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올해 마지막 여정, 계명산_20181230

사려울 2019. 8. 1. 00:59

2018년의 햇불도 거의 꺼져 가는 연말 즈음 치열 했던 한 해의 조용한 마무리를 위해 도시를 떠나 인적이 뜸한 충주 계명산으로 떠났다.

먼 발치에 문명의 불빛은 밤새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이미 소음은 거대한 호수와 빼곡한 숲에 상쇄되어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고, 적막이 깔린 공간의 산과 호수가 만나는 세상에 불청객인 양 끼어 들어 고요한 그들의 대화를 엿 들어 본다.

간헐적으로 지나가는 바람과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한 새소리가 꾸밈 없이 생생하게 들리는 이 진솔함을 얼마 만에 들어 봤던가?



늦게 출발한 궤적으로 계명산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하여 산이 늘어뜨린 그림자가 꽤나 많은 세상을 삼킨 뒤였다.



머뭇거리는 사이 서산으로 넘어가는 일몰이 가속도가 붙어 간단한 차림으로 통나무집을 나와 홀로 계명산으로 연결된 가파른 산책로를 밟았다.



산의 중턱에 다다르자 비탈은 더욱 심해지고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흙은 비를 맞은 것처럼 물러져 신발에 달라 붙기 일쑤다.

게다가 물러진 땅을 밟자 비탈진 지형으로 인해 아래로 쏠리기 시작했고, 얕은 위험을 감수할까 하다 석양의 자취도 사라져 도중에 발길을 돌렸다.



조금 내려 오자 겁나 멀어졌던 호수가 다시 가까이 다가왔다.



전나무숲을 보며 불현듯 영화 블레어 위치가 생각난다.

이런 청승 부르스라니!




계명산 산책로는 여러 갈래 얼키고 설키어 있다.

이 길을 걸으며 좀 더 호수가 트인 자리를 찾다 보면 제법 걷게 된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통나무집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위치에 이런 정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잠시 쉬어 가라는 배려인가?



높은 곳만이 대수가 아니라고 가르쳐 주는지 의외로 낮은 곳으로 내려 오다 보면 이렇게 호수의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호수로 트여 있는 자리를 찾아 잠시 앉은 채로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있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렸다.



동지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라 하나둘 불이 켜지는가 싶더니 잠깐 사이 어둑해지고 인가의 불빛은 환해진다.



느지감치 통나무 집을 나서 텅빈 휴양림의 너른 공간에 앉아 강렬한 비트의 락을 틀어 놓는다.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나가고 싸늘한 대기로 한기가 느껴질 무렵 통나무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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