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327

종종 딤섬을 즐기는 곳, 페럼 몽중헌_20241102

저녁 약속을 깜빡하고 오산 세교에 있었는데 다행히 약속 시간을 1시간 늦추자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몽중헌에 온 게 얼마 만인지 생각이 가물거릴 정도로 오래 지난 거 같은데 그나마 경부고속도로가 비교적 적게 막혀 1시간 반 만에 도착했고, 미리 예약된 룸에서 허기진 배를 정신없이 채웠다.내부는 술파티가 벌어졌는지 비교적 시끌벅적했지만, 혀 끝을 간지럽히는 딤섬과 코스에 맞춰 줄줄이 나오는 음식은 여전히 정갈했고, 식사 말미에 나온 짬뽕은 역시나 칼칼하면서 구수한 국물이 일품이었다.식사가 끝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사진을 하나 찍었는데 후식도 욕심이 날 만큼 괜춘했다.식사를 마치고 동탄으로 돌아오는 길은 서울로 갈 때와 달리 한적해서 느긋한 드라이브를 즐겼던, 정말로 정신없..

촉촉한 11월의 비처럼 찰진 오송 김가네 한정식_20241101

오송 출장길에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짧은 일정을 끝내고 점심까지 준비된 자리라 네비를 찍고 찾아간 곳은 작은 언덕 넘어 한적한 가을 전경이 짙게 서린 철길 옆이었는데 생각보다 음식이 정갈해서 대부분 빈 그릇으로 만들었고, 식사가 끝난 후 간단한 취지를 발표한 뒤 빗길을 헤쳐 회사로 도착했다.최근에 갔던 집 부근 한정식당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뛰어난 가성비에 가짓수보다 대체적으로 음식이 푸짐한 데다 단맛이 조금 강하긴 해도 컨디션이 괜춘했다.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회사 짬밥이 꽤 괜춘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갓 지은 밥과 같아 쌀알이 혓바닥에 그대로 굴러 다녔고, 특유의 탱글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회사 짬밥이 아무리 좋아도 단체 급식의 태생적 한계가 밥이 쪄서 떡밥 아니더냐.

세숫대야 짬뽕을 봤나!, 진천 짬뽕왕_20241031

푸짐한 비주얼로 눈이 즐거운 짬뽕에 큰 재미를 못 봤는데 진천에 온 뒤로 그나마 짬뽕다운 음식을 먹은 곳은 뜬금없이 시골마을이었다.여긴 짬뽕 내용물의 비주얼보단 세숫대야 같은 대접이 압권이기도 했다.내 손이 정말 귀엽게 보일 정도로 대접 사이즈가 웬만한 그릇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인데 그렇다고 인천의 화평냉면만큼 양이 있는 건 아니라 기 죽을 필요까진 없다.10월 마지막 밤을 가성비 괜춘한 짬뽕으로 채운 뒤 숙소 인근의 비교적 번화한 펍에서 마무리했다.지난번 만뢰산 생태공원으로 가는 길목이라 때마침 겨울 만뢰산 능선길을 계획한 상태였는데 가는 길에 이곳 짬뽕집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제대로 심취할 만한 여정을 나서야 되겠다.요즘 워낙 찰진 탕수육을 먹어서 그런지 평범한 탕수육보단 통통한 새우살의 깐쇼명하..

가을 복사골 카페, 음성 카페이목_20240928

충주 능암온천에서 약 1시간 가량 온천욕을 즐긴 뒤 금왕을 거쳐 진천에 도착하자 하늘에 이따금 흐르던 구름이 무리를 이루어 자욱하게 흘렀고, 그런 가을 전경들이 못내 아쉬워 광혜원 인근 카페를 찾았다.광혜원과 경계가 불분명했는데 어느새 음성이었고, 그것도 인척인 대소가 아닌 삼성이라.이 작은 땅에 선을 그어 이 동네, 저 동네 나누는데 반해 하늘은 그 경계도 없거니와 인위적인 선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더없이 맑고 넓었다.카페이목은 앞서 방문했던 스몰콤마나 뤁스퀘어보단 규모가 작았지만 복숭아밭을 배후에 두고 탁 트인 전망에 어스름 기운 구릉지대에 서 있어 땅이면 땅, 하늘이면 하늘 모두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을 교묘하게 활용했다.카페 너머 남쪽과 우측인 서쪽은 온통 복숭아 과수원이라 전망..

