. 텅빈 호수 공원.겨울의 단상인 ..

일상_20181221

금요일에 퇴근 후 은사 찾아 뵙겠다고 출발해서 2시간 걸렸다.뭔 차들이 그렇게나 많다냐!한남대교를 건너는데 한강 조망이 가능한 한남 주차장인 줄 알았다. 그래도 하고자 했던 일을 한 성취감에 갈 때의 고행은 오뉴월 봄눈 녹듯 금새 사라졌다.이분들 뵐 때마다 느끼는 점.아직 세상엔 선하고 인정 넘치는 사람들이 있구나.뭘 하셔도 복 받을 분들이다.동글동글 하신 행님은 살이 몇 킬로그램 빠졌다고, 행수님은 여전히 씩씩하시다.보름 전에 예약한 비쥬얼 쩌는 케잌을 수령해서 직접 전달 드리자 한창 외국 무전 여행에 여념 없다는 따님이 직접 내게 고맙다고 한다.자기가 해야 될 걸 이런 때 내가 늘 챙겨 줘서 고맙다고...

오마니 생신날_20181220

오마니 생신날, 퇴근 후 잰걸음으로 귀가하여 가까이 사는 가족들만 모여 조촐하게 저녁을 해치우고, 차 한 사발 땡겼다.이미 지나간 휴일에 가족들이 모여 계절밥상을 한 번 훑었으니 조촐하게 갖기로 하고 고민하다 연말이 가까워 술자리 몇 번 갔다고 구수하고 얼큰한 국물이 땡겨 알탕에 대구찜까지 먹었는데 케잌이 땡기기야 하겠냐구? 착각할 수 있지만 식욕은 계절도, 시간도 초월한다.대부분의 케이크 품절이라 이걸 사왔다는데 맛을 떠나 이거 하나 먹고 나면 온 집안 대청소 해야 될 판이다.울 엄니, 74번째 생신 축하 드리고, 늘 건강 하세요~잉 누님 댁에서 조금은 거리가 되는 위치에 조카 녀석 학원이 있댄다.문제는 약간 외갓진 곳에 학원이 있어 조금 늦은 시각은 주변이 겁나 조용하고 약간 어두침침하다고 해서 데리..

반가운 소식과 얼굴들_20181219

반가운 학우들과 미리 약속된 저녁 식사 자리에 나오기 전, 시험 결과 발표가 20일이 아니라 하루 일찍 나온다는 사우의 말을 듣고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시험 자체가 자신이 없었던 건 아닌데 막상 결과 발표 전까지 무척이나 초조하고 별의 별 생각까지 다 난다.그러다 사우의 말 대로 하루 일찍 나온다길래 회사에서 발표 나기를 기다리면서 쉬고 있는데 메시지 팅팅~반가운 합격 통보에 우선 촐싹거리는 기분을 억지로 참고 누르며 학우들에게 단톡을 통해 결과를 수집했다.생각보다 합격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다행스럽게 저녁 식사 자리에 만나기로 한 스터디멤버들은 전원 합격 했단다.축하를 빛내기 위해 케이크 하나 사서 약속 장소까지 걸어가는데 아직은 시간 여유는 넉넉하지만 줄 서서 기다려야 되는 곳이라 미리 나서 연락이 ..

일상_20181217

출근 시간 총총히 집을 나서던 중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얼음이 깨지듯 바스락거린다. 그러다 쭐떡~ 미끌~밤새 내린 무언가가 얼음 알갱이로 부화되고 있다.월요일 아침이라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선 덕에 그 소리의 진원지를 따라 몸을 잔뜩 낮추자 앙증맞은 하얀 결정체들이 서로 조잘거린다.잠시 사진으로 담는 답시고 급한대로 주머니에 자고 있던 폰을 깨웠지만 초점은 떠들썩한 이 녀석들에게 정신이 빼앗겨 덩달아 출렁인다.미끄럽게 괴롭히던 이 녀석들의 장난은 금새 잊고 뽀얀 속살을 출렁이는 아가를 쳐다보듯 잠시 그 익살에 치열하게 전개될 아침을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