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2501

냥이_20241229

쑤시고 끈덕질 것만 같던 통풍도 어느새 점점 가라앉아 활동에 큰 불편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평소처럼 산책이 자유로운 건 아니었다.다행히 이사가 결정이 나서 한시름 덜긴 했고, 녀석과 뒤섞인 시간은 자연스레 늘어나 집사와 녀석은 따스한 실내에서 마음껏 뒤엉켰다.한 번 구토를 시작하면 녀석이 뒹구는 쿠션에 토악질할 때가 있어 얼른 커버를 벗겨 세탁기에 말아 넣었는데 용케 제 자리를 알곤 거기에 올라 평소처럼 낮잠을 자거나 밍기적거릴 때면 가만히 엎드려 가족들 출석체크는 잊지 않았다.게다가 뭉치가 놀러 오면 온 집안을 헤집어 놓고 제 영역을 표시하는 바람에 녀석은 잔뜩 스트레스를 받아 활동이 줄어들었는데 어김없이 뭉치의 잔해에 녀석의 표정에선 불만이 많았다.그래도 어찌하리.

냥이_20241228

하루 집을 비웠다고 녀석의 다정한 껌딱지 본능은 변하지 않았다.이건 완전 자동 껌딱지 기능이라 해야 되나?좌식 책상에 앉으면 여지없이 무릎 위에 올라와 처음엔 집사가 뭘 보는지 멀뚱히 쳐다보다 빛과 같은 속도로 잠들어 버리는 건 녀석의 장기 중 하나.어디든 손을 뻗으면 녀석의 베개가 되었고, 집사는 녀석을 위해 적당한 묘체공학적 계산으로 손을 뻗었다.저 친근하고 보들보들한 느낌은 어떤 스트레스가 쌓여도 잠시 잊도록 만들어 주는 마법이 숨어 있어 녀석은 집사를 반겼고, 집사는 녀석에게 위안을 받았다.뭐 그렇다고 맨날 스트레스 받는 건 아니었지만 그만큼 중독성 강한 끌림과 몰입이 있긴 했다.그러다 녀석이 정말 숙면에 빠져들면 입은 맹구처럼 헤벌레 벌려지고 그 안에 있던 핑크빛 생고무가 그 하찮은 입술을 비집..

냥이_20241225

어릴 적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날' 바로 성탄절이 어느 순간부터 벅차던 희열이 사라져 이제는 그저 여느 휴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친구들과 시골 마을의 작은 교회에서 연극하거나 캐럴을 부르거나 맛난 주전부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던 시대가 지나 더 이상 애타게 바라는 게 없던 변곡점을 지나 이제는 애타는 누군가를 해소시켜 주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기대감이 사라진 게 아닐까 싶었다.그나마 휴일이란 건 그토록 나를 기다리던 녀석을 만나는 게 위안이었는데 이사를 앞둔 시점이라 녀석을 포함한 모든 가족들이 기념일을 고찰할 겨를이 없어 26일까지 주어진 휴일조차 정신없이 지나 버렸다.집에 오면 늘 따라다니는 녀석은 이렇게 혼자 멀찍이 떨어져 있을 때엔 눈 맞히려 노력했다.입양 전에 왼쪽 족발과..

냥이_20241219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 뼈를 후비던 통풍도 많이 가라앉았고-그렇다고 보행이 정상적인 건 아니었다- 아끼고 아끼던 연차도 마지막 먼지처럼 흩어지던 날, 역시나 내 눈 앞엔 다정다감한 녀석이 아침부터 알짱 거렸다.어김없이 겨울을 잊게 만들어주는 햇살이 밀려들던 정오 무렵 아점과 커피 한 잔을 마시던 중 애매하게 건방져 보이는 녀석의 자세가 보여 바로 앞에 다가서자 녀석은 티비와 집사를 번갈아가며 가늘게 눈을 떴는데 그래도 건방진 자세를 절대 풀지 않았다.저 삐딱하게 걸친 족발은 뭐냥?그나저나 끝날 것 같지 않던 일 주일이 지나 다시 일선에 복귀해야 되는데 여전히 통풍은 속시원하게 낫질 않았다.

