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498

노란 가을의 종착역, 원주 간현역_20241105

소금산 잔도를 한 바퀴 돌아 주차장에 돌아왔을 땐 많던 차량들이 부쩍 떠나 빈 구역이 꽤 많을 즈음이었다.행님과 헤어지기 전에 식사라도 대접해 드려야 될 거 같아 주변을 둘러봤는데 문득 주차장 너머 노란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였고, 대략 위치가 간현역 부근이라 우선 거기로 모셨다.간현역에 도착하자 직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아 간현역 앞에 비교적 오래된 수령의 나무가 노란 가을 열매를 가득 맺어 오후 햇살을 탐스럽게 굴절시켰다.간현역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로 163 소재한 중앙선의 폐역이다.중앙선 청량리~만종 간 복선화 공사가 완료된 2011년 12월 21일을 기해 폐역되었다. 이후 이 역이 맡았던 여객 업무는 2021년 1월 4일까지는 동화역에서, 2021년 1월 5일 이후에는 서원주역으로..

출렁이는 가을 물결,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_20241105

부리나케 달려 도착한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막바지 가을맞이에 나선 사람들로 주차장을 가득 매울 정도였다.그나마 여주에서 달려온 행님은 워낙 부처 같은 분이라-정말 주변 사람들조차 살아있는 부처가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이 가는 분이긴 했다- 카페에서 너그러이 기다려주셨고, 부랴부랴 소금산으로 향했다.작년 12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밤 부론에서 칼국수를 먹은 게 마지막으로 뵌 기억이라 11개월 정도 지난 만큼 정말 오랜만에 만난 거다.[이전 관련글] 간현 출렁다리_20180226무한 도전의 여파인가?간현 출렁다리가 매스컴을 한 번 타고나서 거의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몇 년 전 청량리에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meta-roid.tistory.com 거대한 스..

가을의 노란 포효,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20241105

땅과 하늘을 단단히 이고 지고 얼마나 긴 세월 희열과 그리움에 견고한 가지와 이파리를 떨궜을까?인간의 잣대로 비교하고 대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존재란 걸 알기에 사방으로 뻗은 가지엔 어느새 가을 결실이 주렁주렁 열려 전염병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을 찾게 했다.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나이는 800∼1,000년 정도로 추정(지정일 기준)되며, 높이 32m, 둘레 16.27m로 논밭 중앙에 있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전체가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일부 가지는 부러질 염려가 있어서 받침대로 받쳐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마을에 살던 성주 이씨의 한 사람이 나무를 심고 관리하다가 마을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큰스님이 이곳을 지나는 길에 물을 마시고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그 ..

가을 우체국 앞? 옆! 진천 느티나무_20241105

예년에 비해 가을 여정을 거의 즐기지 않은 건 환경의 변화로 인한 내 결정이기도 했지만 온전히 욕망을 억누를 순 없어 평소처럼 일어나 밀린 일을 처리하곤 가까이 있는 가을 우체국을 스치듯 지났다.물론 노오란 은행잎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비교가 무의미한 오랜 수령의 느티나무가 버티고 있어 그 나름의 멋이 있어 갈 길을 잠시 잊고 들렀다.[이전 관련글] 오르지 못한 진천 잣고개 산림욕장_20241001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을 떠나 21번 국도로 진입하여 진천읍 방향으로 달리는 길에 문득 잣고개를 넘어서자 산림욕장 팻말이 보여 길가 여유 공간에 차량을 주차한 뒤 산림욕장으로 향했다.한창meta-roid.tistory.com  진천 광혜원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_20241011낮에 용무가 있어 잠시 들린 우체국.문..

비운이 빚은 절경, 영월 서강 선돌_20241013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두 존재가 굳어 절경의 표식이 되어 버린 서강의 선돌은 어쩌다 가끔 지나는 길에 들러 굳어버린 비운의 입맞춤을 상상하곤 했다.그럼에도 변치 않는 모습에서 그 이면의 안도를 재차 확인하며 돌아서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절경을 갖춘 모습처럼 마음도 변치 않았다.선돌은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영월읍 방절리에 위치한 명승.제천에서 영월로 이어지는 길목인 영월 방절리의 서강변에 위치하며 거대한 바위가 마치 큰 칼로 절벽을 쪼갠 듯한 형상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선돌은 높이 약 70m의 입석으로 신선암(神仙岩)이라고도 불리며, 푸른 강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명승이다.단종이 영월 청령포(명승, 2008년 지정)로 유배 가는 길에 선돌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어 가게 되었는데..

