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16

일상_20241115

오후가 접어들어 잠시 오른 체육공원에도 겨울이 찾아왔다.여름에 무성하던 풀숲은 거뭇하게 변해서 앙상한 봉우리를 드러냈고, 가려져 있던 벤치는 봉긋 솟았다.같은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체육공원 뒷산에 조망이 트여 높은 하늘이 드러났다.몇 바퀴 돌다 머무르지 않고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갔는데 역시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길바닥에 두텁게 덮인 솔잎을 밟을 때마다 폭신폭신한 감각이 느껴졌다.반면에 짧지만 가파른 구간이라 오를 때와 달리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발을 디뎠다.체육공원 운동장에 거의 닿을 무렵 가파른 오르막길에 계단이 깔려 있었는데 계단 위에도 솔잎이 두텁게 쌓여 완연한 겨울이 도래했음을 알 수 있었다.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 작은 고개의 흔적이 드러났다.여름엔 무성한 숲으로 인해 가려져 있었는데 겨..

일상_20241113

어느새 가까워졌다 시나브로 멀어져 가는 가을.그래서 푸르던 이파리는 어느새 가을을 지나 절정의 성숙에 이르렀고, 하늘은 그저 맑고 깊었다.완연한 만추에 맞게 푸르던 나무들도 각기 다른 색을 입었고, 그 아래엔 언제부턴가 낙엽이 두터워졌다.여긴 나무 터널이 길게 이어진 곳인데 앙상한 가지만 남아 겨울이 일찍 찾아들었다.아직 남은 이파리도 지나는 바람에 우수수 낙엽을 떨궈 이내 다른 나무들처럼 그 길을 뒤따르련다.잠시 나무와 계절에 젖어 있을 무렵 지나던 냥이와 눈이 마주쳤고, 유유히 사라지는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짧은 휴식을 접었다.괜스레 녀석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는 건 계절 탓일까?

일상_20241112

점심시간에 식사 후 문득 궁금해진 우체국 옆 느티나무가 궁금해서 걸어갔고, 상상했던 것처럼 이쁜 가을 옷으로 단장한 채 멋진 자태를 유지했다.이미 가을을 대표하는 은행이파리는 대부분 떨어졌고, 단풍은 아직 남아 붉게 변하기 시작한 것도 있었지만 느티나무 이파리가 만추가 되도록 파란 건 뒤늦게 알았다.특이한 건 몸통에서 가까운 곳은 여전히 푸르고, 멀어질수록 점점 이파리가 퇴색되기 시작했는데 잔가지에 달려있던 이파리는 이미 낙엽처럼 메말라 있었다.나무 하나에 여름과 가을, 겨울이 함께 있다니 뭇사람들한테 경의를 받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더불어 이런 모습도 일조하나 보다.저녁엔 퇴근 후 식사를 끝내고 바로 혁신도시로 달려갔다.얼마 전까지는 같은 회사 사우에서 이제는 형님 동생으로 지내는 이 친..

일상_20241111

열흘마다 한 번 정도 들르는 세븐일레븐에서 모처럼 아깽이를 만났다.세븐일레븐에 들른 이유는 쥔장의 친절+바로 옆 식당에서 임보 중인 냥이들을 만나기 위함인데 9월 말 이후로 한 번도 못본 냥이를 모처럼 만났건만 원래 봤던 흰색, 검정, 턱시도 냥이가 아닌 첨본 회색 태비였다.때마침 식당 사장님도 나와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다른 녀석들은 모두 입양 갔단다.하긴 어미 미모가 워낙 출중해서 아깽이들 또한 장난 아니게 이뻤는데 그걸 알곤 사람들이 입양해 간단다.근데 녀석 혼자 남겨진 이유는 뭘까?워낙 사람에 대해 친화적인 녀석이라 츄르 하나에 녀석은 내게 딱 붙어 떨어지질 않았고, 심지어 손가락을 깨물며 장난을 걸었다.아깽이 특유의 똥꼬발랄함 덕분에 주변을 깡총거리는 녀석과 10여 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냥이_20241110

녀석을 두고 잠시 평택 소사벌에 다녀왔는데 그러는 사이 녀석은 쿠션 위에서 무기력하게 졸며 이따금 몸만 뒤척일 뿐, 식사도 하지 않았다.그게 불쌍해 보여 저녁 외식 대신 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식사를 했는데 현관을 여는 순간부터 녀석은 무척 정겹고 명랑했다.바닥에 앉아 있으면 앞까지 다가와 얼굴을 마주보고 정겨움을 표현하는 녀석.하긴 불쌍한 게 아닌데 냥이들 외모 자체가 불쌍하게 보여서 그런 생각이 든 게 아닌가 싶다.식사가 끝나자 저녁 루틴처럼 여기저기 집사들 무릎 위에 올라와 잠든 척 했다.나이로 따지면 5년이 훌쩍 지난 성묘인데도 불구하고 도저히 어린 티를 벗지 못하는 녀석으로 인해 더 정겹고 더 훈훈한 게 아닌가 모르겠다.

일상_20241108

무덥던 여름 한가운데 진천에 내려왔고, 그 폭염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가을을 지나 푸르던 이파리가 떨어지며 완연히 다른 계절을 맞이해야만 했다.사람들이 거의 없는 거리엔 낙엽이 자욱하게 쌓였고, 바람 속에선 가을을 지나 찬 내음이 풍기기 시작했다.귀가 후 집으로 가기 위해 숙소에 들러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자 청명한 저녁 가을 하늘에 달이 덩그러니 떠있었다.집으로 가는 설렘처럼 망망대해와 같은 하늘에 한 줄기 빛이 눈부셨다.

노란 가을의 종착역, 원주 간현역_20241105

소금산 잔도를 한 바퀴 돌아 주차장에 돌아왔을 땐 많던 차량들이 부쩍 떠나 빈 구역이 꽤 많을 즈음이었다.행님과 헤어지기 전에 식사라도 대접해 드려야 될 거 같아 주변을 둘러봤는데 문득 주차장 너머 노란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였고, 대략 위치가 간현역 부근이라 우선 거기로 모셨다.간현역에 도착하자 직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아 간현역 앞에 비교적 오래된 수령의 나무가 노란 가을 열매를 가득 맺어 오후 햇살을 탐스럽게 굴절시켰다.간현역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로 163 소재한 중앙선의 폐역이다.중앙선 청량리~만종 간 복선화 공사가 완료된 2011년 12월 21일을 기해 폐역되었다. 이후 이 역이 맡았던 여객 업무는 2021년 1월 4일까지는 동화역에서, 2021년 1월 5일 이후에는 서원주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