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 104

대미를 장식한 드래곤 길들이기3_20190215

올 겨울에 잠잠한 눈 소식이라 내리는 눈을 반가워 해야 하나?내일 강원도 가는 길을 미리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는게 내리는 눈의 양이 그리 많지는 않단다. 한남대교를 지나는 길 동탄 CGV에서 드래곤 길들이기를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늘어선 나무 위로 눈이 앉았다. 영산홍 위에 피다가 만 눈꽃. 자세히 보면 싸락눈이 내렸던 거다.마치 고운 소금을 뿌려 놓은 것처럼 작은 알갱이 입자가 원형 그대로 쌓여 있다. 최애 시리즈 중 하나인 드래곤 길들이기는 판타지적 요소에 어드밴처까지 가미된 작품으로 뻔한 신파극이라 할지라도 몰입도와 탄탄한 스토리를 갖췄다.특히나 아바타와 같은 해 개봉한 1편은 작품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갖춰 드림웍스 시리즈 작품 중 흥행에 비해 든든한 자리를 꿰찬 명작이기도 하다.신적이거나 괴수 ..

일상_20190213

시간은 골짜기의 세찬 강물처럼 부지불식간에 세상의 등을 떠밀어 벌써 19년의 한 달과 보름 정도를 집어 삼켜 버렸다.다만 소리가 전혀 없다.그 기운찬 시간의 물결을 보다 보면 산을 깎고 바위를 도려 내듯 얼굴에 자글한 주름을 패고, 머릿칼에 검은 색소를 시나브로 현혹시킨다.약속처럼 언젠가 기다림에 익숙해 지리라 단언했건만 자취 없이 할퀴는 촉수의 야속함에 익숙해졌던 초연마저 상실되는 시간의 흐름.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아직은 많아 번번히 서운함을 잊게 된다. 석양 빛이 아파트 건물에 부딪혀 눈부시다. 이번 겨울은 혹한이 거의 없었지만 반석산에서 흐르는 여울은 여전히 얼어 있는 걸 보면 아직은 겨울이 짙다.

일상_20190209

사람들이 많이 몰려 혼잡할 명절 연휴를 지나 주말에 오마니 뫼시고 만의사를 간다.오마니께선 종교적인 이유로, 나는 도심 일탈을 목적으로 손 쉽게 찾는 만의사는 도심 가까이 자리를 잡고 있어 문명에 대한 종속의 흔적이 쉽게 눈에 띈다.내가 길들여진 문명을 탓할 수 없어 아쉬움으로만 남겨 놓을 수 밖에...사찰에 오면 가족들과 달리 산책을 하며 곳곳을 둘러 본다. 오랜 대수술을 거쳐 오솔길이 이렇게 변모 되었다.봄이면 장미를 비롯, 각종 야생화도 소복이 피는 길인데 이제는 그 소담스런 길을 볼 수 없게 되었구먼. 그러곤 이런 불상도 들어섰다. 아마도 절에서 키우는 백구 몇 마리 중 하나 같다.한 쪽에 쌓여 있는 벽돌과 기왓장은 전부 돈이다. 무봉산자락에 기댄 만의사. 불상의 후광.아쉽게도 석양은 늘 성급하게..

일상_20190202

비록 음력이지만...새해의 시간은 지상으로 자리를 틀고저무는 기억은 추억으로 서린다.변한 게 없는 시간이지만유별난 의미 부여로 세상 모든 게 새로이 재탄생 된다. 얼어 붙은 호수에 나리는 석양의 황금빛 파동.이 주말 휴일이 지나면 이내 설날이고 음력의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 얼마 전 봤던 겨우살이는 절기와 지나는 시간을 잊은 듯 같은 모습, 같은 자리에 그대로다.

동탄 호수 야경_20190201

얼마 전까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었던 호수가 말끔히 단장하고 애타게 사람들을 기다린다.얼마만에 갔는지 모를, 그저 까마득한 시간이 흘렀나 싶다. 수문 가까이 차를 세워 놓고 시계반대 방향으로 산책을 하는데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어 특히나 느긋하게 둘러 보았다.호수 반영 사진이 멋지긴 한데 카메라로 찍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아이폰 특성상 자글한 노이즈가 거슬리잖아. 거의 한 바퀴를 채운 시점에서 테라스하우스 앞 선착장처럼 생긴 자리에서 한창 불을 밝히는 도심을 향해 바라 보자 해가 지날 수록 점점 화려해지고, 불빛들이 빼곡해져 간다. 비교적 잔잔한 대기에 호수는 거울 같지만 겨울이라 서리의 결정체가 벌써 반짝인다.힘들것만 같던 한 바퀴 산책이 이야기 나눈 사이 금새 당도하여 친숙한 운동으로..