첩첩산중 그 위에 서다,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_20241013

그 많은 산들이 모여 숨어 있던 곳, 구름 이불을 덮어 월동준비로 분주한 가리왕산의 절경 앞에서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미려한 자연의 화음에 감동하고, 그리하여 이 자리에 서서 숨죽였던 감성들이 깨어나는 순간을 감사하게 된다.모든 지나치는 찰나가 다르겠지만 이 순간도 수많은 찰나 중 하나의 조각이며 파란만장한 작품의 일부였다.[이전 관련글] 가리왕산 케이블카_20231121 meta-roid.tistory.com 정선 파크로쉬 케이블카_2024101311개월 만에 찾은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휴일을 맞아 비교적 많은 사람들로 주차장에서부터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케이블카 정거장인 숙암역과 파크로쉬 사이 거대한 광장에는 차량과 사람들이meta-roid.tistory.com지상엔 앳된 가을이 젖어들었고, 산..

가을 그리움의 길, 정선 운탄고도_20241012

유독 가을이 되면 궁금하거나 그리운 곳이 잡념보다 더욱 강하게 의식의 바다에 거친 파랑을 만들게 되고, 그로 인해 기억의 주춧돌 위에 되새기게 되는데 그런 곳이 전국 팔도에 꽤 많이 떠올랐다.전남 담양의 새벽 안개와 여명에 휩싸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펼쳐진 24번 국도 옆 담순로, 가을이 수놓은 섬진강 벌판 위에 우뚝 선 칼바위 능선의 채계산, 자연이 스스로 질서를 만들고 그 아래 인간이 하나씩 걸쳐 놓은 흔적이 조화로운 선암사, 자욱한 물안개에 철새들이 자리 잡기 시작한 설렘을 엿볼 수 있는 우포, 거친 이면에 아릿다운 가을 풍경이 무심한 듯 뿌려진 영양의 동맥 같은 길, 평온의 마법으로 각양각색의 가을이 서로 뽐내는 통고산, 높은 지대에서 이른 가을 나기에 들어가 겨울과 묘한 경계심을 허물고 그 아..

가을 단잠으로의 초대, 진천 만뢰산 자연생태공원_20241001

느지막한 오전 시각에 도착해서인지 주차장엔 차량이 거의 없었고, 가벼운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장대 같던 가을 장맛비가 그치긴 했으나 금세 쏟아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라 우산을 챙겨 공원 입구부터 천천히 살피며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올여름 폭염에 심신이 지쳤는지 뺨에 느껴질 듯 말 듯 휘날리던 보슬비조차 전형적인 가을 기온과 맞닿아 제대로 된 휴일을 만끽하기 위해 늦잠을 자거나 집에서 무기력하게 있는 것보다 이렇게 가을 내음과 바람을 만끽하는 게 더욱 본능의 이끌림이 강해 자연생태공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잠시 앉아 있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져 쉴 새 없이 걸었다.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은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연곡리 만뢰산에 일대에 조성된 자연생태공원.만뢰산은 생태환경의 안정성과 희..

신라 공신 김유신의 뿌리, 진천 김유신 탄생지_20241001

임시 공휴일을 뒤늦게 알곤 밤새 내린 가을 장맛비가 아침에 일어나자 비교적 가늘어졌고, 그 틈을 이용해 만뢰산 방향으로 여정을 떠났다.진천이란 곳이 워낙 도로망이 잘 되어 있어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금세 만뢰산 초입에 도착했고, 길목에 휑하니 너른 잔디밭과 깔끔하게 조성한 유적지가 있어 곁길로 잠시 샜는데 통일신라의 공신이 김유신장군의 탄생지라 현수막이 크게 붙어 있었다.차량 한 대가 세워져 있어 관리인 차량이겠거니 했는데 한창 장실 내음의 주범인 은행을 줍던 분들이었고, 주차를 한 뒤 성큼성큼 걸어가자 노부부는 은행 줍던 걸 멈춰 걸음아 날 살려라 떠나셨다.난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딱히 신라에 대해 좋거나 아님 나쁜 감정이 없어 김유신장군에 대한 경의 또한 별로 없던 터라 너른 잔디밭과 그 위에..

혁신도시의 아름다운 야경, 음성 함박산_20240930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국군의 날을 앞두고 퇴근 후 저녁 식사를 잽싸게 끝낸 뒤 곧장 함박산으로 향했다.두촌성당을 지나 함박산으로 오르는 자그만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랜턴과 트래킹화를 갈아 신은 뒤 사우와 함께 산행을 시작했는데 이 구간은 함박산 정상의 전망대까지 비교적 긴 구간의 능선길이라 걸음수가 많은 대신 산행은 수월했다.야간이라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각이지만 가을 내음 가득 머금고 오르는 산행은 지친 여름의 시름을 달래기에 충분했고, 정상에 올라 처음으로 맞이하는 야경은 도심 야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함박산은 충청북도 음성군 맹동면 군자리·쌍정리·두성리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전설에 의하면 천지개벽을 할 때 물에 잠겼으나 함지박 하나를 놓을 자리가 남아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함박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