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 104

2018년 마지막 여정을 끝내며_20181231

비록 추위로, 경기 여파로 한산할지라도 매끈한 마트가 구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재래 시장에 있다.구입한 것들 중 엉터리 뒷통수 맞은 물건도 있고, 제대로 줍줍한 것도 있지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장터는 여전히 정겹다. 서울에서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든, 아니 서울과 그 인근에서는 생소한 단위가 충주에 있다.예나 지금이나 충주는 물가가 저렴하다.특히나 음식과 소비재들. 시장에 가려진 뒷전은 충주천이 흐르고 청명한 하늘이 펼쳐져 있다.오리 가족들이 물가에 있다 나를 보곤 기겁하고 피난간다.생퀴들이 내가 협박을 했냐! 오래된 구멍 가게의 흔적으로 나무 문틀과 출입문이 있다.시간이 지나면서 틀이 뒤틀리는지 쉽게 열리지 않고, 그렇다고 힘으로 무작정 열 수도 없다.나름 테크닉과 문제가 되는 ..

올해 마지막 여정, 이른 아침 계명산_20181231

해가 뜨며 호수가 잠에서 깨자 절경도 덩달아 눈을 부비며 일어 난다.충주가 절경인 이유는 산과 호수와 평야의 다양한 세트가 함께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또한 집에서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지의 형태를 상수도 보호 구역 특성상 충주는 잘도 보존하고 있다.물론 산 언저리 곳곳이 개발의 홍역에 몸살을 앓는 중이지만 조금만 굽이치면 산과 호수는 그저 담담히 지켜 보고 보듬어 주는 아량이 변함 없다.그런 연유로 여주-원주-충주, 경기-강원-충청이라는 세 경계를 밥 줍줍하듯 드나들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맞으며 어제 못다한 산책을 나선다.충주호의 아침은 화창한 겨울이긴 해도 대기가 미세먼지로 약간 뿌옇다. 자연의 생존은 참 다양하다.햇살이 미치지 않는 바위 틈에 서릿발이 가지치기에 열중이다. 문명이 잠든..

올해 마지막 여정, 계명산_20181230

2018년의 햇불도 거의 꺼져 가는 연말 즈음 치열 했던 한 해의 조용한 마무리를 위해 도시를 떠나 인적이 뜸한 충주 계명산으로 떠났다.먼 발치에 문명의 불빛은 밤새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이미 소음은 거대한 호수와 빼곡한 숲에 상쇄되어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고, 적막이 깔린 공간의 산과 호수가 만나는 세상에 불청객인 양 끼어 들어 고요한 그들의 대화를 엿 들어 본다.간헐적으로 지나가는 바람과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한 새소리가 꾸밈 없이 생생하게 들리는 이 진솔함을 얼마 만에 들어 봤던가? 늦게 출발한 궤적으로 계명산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하여 산이 늘어뜨린 그림자가 꽤나 많은 세상을 삼킨 뒤였다. 머뭇거리는 사이 서산으로 넘어가는 일몰이 가속도가 붙어 간단한 차림으로 통나무집을 나..

고전 스타탄생의 재해석, A Star Is Born_20181230

늦은 고요한 밤에 홀로 헤드폰을 끼고 현대판 스타탄생을 관람했다.그리고 거의 환청에 가까운 중독에 빠져 며칠을 흥얼거렸다. 봄에 코코를, 여름에 맘마미아2를 보고 뮤직을 테마로 하는 영화들의 구성은 극과 극임을 확신하며 관람을 망설였는데 이건 비교적 잘 만든 영화다.감독이 브래들리 쿠퍼?이 배우 행오버에서 양아치 교사 역으로 처음 알게 되고 이후 비교적 다작을 하며,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단 건 인정하는데 감독으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알콜 중독자 역으로 겁나 성공적이다.레이디 가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시간이 갈수록 그녀와 상반된 음악적 인생 그리고 교차될 무렵의 고뇌.마지막 극단적인 선택과 홀로 남겨진 그녀. 뮤직 테마 답게 멋진 음악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락에서 팝으로,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