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445

일상_20240901

주말엔 모처럼 학교 가는 날이라 하루 동안 피로에 찌들어 있다 늦잠을 잔 뒤 결혼식과 학교를 제끼곤 집안 일만 집중했다.사람들이 미어 터지기 전에 하나로마트로 가서 식료품 찔끔 사고, 뜨거운 대낮엔 집구석에 틀어 박혀 숨만 쉬다 시원해질 무렵 반석산으로 가서 뒤늦게 재미 들인 맨발 걷기를 즐겼다.올여름만큼 더위가 강력하고 지루한 여름이 있었던가!1994년엔 7월 1일부터 보름 동안 섭씨 39도를 계속 넘겼었고, 내 생애 마지막으로 땀띠란 걸 앓아 봤었지만 지금만큼 지루한 건 아니었다.또한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탓에 인내심도 줄었던 만큼 정량적인 판단보다 정성적인 잣대를 더 체감하게 된 바, 올여름은 그냥 길고 지루하고 강력했다.그래서 9월이면 가을 분위기가 나야 되는데 여전히 낮더위가 무시무시한 걸 보..

냥이_20240830

주말을 앞두고 느긋하게 집에 가자 처음엔 어리둥절, 냥빨 안 서던 녀석이 나중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이불을 펴고 "여기로 와서 자" 한 마디에 녀석은 슬금슬금 다가와 그대로 엎어져 깊은 숙면을 취했고, 옆에서 무얼해도 달달한 잠에 빠져 들어 새벽 날이 밝아올 무렵 잠을 깨고 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불법 침입자가 없는지, 쥐샊은 없는지 철통 방어를 위해 탐색을 했다.어떤 생명이든 사랑 받으면 그만큼 귀해진다.

웅크린 사적의 고독, 안성 죽주산성_20240829

죽주산성은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있는 삼국시대 신라의 북진 과정에서 축조한 성곽이다. 신라의 한강 유역 진출 과정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축조된 산성이다. 고려 1236년에 송문주가 몽골군과 15일간 전투를 해서 승리한 곳이다. 이 산성은 한양으로 통하는 요충지였기 때문에 조선 시대에도 지속적으로 활용되었다. 죽주산성은 내성, 중성, 외성 등 3중 성벽 구조이다. 내성은 조선 시대, 중성은 신라 시대, 외성은 고려 시대에 축조되었다. 전체 둘레는 1688m 정도이다. 죽주산성은 시대별 성벽 축조 방법과 활용을 살펴볼 수 있는 유적이다.[출처] 죽주산성_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죽주산성(竹州山城)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encykorea.aks.ac.kr[이전 관련글] 웅크린 여름, 죽주산성_20200816자그마한..

일상_20240827

아침에 인덕원에 갔다 집에 돌아온 시각에 맞춰 15년 함께 한 정든 차를 떠나보내고 이번에 새로 맞이한 차를 몰고 집에 행차한 누님과 조카 녀석을 만나 때마침 식사 시간이라 종종 들렀던 곤드레밥집으로 향했다.가격에 비해 정갈했던 밥값이 어느새 껑충 뛰어 이제는 1인 1만 5천냥 시대에 접어들었건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리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곳이라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반찬 가짓수는 항상 정해져 있고 메뉴는 조금씩 변해 늘 나오는 당면과 샐러드, 달라진 야채 튀김과 열무김치, 그리고 선택 사양인 생선과 제육, 청국장이 나왔다.생선은 크게 비리지 않으면서 짭쪼롬했고, 제육은 내가 좋아하는 껍질과 비계가 섞인 두툼한 고기가 아닌 살코기 제육이라 생각보단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그래도 여전히 구수한 청국과..

진천 광혜원생활체육공원 산책하기_20240826

폭염엔 이열치열이라, 덥다고 마냥 늘어질 수 없어 어차피 샤워하기 전에 땀을 쥐어짜기 위해 회사 사우가 소개하는 한적한 산책로를 따라 17번 국도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자 낮은 산을 싹둑 잘라 그 자리에 들어선 거대한 체육공원에 들어서자 신세계 같았다.고가도로에 가려 이런 공간이 있는 줄 생각도 못했는데 아주 깔끔하고 매끈하게 다듬은 체육공원이 나왔고, 거기를 지나 다시 산으로 향하는 계단길을 오르자 얼마 오르지 않아 정상과 그 옆 근린공원이 있었다.사진으로 찍지는 못했지만 정상엔 조성하다 그만둔 작은 공터가 나왔고, 그래도 다듬을 의지가 있었는지 쉼터 정자와 비교적 너른 공터가 있었는데 사람들 발길도 뜸했던지 황량하게 고른 땅 위에 듬성듬성 멀대 같은 잡초가 뒤덮고 있었다.거기를 지나면 산중에 어엿한 근..

