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들 3001

태백 오투리조트의 아침 설경_20240124

이튿날 일어나 창을 열자 한파로 인해 며칠 전 내린 설경이 신선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함백산 창옥봉의 눈꽃과 상고대를 만나러 가기 전, 진중한 묵념을 하듯 숙소 일대 설경을 둘러봤다. 소중한 시간의 창고, 태백을 떠나며_20201110 예기치 못한 경험을 마주하며 기억을 조각하는 게 여행이라면 태백은 창작을 하는 작업실이라면 솔직한 표현일까? 전날 홀로 집을 지키던 냥이가 후다닥 놀다 방에 갇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meta-roid.tistory.com 오투_20221110 meta-roid.tistory.com 금대봉은 월간잡지 월간 산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으로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와 정선군 및 삼척시에 걸쳐 있는 높이 1,418m의 산이다. 본래 이름은 검대산(여기서 儉은 단군왕검을 지칭)으로 ..

하늘과 가까운 태백 오투리조트 저녁 설경_20240123

1천m가 넘는 고지에 우뚝 선 숙소는 2015년 처음 연을 맺었고, 일대 베이스캠프 삼아 거의 매년을 요긴하게 활용 했었던 친숙한 경험에 비추어 올해도 빼지 않았다. 자연은 오래된 것들에서 싫증 나거나 낡았다는 느낌이 없건만 인공적인 것들은 낡은 것들에서 과정에 따라 극단적인 '현재'의 결과가 있기 마련인데 여긴 점점 거리를 둘 때가 되었다. 회사를 통한 제휴 프로그램의 혜택과 감성 사이에서 이제는 감성의 역치에 다다르고, 꽤 많은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괜히 성질 버릴 필요 없겠다. 여러 가지 중 특히 중대형 평형대를 제외한 소형 객실의 경우는 조리 시설이 없었다. 화재 위험? 급 나누기? 객실내 베란다 통유리창은 틀이 변형된 건지 창을 완전히 닫더라도 너른 틈이 보였고, 그 틈 사이로 한파가 몰고 온 ..

평창에서 태백으로 가는 길_20240123

발왕산에서 내려와 곧장 강릉-도계를 거쳐 태백으로 향했다. 또 다른 겨울을 만나러 강원 내륙으로 가는 길이었다. 직선거리에 비해 한참 에둘러 찾아간, 백두대간에 숨겨진 세상은 앞서 평창과 달리 화려함보다 은둔의 정취답게 인간에 의해 방해받지 않은 겨울이었다. 헤매다 찾았었던 추억이 깃든 태백 일대의 겨울에 까치발 들고 조용히 찾아 숨결을 느껴보자. 횡계를 떠나 영동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 겨울이 아니라면 안반데기를 넘어 정선 구절리를 지나갔겠지만, 강원의 깊은 산중은 빙판이 되어 이방인의 발길을 거부했다. 대관령에 발을 들여놓는 첫 신호탄으로 대관령1터널이 펼쳐졌다. 대관령1터널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탁 트인 시야로 가슴마저 트였다. 생태터널 형식의 2, 3터널을 지나면 다시 산속을 파고드는 4터널이 기다..

위대했던 겨울 왕국, 평창 발왕산_20240123

동장군이 만든 절정의 겨울 미소에 흠뻑 젖어 추위도, 현실도 잊게 되던 날. 교통체증과도 같은 현재를 잊기 위해 지금 이 순간 겨울 왕국에 발을 들였고, 먼지에 휩싸인 내일을 잊기 위해 이 계절이 만든 새하얀 불꽃에 넋을 태웠다. 계절은 악마가 아닌 천사가 흘린 미소며, 그 미소는 찌푸려 흐느끼는 사유를 비켜갔다.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눈부신 세상의 파란 하늘로 유영하듯 구름이 집어삼킨 산마루 하늘빛이 뿌연 대기를 깨고 하늘 향해 역동하며 겨울 아름다움 고이 입어 옷자락 드날렸다. 모나 용평:발왕산 관광케이블카 본문 시작 발왕산 관광케이블카 '출발' '챔피언' 왕'이 날 자리가 있다는 의미의 발왕산, 평창올림픽을 개최한 그곳, 발왕산 케이블카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레포츠 운영안내 --> 이전 이미지 다음 ..