냥이_20241218

이제는 사람인 줄 착각하는 녀석을 겨우 달래 재웠다던데 내가 일어나 아침 식사와 커피 한 잔을 해결하자 용케 알곤 부스스 일어나 덮어준 모포를 그대로 끌고 나올 만큼 놀고 싶었나 보다.녀석의 엉뚱한 모습으로 한바탕 웃곤 아픈 발을 잊었는데 통풍이란 게 빨리 낫지도 않거니와 제대로 발 디딜 수 없을 만큼 통증도 심했다.그나마 다행이라면 남들이 이야기했고, 학교에서 배웠던 정도까지는 통증지수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는데 역시나 사람은 아픈 뒤에야 정신을 차리는 동물이란 말인가!역시 볕이 잘 드는 집이라 오후가 되자 추운 겨울을 잊게 만드는 따스한 햇살이 거실에 해일처럼 밀려들었고, 그러면 녀석은 기분이 좋아 티비 앞에 자리를 잡아 일일이 눈을 맞히는 싸비스를 베풀었다.이사를 하고 나서 가장 그리울 게 있다면 바..

냥이_20241216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는 건 녀석에게 있어 모포가 필수품이 되었다는 것.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며 무료한 시간 틈틈이 녀석이 친구가 되어줬는데 오후 느지막이 잠에 들던 녀석에게 제 전유물인 모포를 덮어주자 밤이 늦도록 꼼짝하지 않고 잠을 청했다.몸은 그대로 두고 이따금 실눈 떠서 출석 체크만 한 뒤 이내 잠에 빠져드는 녀석의 주뎅이를 실컷 감상하며 아주 조금은 가라앉은 통풍의 통증을 달래던 밤이었다.

냥이_20241215

전날 이사를 결정하고 장장 한 달 반을 탐색하던 힘든 주말 휴일이 끝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던 데다 전날 생일빵으로 늦게 헤어지면서 쌓였던 피로로 이튿날 늦잠을 때렸는데 녀석은 같은 시각에 칼 같이 일어나 집 전체를 두리번거렸고, 다들 기상한 뒤에야 녀석도 궁뎅이를 자리에 붙였다.가족들 눈 맞히는 재미에 푹 빠졌는지 한 자리에 식빵 자세로 오래 앉아 잠도 청하지 않았다.PS - 12월 12일 회사 회식 후 약 30분을 걸어 숙소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자던 중 잠을 깨뜨린 통증이 발끝에서 몰려왔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했건만 출근해서는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점심 식사도 거르곤 마을에 유일한 정형외과-여긴 가급적 거르는 병원으로 낙인을 찍었다-에 들러 간단한 검사를 끝낸 소견,..

냥이_20241208

추운 겨울과 달리 햇살이 한껏 쏟아지는 집엔 창을 사이에 두고 영화처럼 포근한 빛과 온기를 뿌렸고, 햇살이 좋은 창가에서 녀석은 달디단 낮잠에 빠져 들었다.작은 모포를 덮어주면 거기에 얼굴을 묻고 고요히 잠을 청하는 모습에서 일상의 평온을 속삭였다.소파에 앉아 티비에 빠져 있는 사이 하루 해는 어느새 정오로 숨 가쁘게 달렸고, 소리소문 없이 잠을 떨친 녀석은 가족들 앞에 앉아 눈을 맞히는 놀이를 즐겼다.일상을 함께하는 여집사 앞에서 가만히 두 눈을 맞히는 녀석을 보면 심장을 가진 생명의 체온 그 이상의 따스한 위로를 받게 되는데 녀석 또한 그런 가족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관심의 양분을 듬뿍 흡수했다.정오가 지나 티비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울려대자 녀석은 소파에 자리를 잡고 함께 티비를 봤다.이런 광경은..

일상_20241207

찾아온 초겨울 추위가 얼마나 무섭길래 대기의 혼탁한 기운들이 자취를 감춰 본연의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겹겹이 줄지어 띠를 만든 구름이 어디론가 사이좋게 총총히 흘러가던 저녁 하늘은 한해의 마지막 달, 12월에 새로운 한 해를 위한 설렘일까? 아님 위로일까?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직 남은 만추의 단풍이 불빛에 물들어 조만간 깊은 겨울잠에 빠질 고운 울림에 거리는 동심원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