냥이_20240824

오후에 일산에서 승용형을 모처럼 만나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쇠주 잔을 기울였고, 서울로 오는 버스가 끊겨 택시를 잡아탄 덕에 겨우 막차에 몸을 얹어 집에 올 수 있었다.집에 와서 씻고 나와 잠시 컴을 할 생각이었지만 현관을 열자마자 잠도 안 자고 식빵을 굽던 녀석이 슬금슬금 다가와 무릎에 올라타 버렸다.이후 무릎 위에서 한 시간 이상 녀석을 안아줬는데 그래서 모처럼 하려던 컴 놀이는 물건너 가버렸다.그래도 어찌하리!새근새근 잠든 녀석을 마음껏 주물러도 내려갈 기미는 전혀 없었고, 도리어 이따금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수시로 떠받들 수밖에 없었다.이러니 컴을 만지는 건 요원한 사치가 되어 버렸다.이튿날 녀석이 낮잠 잘 때를 노려야겠다.몇 번 몸부림을 치던 녀석이 앞족발로 얼굴을 가렸고, 입을 헤벌레 벌린채..

냥이_20240823

녀석은 내가 없을 때 조금 풀이 쳐져 있다 내가 오면 밥도 잘 먹는단다.그래서 맨날 잘 때가 되면 내 방에서 농성을 했고, 집안에서 돌아다닐 땐 이렇게 빤히 쳐다보며 눈이 마주치면 가늘게 눈을 깜빡였다.그러다 집사를 줄려고 식빵을 굽는 녀석을 발견하곤 가까이 다가가 식빵 자르는 시늉을 해도 요지부동.정말 집사한테 식빵을 주려나?잘 때가 되면 이미 이렇게 자리를 잡고 먼저 누워 집사가 컴을 두드리거나 잘 때를 기다렸다.컴을 두드리면 무릎 위에 올라올테고, 잔다고 이불을 깔면 슬금슬금 다가와 이불 위에 자리 잡을테고.요 녀석 땜시롱 에어컨도 가장 약하게 틀고 실내 온도 설정도 섭씨 27도로 맞춰 놓게 되는데 자다보면 어차피 이불이 필요 없어 옆구리에 덮는 이불을 포개 놓으면 언젠가부터 그렇게 포개놓은 이불이..

일상_20240823

저녁이 되어서도 찜통같은 더위는 여전해 잠시 걷는 사이 온통 땀에 절었다.가까운 거리를 잠시 걷겠다는 당초의 생각과 달리 이왕 온몸이 땀에 절은 김에 오산천 산책로까지 걸었고, 역시나 반석산에서 발원하는 작은 여울 일대는 서늘했다.습한 공기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나마 서늘해서 그런지 여기를 지날 때마다 걷는 속도를 늦춰 잠시 더위를 식혔다.동네 한바퀴를 돌고 아이스 한 잔 뽀개러 가는 길에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한 지점에서 멈칫 했고, 뭔가 싶어 거기로 쳐다 보자 요 녀석이 바로 범인(?)이었다.내가 냥이를 좋아해서 그런가 몰라도 얌전한 렉돌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네 집사가 내가 아닌 걸 넌 다행으로 여겨!만약 내가 집사였다면 널 맨날 가만 두지 않을테니까, 뇬석아!

일상_20240822

유독 층간 소음이 꾸준해서 그런지 녀석은 종종 위에서 들리는 쿵쿵거리는 소리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두리번거렸다.녀석의 이런 생뚱맞은 표정을 뒤로하고 병원을 가기 위해 나섰다.뭔 병원에 대기 인원이 그리 많은지 13시 50분에 대기를 걸어놓고 15시 반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3분 정도 진료를 본 뒤 처방받은 약을 사고, 식빵을 구입하여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14시 10분경.세차게 퍼붓던 소나기가 그치자마자 바로 구름 틈바구니 햇살이 쏟아지더니 가지에 맺힌 빗방울이 햇살을 초롱하게도 굴절시켰다.하루 종일 소나기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고, 태풍 종다리 특성상 소나기가 내려도 청량감은 1도 없이 끈적하기만 했다.6월 초 여정부터 시작된 폭염이 8월 하순이 되도록 그칠 줄 모르는 유별난 여름이었다.저녁 식사 후..

냥이_20240821

다른 집사가 앉은뱅이 책상에 앉으면 유독 훼방을 놓는 녀석, 다이소에서 2년 전 이 책상을 구입해서 비대면 강의를 듣던, 바로 고! 시기부터 녀석은 집사의 화상 채팅에 매달렸고, 그 이후부터 요! 책상은 녀석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다.쇼파에서 녀석의 전용 쿠션을 깔아주지 않으면 잔소리 남발해서 이제는 알아듣고 집사들이 쿠션을 깔아준다.그러면 녀석은 쿠션에서 퍼질러 자거나 아니면 티비 시청을 병행하며 밍기적거렸다, 집사들 사이에 딱 붙어서...학습을 하거나 노트에 무언가를 필기하다가도 녀석은 도사처럼 알아차리고 바로 앉은뱅이 책상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비켜달라고 밀치면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둥거리기까지 했다.차량 정비로 수원 직영정비소를 다녀온 뒤 초저녁에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의 더위를 즐기기 위해 산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