시리도록 아름다운 한파, 용평리조트_20240122

폭설이 내린 이튿날 용평의 한파와 강풍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그야말로 살을 에이는 통증과도 같았다. 그로 인해 발왕산 명물인 케이블카 운행은 잠정 중단 되었고, 스키 인파는 부쩍 줄어든 상태로 잠시 장갑을 벗은 사이 손등과 걷는 내내 노출된 뺨을 파고드는 통증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산등에 널부러진 설경을 일일이 찾아 헤매는 시간은 통증을 극복할 유일무이한 특권인 양 눈에 보이는 길의 형태에 완전히 몰입했다. 연신 엄청난 기세로 발왕산을 삼키던 구름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지나버리면 뒤따르던 구름이 다시 산봉우리를 폭식했는데 그게 일상인지 산은 그저 머무를 뿐이었다. 하루 지나면 여기와 작별해야만 하는데 그 사이 강풍의 화가 누그러져 산 위 겨울 왕국에 초대하려나?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괜히 ..

이국적 겨울 왕국의 밤, 용평_20240121

자욱이 눈 덮인, 그러면서 포근한 겨울 정취는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폭설 내린 횡계를 지나 용평에 다다르자 성탄절에 종종 등장하던 이국적인 겨울 화보가 창 너머에 졸고 있었다. 밤하늘엔 이내 내려앉을 듯 무거운 구름이 버텼고, 눈 내린 발왕산 기슭엔 촉촉한 불빛이 초롱초롱한 빛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이번 겨울 가장 추운 한파, 게다가 유별난 백두대간의 한파도 빛의 스펙트럼을 꺾을 순 없었다. 밤새 감상에 젖어도 아깝지 않을 야경을 용평에서 만나던 날이었다. 모나 용평:타워콘도 본문 시작 타워콘도 가족을 위한 최상의 선택, 다양한 편의시설이 함께 있어 더욱 편리합니다. 18타입 요금안내 SOD(Standard Ondol) / SOT (Standard Twin) / GFO(Garden Floor Ondo..

냥이_20240121

모포를 덮어준 게 마음에 드는지 그 상태로 번갈아가며 졸다가 눈을 떠도 온기로 무장된 이불 밖을 떠나지 않았다. 녀석에게 있어 자신이 찜한 이불 밖은 위험한가 보다. 이렇게 금세 졸다가도 움직임이 포착되면 민감한 감시카메라가 작동하여 간헐적으로 눈을 떠서 동태를 살피거나 부르면 쳐다보는 정도로 그치고, 주뎅이 스담을 해도 가만히 있었다. 상황을 보면 단순히 따뜻한 걸 넘어 포근한 경지에 이른 표정이었다. 그러곤 한 동안 모포 둥지를 떠나지 않다 대게와 횟감에 자리를 벗어나 가족들한테 다가왔다. 아무렴. 먹을 때는 같이 줍줍 해야지. 모두가 포식하던 날이었다.

거친 파도 장사해변을 끝으로 영덕과 작별_20240119

영덕을 떠나며, 해파랑길 19코스 중 부경2~부경1~장사해변까지 걷다 강구에서 대게를 납치했다. 떠나는 길이라 아직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하는 매듭으로, 갈수록 거세지는 겨울 동해 바람과 파도는 백두대간 골 깊은 유혹으로, 그와 대조적으로 정적이 흐르는 어촌 마을은 안식으로 역설하며 만나게 될 존재의 필연에 충실하자. 그럼에도 떠나는 길에 불변의 진리, 시간은 매정하고 제트기류보다 빨랐다. 해파랑길 19코스는 영덕 블루로드 D 구간으로 화진해변에서 시작하여 장사해변, 남호해변을 거쳐 강구항에 이르는 동해안 도보길 [출처] 해파랑길 19코스(영덕 블루로드 D)_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 해파랑길 19코스 영덕 블루로드 D 쪽빛 파도의 길(D코스)은 영덕 어촌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영덕 남정면의 마을을 통..

상대산 아래 영덕의 명사십리_20240118

이상과 실체, 욕망과 욕구가 만나는 저 먼 곳 어딘가. 너른 명사십리 거친 파도와 한 바탕 멋진 전망의 상대산을 뒤로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밟았다. 상대산에서 내려와 멋진 전망에 포착된 대진항으로 향했다. 마을 넘어길을 곧장 넘으면 대진항과 바다전망대가 있었는데 전날 포항에서와 달리 워찌나 바다 성깔이 개센지 바다전망대 출입은 통제 상태였고, 굳이 전망대가 아니어도 포구 주차장에 내린 순간 서 있기도 벅찰 정도였다. 전망대 쪽 테트라포드 너머 갯바위를 흔들어대는 파도의 위력이 지켜만 보고 있어도 지릴 정도였다. 다시 자리를 옮겨 명사십리 덕천해변으로 이동했다. 내리기 시작한 비가 강풍에 실려 차창을 요란하게 두드렸고, 그만큼 폭풍우 위력이 강하여 해변은 공백 상태나 다름없었다. 한바탕 멋진 세상을 보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