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2275

평창에서 태백으로 가는 길_20240123

발왕산에서 내려와 곧장 강릉-도계를 거쳐 태백으로 향했다. 또 다른 겨울을 만나러 강원 내륙으로 가는 길이었다. 직선거리에 비해 한참 에둘러 찾아간, 백두대간에 숨겨진 세상은 앞서 평창과 달리 화려함보다 은둔의 정취답게 인간에 의해 방해받지 않은 겨울이었다. 헤매다 찾았었던 추억이 깃든 태백 일대의 겨울에 까치발 들고 조용히 찾아 숨결을 느껴보자. 횡계를 떠나 영동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 겨울이 아니라면 안반데기를 넘어 정선 구절리를 지나갔겠지만, 강원의 깊은 산중은 빙판이 되어 이방인의 발길을 거부했다. 대관령에 발을 들여놓는 첫 신호탄으로 대관령1터널이 펼쳐졌다. 대관령1터널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탁 트인 시야로 가슴마저 트였다. 생태터널 형식의 2, 3터널을 지나면 다시 산속을 파고드는 4터널이 기다..

냥이_20240121

모포를 덮어준 게 마음에 드는지 그 상태로 번갈아가며 졸다가 눈을 떠도 온기로 무장된 이불 밖을 떠나지 않았다. 녀석에게 있어 자신이 찜한 이불 밖은 위험한가 보다. 이렇게 금세 졸다가도 움직임이 포착되면 민감한 감시카메라가 작동하여 간헐적으로 눈을 떠서 동태를 살피거나 부르면 쳐다보는 정도로 그치고, 주뎅이 스담을 해도 가만히 있었다. 상황을 보면 단순히 따뜻한 걸 넘어 포근한 경지에 이른 표정이었다. 그러곤 한 동안 모포 둥지를 떠나지 않다 대게와 횟감에 자리를 벗어나 가족들한테 다가왔다. 아무렴. 먹을 때는 같이 줍줍 해야지. 모두가 포식하던 날이었다.

상대산 아래 영덕의 명사십리_20240118

이상과 실체, 욕망과 욕구가 만나는 저 먼 곳 어딘가. 너른 명사십리 거친 파도와 한 바탕 멋진 전망의 상대산을 뒤로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밟았다. 상대산에서 내려와 멋진 전망에 포착된 대진항으로 향했다. 마을 넘어길을 곧장 넘으면 대진항과 바다전망대가 있었는데 전날 포항에서와 달리 워찌나 바다 성깔이 개센지 바다전망대 출입은 통제 상태였고, 굳이 전망대가 아니어도 포구 주차장에 내린 순간 서 있기도 벅찰 정도였다. 전망대 쪽 테트라포드 너머 갯바위를 흔들어대는 파도의 위력이 지켜만 보고 있어도 지릴 정도였다. 다시 자리를 옮겨 명사십리 덕천해변으로 이동했다. 내리기 시작한 비가 강풍에 실려 차창을 요란하게 두드렸고, 그만큼 폭풍우 위력이 강하여 해변은 공백 상태나 다름없었다. 한바탕 멋진 세상을 보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