여주 남한강 하늘_20190201

이른 퇴근 후 집에서 잠시 기다렸다 범군과 함께 여주 남한강으로 곧장 내달렸다.2년 조금 넘는 동안 처음 보는 반가운 얼굴이지만 시간이 넉넉치 않아 감상에 젖을 시간 없이 앞만 보고 달렸으나 막상 강변에 도착하자 세찬 겨울 강바람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다만 잠깐 머무르며 하늘을 보자 거대한 들판에 떠 있던 세상이 장엄하게 보인다. 평소에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겨울의 냉혹한 바람에 더더욱 조용했던 날이기도 했다. 잠깐 동안 추위에 찌들었던지 카페에서 마시는 따스한 커피 한 모금이 무척 감미롭고 포근했다.통 유리 너머 평온해 보이는 세상과 달리 여전히 강바람은 남한강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가만 두질 않았다.하는 수 없이 동탄으로 서둘러 넘어 올 수 밖에.

일상_20180129

홍천과 김제를 다녀온 후 차에 주인을 원망하듯 뽀얀 먼지가 소복히 쌓여 있다.새차를 한 게 얼마 만인지 기억에 나질 않아 마침 햇살 좋은 오후에 자동 세차 한 판 땡기고 물을 훔치고자 부근을 돌아 다니던 중 고속도로에 치여 존재 조차 모르고 있던 아주 자그마한 유적지 겸 공원에 들렀다.행정 구역상 오산이긴 하지만 동탄 옆이라 걸어서 가더라도 금새 당도할 만한 거리로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에 휑한 바람 뿐이라 잠시 둘러 보며 시간의 흔적들을 자근히 유추해 본다. 북오산 나들목 옆 토끼굴을 지나면 뜬금 없는 장소에 크지도, 매끈하지도 않은 공원이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다. 때론 적막이 필요할 때 들리면 되겠구먼.오래 머무르지 않았지만 그 사이 가끔 지나치는 차량은 있어도 사람은 전무후무하다. 이 공원의 주인..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 하얼빈역_20190125

문학마을을 한 바퀴 둘러 본 뒤 곧장 하얼빈역으로 걸어 갔다.하얼빈역 광장은 제법 널찍하게 트여 있고, 역사 내부도 당시 경관을 충실하게 꾸미기 보단 역사적 사실을 빼곡하게 채워 넣었다. 하얼빈역으로 걸어가는 길은 매끈하게 뻗어 도중에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문학마을과 조금 거리가 있는 건 한반도와 만주의 거리감을 표현한 걸까? 하얼빈역에 도착. 역사 내부와 당시 분위기를 재현해 놓았다. 이번 관람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장면, 이런 걸 명장면이라고 하지. 하얼빈역사 내 2층의 텅빈 공간에 홀로 앉아 잠시 쉰다.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을 재현해 놓았고, 조정래 작가의 작품들도 있다.또한 소설 아리랑 집필을 위해 만주 기행도 있어 정독해 봄직 하다. 독립을 위해 헌신한 위인들 누구 하나 잊을 수..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_20190125

김제 지인집을 나서자 기분 좋은 햇살이 눈부시게 퍼붓는다.어느 국밥 집에 들러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텀블러에 커피 한 잔을 담아 지도를 보며 미리 계획했던 아리랑 문학마을로 향하는데 우리 나라 최대 곡창지대라고 배웠던 평야를 바라 보자 실감이 날 만큼 끝도 없이 펼쳐진 김제 평야가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다독인다.처음에 문학마을이라는 텍스트만 봤을 때 마치 아리랑류의 고전 문학 박물관 같은 느낌이 강했으나 막상 도착하여 찬찬히 둘러 보자 일제 침략기의 치욕적인 역사가 문학에 베어 있는 사실들을 중심으로 집대성 시켜 놓았다.침략과 그에 대한 저항이 작은 마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고, 작품과 작가의 연대도 놓치지 않았다. 일제 침략기 당시 재현된 건물들이 초입에 들어서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김제 까마귀떼_20190124

홍천에서 익산으로 내려와 잠시 시간 보내고 김제로 넘어왔다. 익산 카페에 들어가 맥북을 켜는 찰나 전원 먹통이다. SMC 초기화를 했음에도 아예 전원이 들어 오지 않아 조금은 속상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휴대폰 충전기나 보조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이럴 수 있단다. 정품 충전기를 연결해서 다시 SMC 초기화를 하면 원래 대로 부팅 되니까. 지인 집들이겸 모처럼 반가운 얼굴로, 거의 휴일 없이 보내는 녀석이라 그나마 내가 움직이는 게 낫겠다 싶어 쉬엄쉬엄 차를 몰고 내려 왔는데 퇴근 시간에 맞춰 잠시 차를 세워 놓고 기다리는 사이 하늘에 어마무시한 까마귀떼가 하늘을 지난다. 난생 처음 초대형 까마귀떼를 눈 앞에서 목격한 거라 ㅎㄷㄷ했다. 한편으로 따지면 지는 석양을 배후에 두고 까마귀떼가 흐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