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20

첫눈 폭탄_20241127

새벽부터 보슬보슬 내리던 첫눈이 오전을 지나 오후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급격하게 굵어져 폭설이 되어 버렸고, 지상은 순식간에 첫눈 폭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1년 넘는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많은 첫눈이란다.일찌감치 오전에 나와 회사까지 걸어갈 무렵엔 그저 반가운 첫눈 손님이었는데.오전 출근길엔 가을 잔해에 중첩된 첫눈이 양념처럼 시각적 풍미를 한층 높여줬고, 더불어 정취는 작살이었다.이때까지만 해도 기록적인 폭설 소식이 그저 남의 이야기 같았는데...점심때 내 눈에 뭐가 씌었나 싶을 의심이 들 정도로 지상은 개거짓말처럼 뒤바뀐 채 평온하기만 했다.처음 눈 덮인 세상을 봤을 땐 '와, 첫눈이네~'라면 설렌 것도 잠시 불쑥 걱정이 들이닥쳤다.하루 일상에 비집고 들어온 폭설에 대한 걱정, 퇴근길에 대한 걱정..

가을이 떠나는 정취, 낙엽비_20241126

본격적인 추위와 함께 일기예보에선 폭설을 동반한 첫눈이 내릴 거란다.예년과 비교해 보면 첫눈의 지각이었지만 출퇴 오너드라이버 입장에선 배드 뉘우스고, 인생의 추억 쌓기엔 굿 뉘우스라 양감이 교차한다는 게 바로 겨울 눈발 아니긋나.첫눈이 몰고 오는 추위는 얼마나 매서우려나 싶어 낮에 잠시 시간 내어 걸었는데 가을 미련을 떨친 낙엽들이 세찬 바람에 낙엽 소낙비가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사무실에서 별생각 없이 있다 밖을 나오자 거의 태풍급 세기로 불어닥치는 바람은 뺨을 두드릴 때면 숨도 들이켜기 쉽지 않을 만큼 매서웠는데 나뭇가지에 얼마 남아 있지 않았던 이파리들은 앞을 다투어 낙엽이 되어 경쟁적으로 허공을 떠다녔다.길이 끝나는 삼거리 교차로에 다다르자 낙엽비는 거의 소낙비 수준으로 자욱하게 떨어졌는데 잠시 서..

멋진 느티나무 식당, 오산 행복한 콩박사_20241116

곧 비가 쏟아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날이라 서둘러 오산 세교를 둘러본 뒤 외식 장소로 선택한 곳은 오산과 병점이 맞닿은 한신대학교 인근 콩요리 전문점이었다.겨울을 재촉하는 세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라 불 위에서 춤을 추는 전골의 자박한 국물이 간절했고, 때마침 식당 앞 겨울 운치를 더해주는 오래된 느티나무 풍경은 꽤 맛깔났다.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10여 분 정도 기다려야 되는데 식당 마당의 멋진 느티나무 정취에 취한 사이 시간을 훌쩍 지나버렸고, 주문을 끝낸 뒤 그 정취를 마저 즐길 무렵 겨울을 재촉하는 세찬 바람에 잔뜩 무겁던 하늘에서 소나기가 떨어졌다.다행히 방수 재킷을 믿고 나무를 세세히 살폈다.오래된 나무답게 다른 새생명들이 의지했고, 그 생명들 또한 깊어가는 가을 옷을 입어 불그스레 단장..

일상_20241115

오후가 접어들어 잠시 오른 체육공원에도 겨울이 찾아왔다.여름에 무성하던 풀숲은 거뭇하게 변해서 앙상한 봉우리를 드러냈고, 가려져 있던 벤치는 봉긋 솟았다.같은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체육공원 뒷산에 조망이 트여 높은 하늘이 드러났다.몇 바퀴 돌다 머무르지 않고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갔는데 역시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길바닥에 두텁게 덮인 솔잎을 밟을 때마다 폭신폭신한 감각이 느껴졌다.반면에 짧지만 가파른 구간이라 오를 때와 달리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발을 디뎠다.체육공원 운동장에 거의 닿을 무렵 가파른 오르막길에 계단이 깔려 있었는데 계단 위에도 솔잎이 두텁게 쌓여 완연한 겨울이 도래했음을 알 수 있었다.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 작은 고개의 흔적이 드러났다.여름엔 무성한 숲으로 인해 가려져 있었는데 겨..

일상_20241113

어느새 가까워졌다 시나브로 멀어져 가는 가을.그래서 푸르던 이파리는 어느새 가을을 지나 절정의 성숙에 이르렀고, 하늘은 그저 맑고 깊었다.완연한 만추에 맞게 푸르던 나무들도 각기 다른 색을 입었고, 그 아래엔 언제부턴가 낙엽이 두터워졌다.여긴 나무 터널이 길게 이어진 곳인데 앙상한 가지만 남아 겨울이 일찍 찾아들었다.아직 남은 이파리도 지나는 바람에 우수수 낙엽을 떨궈 이내 다른 나무들처럼 그 길을 뒤따르련다.잠시 나무와 계절에 젖어 있을 무렵 지나던 냥이와 눈이 마주쳤고, 유유히 사라지는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짧은 휴식을 접었다.괜스레 녀석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는 건 계절 탓일까?

일상_20241112

점심시간에 식사 후 문득 궁금해진 우체국 옆 느티나무가 궁금해서 걸어갔고, 상상했던 것처럼 이쁜 가을 옷으로 단장한 채 멋진 자태를 유지했다.이미 가을을 대표하는 은행이파리는 대부분 떨어졌고, 단풍은 아직 남아 붉게 변하기 시작한 것도 있었지만 느티나무 이파리가 만추가 되도록 파란 건 뒤늦게 알았다.특이한 건 몸통에서 가까운 곳은 여전히 푸르고, 멀어질수록 점점 이파리가 퇴색되기 시작했는데 잔가지에 달려있던 이파리는 이미 낙엽처럼 메말라 있었다.나무 하나에 여름과 가을, 겨울이 함께 있다니 뭇사람들한테 경의를 받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더불어 이런 모습도 일조하나 보다.저녁엔 퇴근 후 식사를 끝내고 바로 혁신도시로 달려갔다.얼마 전까지는 같은 회사 사우에서 이제는 형님 동생으로 지내는 이 친..

일상_20241111

열흘마다 한 번 정도 들르는 세븐일레븐에서 모처럼 아깽이를 만났다.세븐일레븐에 들른 이유는 쥔장의 친절+바로 옆 식당에서 임보 중인 냥이들을 만나기 위함인데 9월 말 이후로 한 번도 못본 냥이를 모처럼 만났건만 원래 봤던 흰색, 검정, 턱시도 냥이가 아닌 첨본 회색 태비였다.때마침 식당 사장님도 나와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다른 녀석들은 모두 입양 갔단다.하긴 어미 미모가 워낙 출중해서 아깽이들 또한 장난 아니게 이뻤는데 그걸 알곤 사람들이 입양해 간단다.근데 녀석 혼자 남겨진 이유는 뭘까?워낙 사람에 대해 친화적인 녀석이라 츄르 하나에 녀석은 내게 딱 붙어 떨어지질 않았고, 심지어 손가락을 깨물며 장난을 걸었다.아깽이 특유의 똥꼬발랄함 덕분에 주변을 깡총거리는 녀석과 10여 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