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290

산골의 따스한 정감이 있는 곳, 태백 철암도서관_20240125

철암마을을 가르는 철길엔 정겨운 건널목이 있고,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부담하여 만든 도서관도 있다. 전산 접속이 필요해 미리 통화했던 철암도서관으로 가서 약 1시간 동안 노트북을 두드릴 때, 시끌벅적한 아이들 소리와 순박하던 사람들을 잊을 수 없었다. 물론 자리 자체는 편한 게 아니었지만 여정에서 이런 경험은 절경을 마주한 것과 같았다. 오며 가며 아이들은 연신 인사를 했는데 그 순박한 인사와 눈빛이 처음엔 이질적이었으나, 점점 빠질 수밖에 없었고, 도서관을 떠나는 순간에도 발걸음을 어렵게 뗄 수밖에 없었다. 다음엔 기나긴 태백 시가지를 해파랑길 여정처럼 편도는 도보로 도전해야겠다. 숙소에 돌아와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사이 해는 지고 멀리 백두대간 너머로 덩그런 달이 배시시 웃었다. 철암도서관은 정부..

하늘과 가까운 태백 오투리조트 저녁 설경_20240123

1천m가 넘는 고지에 우뚝 선 숙소는 2015년 처음 연을 맺었고, 일대 베이스캠프 삼아 거의 매년을 요긴하게 활용 했었던 친숙한 경험에 비추어 올해도 빼지 않았다. 자연은 오래된 것들에서 싫증 나거나 낡았다는 느낌이 없건만 인공적인 것들은 낡은 것들에서 과정에 따라 극단적인 '현재'의 결과가 있기 마련인데 여긴 점점 거리를 둘 때가 되었다. 회사를 통한 제휴 프로그램의 혜택과 감성 사이에서 이제는 감성의 역치에 다다르고, 꽤 많은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괜히 성질 버릴 필요 없겠다. 여러 가지 중 특히 중대형 평형대를 제외한 소형 객실의 경우는 조리 시설이 없었다. 화재 위험? 급 나누기? 객실내 베란다 통유리창은 틀이 변형된 건지 창을 완전히 닫더라도 너른 틈이 보였고, 그 틈 사이로 한파가 몰고 온 ..

기억도 바랜 경주_20240114

기나긴 휴가의 첫 여정은 경주에서 시작했다. 경주... 10년도 훨씬 넘은 경주에 대한 기억은 첫 관문 격인 경주 채색이 명확한 고속도로 톨게이트만 선명할 뿐, 도로를 달리면서도 다른 기억은 전혀 없어 당혹스러웠고, 그로 인해 외곽도로를 주구장창 달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시청 방면으로 향했다. 초등 시절 수학여행의 고정 레파토리가 경주였었고, 2007년에 업무로 잠깐 살았던 걸 제외한다면 경주는 거쳐가는 관문이었으며, 그나마 친구들과 감포에 종종 들렀던 때도 90년대 후반이었던 걸 감안한다면 그 기억이 명징하게 남아 있는 것도, 경주가 전혀 바뀌지 않은 것도 더 이상한 게 사실이라 어쩌면 당시 순간의 기억이 정상인 게 맞겠다. 시청 부근 뚜레쥬르에 들러 간식을 마련하고 파편화된 기억을 더듬어 경주역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