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8 5

밤마저 고요한 무주_20190429

2009년 초봄에 온 이후 언젠가 다시 오리란 다짐만 손에 꼽아 놓고 드뎌 숙원을 푼 무주 행차시다.거쳐간 적은 많지만 무주에 목적을 두고 온 건 10년 만이라 당시를 반추해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성스러운 백두대간이 품은 고장이라면 어느 하나 소홀한 곳 없겠지만 작고 아담 하면서 잘 꾸며진 모습이나 과묵 하면서도 많은 전설과 구전을 간직하고 수줍은 듯 자신을 숨기고 있지만 기실 겸손과 뚝배기 같은 이미지가 연상 되기도 한다.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지역도 첫 인상이란 게 반이라고 하지 않더냐.봄비가 구슬프게 내리던 초저녁에 도착하여 무주를 아우르는 남대천을 거쳐 미리 예약한 숙소에 봇짐을 풀어 헤쳤다. 초저녁에 도착하여 간단한 비상 식량을 마련하는 사이 빗방울이 가늘어지고, 그 가늘어진 보슬비가 피부에 닿자 ..

일상_20180428

봄은 짧은 게 아니라 붙잡고 싶은 미련이 눈을 멀게 해서 그런가 보다.이렇게 동네 곳곳에 봄이 자리를 잡고 있건만 거창한 계절이라는 스스로의 탐욕에 도치되어 먼 곳만 바라 보게 된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고, 휴일 졸음을 떨치면 주위에 봄은 쉽게 누릴 수 있더라.잠시 걷는 다는 게 꽤 시간이 흘러 많은 봄을 낚아 챘다. 적벚꽃이란다.우리가 흔히 봤던 벚꽃이 지면 이 친구가 등장한다는데 곱기도 하다. 진달래꽃이 떨어지면 파란 이파리가 돋아난다. 반석산을 걷던 중 복합문화센터 뒷편의 산언저리가 화사하다. 아파트 울타리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 터널길.여름이 되면 무성한 그늘의 터널이 자란다. 적단풍이 마치 가을에 온 듯한 착각으로 물들인다. 청단풍의 청아한 신록. 넌 뭐지?

일상_20190426

봄의 종말을 고하는 비일까?봄비의 소리가 구슬프다.그럼에도 피부에 살포시 내려 앉아 조잘거리는 비가 반갑다. 단풍색이 젖어 걷고 싶어지는 길. 말라버린 무성한 칡 더미에서 새로운 싹이 꿈틀대며 허공을 향해 팔을 뻗기 시작한다. 한껏 망울을 펴고 싱그러운 포옹이 한창인 봄꽃들.봄의 전령사들이 지난 자리에 같은 궤적을 그리며 솟아난다. 비가 그치고, 서산 마루에 걷히던 구름의 틈바구니로 석양과 노을이 하늘을 뜨겁게 태운다.

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상동 가는 길_20190422

만경사를 거쳐 상동으로 가던 중 통과 의례로 거치게 되는 솔고개는 나도 모르게 주차를 하고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겨 천천히 오르게 된다.하루 종일 따가울 만큼 강렬한 햇살이 내리 쬐이며 그에 더해 힘겹게 오르던 솔고개를 넘어 서자 하나의 성취감과 더불어 단조롭던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특이한 풍채에 반해서 마법의 덫에 걸린 양 끌려 가는게 아닐까? 솔고개의 주인공 소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서 면밀하게 살펴보면 세월의 굴곡이 무척이나 많이 패여 있다.한 해가 지나도록 뭐가 그리 달라 졌겠냐마는 자주 올 수 없는 길이라 변화를 찾는게 아닌 존재 과시에 안도한다. 솔고개 너머 단풍산은 여전히 아래를 굽이 살피며 그 자리에 머물러 산신령처럼 이 지역을 다스린다.늘 무고하게, 그리고 앞으로도 둥지처럼 평온하게 지키는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