작은 화원이 품은 카페, 진천 뤁스퀘어_20230923

발음이 좀 어려운데 반해 내부 분위기는 신선한 뤁스퀘어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사우가 추천하여 퇴근 후 함께 찾았다.앞서 산자락 초입에 걸쳐진 스몰콤마와 달리 여긴 허허벌판에 나지막하게 들어선 카페로 주차장에 주차하고 첫 대면에선 컨테이너 하우스를 이어 붙여놓은 인상이었는데 막상 내부로 들어서자 전혀 다른 규모의 비교적 너른 실내에 작은 정원이 자리 잡았고, 그 정원에 카페 테이블이 비집고 들어간 모양새였다.회사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바로 왔건만 확실히 낮이 부쩍 짧아져 벌써 어둑해지려 했다.허허벌판에 아주 살짝 솟은 구릉지대 같은 지형에 도로에서 접어들면 잡초가 무성한 공터와 같아 여기가 맞나 싶었지만, 길 따라 들어오면 된다는 작은 입간판을 믿어 보기로 하고 더 진행하자 테슬라 슈퍼차저가 가장 먼저 맞이했..

시골 산자락의 포근한 분위기 카페, 진천 스몰콤마_20240920

정말 이쁜 카페를 진천에서 만났다.요즘 죽이 잘 맞는 회사 사우를 따라 진천의 이쁜 카페로 출발하여 도착할 무렵, 극명하게 짧아진 낮을 실감 하며 카페로 들어서는데 일몰 후의 여명이 잘 어우러져 카페가 어찌나 이쁘게 자리 잡고 있는지 조금 감탄사를 뱉긴 했다.그런데 19시 반까지 오더를 받는다고!가을 어스름 아래 말끔히 단장한 카페의 모습은 이쁘다는 말 외엔 그리 대체할 만한 표현 방법이 없었고, 시원스런 통유리창 너머 따스한 불빛과 널찍한 공간 배치, 거기에 맞춰 편하게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찰떡궁합이었다.내부에 들어오자 밖에서 보던 톤과 달리 조금 차갑긴 해도 나무와 아이보리가 적절히 조합을 이룬 포근한 분위기가 가장 먼저 느껴졌다.2층도 있긴 했지만 영업 마감이 임박하여 이용할 수..

입 안 가득한 커피 내음, 스테드 카페 원두_20240918

연휴는 화려하게 다가왔다 소리소문 없이 지나가 버렸다.이번 한가위 연휴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폭염의 기세로 위축되어 있어 추억을 만들 겨를이 없었는데 그렇게 방심한 사이 황금 같은 시간이 지나 버렸고, 또 이렇게 깊은 후유증에 빠져 한숨만 깊어갔다.조카 녀석이 지난 설 명절에 평생 반려자와 함께 집을 찾으며 선물로 가져온 원두를 이제야 꺼내 마셨는데 묘하게 맛이 좋았다.대구에서는 꽤 유명한 카페라고?스모키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울 만큼 다소 무거운 포만감이 딱 내 스탈인데 녀석은 그런 우리집 취향을 알고 가져온 게 아닌가 싶다.내년 꽃 피는 봄이면 결혼 소식을 들려준답시고 설 명절에 들렀었는데 그리 춥던 연초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3/4이 지나고 있다니!커피 한 모금에 위안 삼자.

진천혁신도시의 한적한 전망 맛집, 선옥보리밥_20240910

한 때는 회사 사우에서 이제는 사회 형제로 반년 정도만에 만나 식사를 나누기로 했던 날, 그 친구가 둥지를 튼 혁신도시로 향했다.하루 종일 가을을 예고하는 빗방울이 이어지다 퇴근 무렵엔 만남을 응원해 주는지 빗방울이 가늘어져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인간관계에서 꽤나 신중하고 성의를 다하는 동상이라 약속 장소에 꽤나 만전을 기했을 터, 아니나 다를까 혁신도시 남단 길게 늘어선 산무리 사이 한적한 장소를 섭외했었는데 지도에서 보는 것과 달리 막상 그 자리에 서자 혁신도시와 일련의 산무리 사이에 우뚝 선 지형이라 일대 전망은 꽤나 좋았다.물론 그런 전망을 감상하느라 사진은 거의 남기지 않았지만.식당에 도착했을 무렵 소강상태던 빗방울이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는데 그까잇꺼 몇 방울 비 맞는 것 쯤이야.조선..

스타벅스 창 너머 그림, 진천 혁신도시_20240815

농다리에서 출발하여 더위와 갈증을 식힐 겸, 그리고 생일 때 받았던 스벅 기프티콘을 홀라당 쓸 겸해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혁신도시 스타벅스로 돌격했고, 벤티 사이즈 아이스티를 주문했다.지치는 이유가 바로 더위로 인한 갈증이라 몸은 그대로 둔 채 주뎅이만 움직여 스트로를 통해 들어오는 아이스티를 마셨는데 반 정도 단숨에 비우자 그제야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은 건 공원의 오똑 솟은 지형 위 고목이었다.어떻게 세상 풍파를 넘겼기에, 또한 어떻게 관리를 했길래 저런 멋진 자태로 있을까?어느 위치에서 보는가에 따라 그 모습은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스타벅스 2층의 통유리 너머에 있는 나무는 거룩한 생명이자 작품이나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