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10

혹한 속 뜨거운 새해 일출, 영양 일월산_20050101

지인의 본가가 있는 의성에서 밤눈을 붙인 뒤 이튿날 칠흑 같던 이른 새벽에 일어나 예상보다 꽤 먼 일월산 정상으로 향했다. 원래 군사 시설이 있어 민간인 출입 불가 지역인데 특별히 1월 1일 새벽 해돋이 시간대만 민간에 개방해 놓는단다. 어떻게 알고 사람들이 어찌나 많이 찾았는지 행사 주최측의 통제에 따라 주차를 하고 얼마 가지 않아 동녘에 야외 무대 같은 조악한 시설로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해가 뜨는 방향으로 하염없이 기다렸다. 좀 일찍 와서 좋은 자리를 잡긴 했는데 한겨울 1200m 고지의 추위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어찌나 추웠던데다 산정상의 바람 또한 상상을 초월하여 노출된 부위들에서 통증이 몰려왔다. 그래도 미리 손난로 챙기길 잘했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또한 그 추위에 감각이 마비 되었는지 ..

추억의 사색 2024.05.22

언제나 아련한 통일전망대_20041121

맨날 붙어다니던 고향 지인이 올라와 가족들과 함께 통일전망대로 가서 윗동네를 훔쳐보던 날.실제 휴전선 부근의 그럴 듯한 집들은 모형이라고, 그래서 눈에 눈물이 나도록 한참을 째려봤는데 역시나 사람 사는 느낌적인 느낌이 없었다. 현재 적으로 분류되어 있긴 하나 때놈이나 쪽빠리에 비하면 잠깐 동안 총칼을 겨누고 있거니와 같은 언어, 민족 아닌가. 저 사람들이 무슨 죄야 서로 총칼을 겨누도록 조장하거나 방치한, 지지리도 못난 지도자들이 죄인들이지.고향 지인도 신기한 듯 한참을 쳐다보며 말 없이 묵묵히 서 있었다. 통일전망대에 왔으면 공식처럼 정해진 다음 목적지는 장단콩요리~

추억의 사색 2024.05.22

냥이_20240229

냥이는 독립적이기 때문에 혼자서도 잘 지낸다는 건 대부분 냥이의 습성을 모른 채 댕이의 배경지식으로 재단한 편견이다.행동은 독립적인 척, 시크한 척 하지만 따스한 심장을 가진 생명들과 같이 정이 들면 가족의 정겨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그래서 집에 있는 동안 늘 붙어 있으려 하고 요구사항을 표현한다.녀석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내게 있어 여가며 휴식 중이란 의미라 서로 왠수가 된다.그래도 눈치가 있어서 커피를 마신다거나 음악을 들을 때 옆에서 옆에 찰싹 달라붙어 기다린다.그러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는 걸 아는지 한 단락이 끝나길 기다린다.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뻗은 다리에 기댄다.그러면 커피를 다마시게 되면 자연뽕으로 움직이는 걸 알고 그때를 기다리는 나름 녀석의 잔꾀다.커피를 가지고 쇼파로 자리를 ..

냥이_20240227

어김없다.노트북을 여는 순간 어떻게 알아차리고 성큼성큼 다가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판단력으로 무릎 위에 자리잡았다.이때까지만 해도 넘무 얌전히, 넘무 다소곳이 컴퓨터를 째려봤는데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의 손바닥에 두 족발을 괸 채 얼굴을 묻고 잠들었다.한차례 몸을 뒤척이더니코를 골고, 입을 살짝 벌린 채 곤히 잤다.분명 낮에 가족들 먹여 살리기 위해 힘든 노동을 하는 게 분명하다.

동탄과 오산 사이 친근한 야산, 필봉산_20240225

필봉산은 오산시 내삼 1동의 마을 뒤(동쪽) 있는 산으로 이 지명의 기록상 유래는 조선시대로 전해지는데, 조선의 22대 임금의 정조 임금(1776-1800)께서 1789년(정조 13년)에 자신의 부친인 장현세자(사도세자)의 능을 수원으로 옮기며 현륭원을 만들고 그 후, 배다리를 만들어 한강을 건너면서 10여 차례나 행차한 기록이 나오는데, 필봉산이란 지명을 갖게 된 것도 이때쯤으로 보인다.필봉산은 해발 144.2m 정도의 산으로 정조가 화산에 나섰다가 화남방의 오미 즉, 오산까지 행차하시어 필봉산을 보시고는 산은 낮지만 일대의 산이 없어 멀리서 바라보니 "붓의 끝" 모양과 같아 필봉이라 부르게 되었다 전해진다.[출처] 필봉산 정상 소개 화성과 오산 사이에 길게 뻗은 필봉산은 봄꽃들의 잔치가 성대한 곳으로..

냥이_20240225

녀석과 함께 유튭을 즐겼다.아마도 뒤에서 보면 두 수컷의 뒤통수가 비슷하겠지?그러다 졸음을 참지 못하고 녀석이 먼저 뻗어 한참을 보듬어줬다. 낮 동안 집사들은 쇼파에 앉아 티비를 시청하고, 녀석은 집사들 앞에서 티비 보는 집사들을 째려보며 출석 체크를 했다.그러다 가끔 티비에서 호기심 유발하는 소리가 들리면 힐끗 쳐다보다가도 다시 집사들을 향해 시선을 묶었다.가끔 집사들과 눈이 마주치면 눈인사는 기본 싸비스~저녁에 무릎 위로 올라와 자리 잡은 녀석을 안고 유튭을 틀어 함께 즐겼다.한참 그렇게 시청하다 녀석의 눈이 점점 무거워져 가는 걸 느꼈다."코코 재밌니~?" 소리에 녀석이 눈을 번쩍 뜨고 똘망한 눈망울로 화답했다.다시 집사의 손바닥을 괴고 무거운 눈꺼풀을 방치시켰다.녀석의 머리가 집사의 손바닥에 닿기..

맛과 식감, 두 마리 토끼와 같은 새조개_20240224

과하지 않은 바다 내음, 쫄깃한 식감이면서 질기지 않은 새조개 샤브샤브를 처음 먹어봤는데 새조개의 공로도 인정하지만 전라도식 스원, 구수한 육수를 만나면서 통제할 수 없는 식욕으로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특히 차가운 바람이 불면서 온몸에 퍼지는 따스함은 감당 불가였다.순차적으로 나오는 맛깔난 음식들.가짓수가 푸짐한 대신 제대로 된 몇 가지만 집중해서 차라리 메뉴의 짜임새는 알찼다.뒤이어 새조개는 정말 새부리 모양이었다.끓는 육수에 3분.쫄깃한데 질기지 않았고, 바다 내음이 퍼지는데 비리지 않았다.거기에 톳 무침이 이리 맛난 줄!여간해서는 음식점에 가면 처음 세팅된 반찬만 즐기고, 아무리 맛나도 추가로 요구하지 않는데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갖춰진 것만 즐기자는 소신도 이렇게 무너질 수 있구나.순식간에 새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