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266

냥이_20250209

꽁꽁 얼어붙은 추위 속에서 거실엔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고, 덩달아 적당히 따스할 정도로 온도를 설정해도 그 햇살로 인해 난방이 작동하지 않았다.그래서 녀석은 아무 곳이나 퍼질러 잤다.이사한 뒤 이틀 만에 적응한 녀석은 시간대별로 퍼질러 잘 수 있는 선호 구역을 정했는데 햇살이 너무 따가울 땐 적당히 햇볕도 피하면서 조금만 움직이면 다시 따사로운 햇볕을 볼 수 있는 자리를 선점했다.집사는 덩달아 녀석의 평온한 표정과 모습에 마음이 따스했다.근데 주뎅이를 보면 아랫입은 겨우 달린 것처럼 보였다.잘못하면 떨어지겠다, 뇬석아!

냥이_20250128

낮이 짧은 겨울이라 저녁 식사를 하고 어영부영하는 사이 깜깜한 밤이 되었고, 9시가 되자 아파트 단지를 제외하곤 온 세상이 암흑 천지였다.신기하게도 아파트단지와 진입로는 인적이 끊이질 않았는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입주했는지 밤이 늦도록 산책을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그런 모습을 녀석은 창 너머로 신기한 듯 한참 쳐다보며 낙으로 삼다 저녁이 되자 칭얼거려 거실 바닥에 내려앉자 바로 무릎 위로 타고 올라와 졸아댔다.길게 뻗는 바람에 녀석을 지탱하는 게 힘들어 꼼지락 거리자 녀석이 서서히 졸린 눈을 뜨기 시작.결국은 잠에서 깨어나 유튭을 함께 시청했다.한참 앉아 있자니 다리가 저려 녀석을 쿠션에 내려두곤 다시 야밤의 산책에 나섰다.

냥이_20250126

설 연휴 둘째 날.녀석은 아니나 다를까 집사 체온을 즐겼다.전날 자기 전에는 내게 와서 스담 선물을 잔뜩 받았고, 일어나 다른 집사의 품속에 자리를 잡아 체온 선물을 받았다.물론 집사들은 정겨움과 녀석으로 인해 대화가 늘어난 화목을 선물 받았다.애기처럼 안기는 걸 좋아하는 녀석이라니!제수용품을 준비하기 위해 동탄과 정남을 거쳤는데 정남에 도착했던 시각이 8시 정도.정남 하나로마트엔 비교적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몇 가지 품목은 상상 이상으로 저렴해 주섬주섬 사서 집에 도착하자 밤 9시를 훌쩍 넘겼고, 낮부터 혼자 있었던 녀석이기에 사람 온기가 그리웠나 보다.

냥이_20250125

연휴 첫날, 모처럼 날아갈듯한 기분을 수렴시켜 브라더스 모임을 가졌고, 참석율이 무척 높았다.큰 행님도 오시고, 막내도 오기로 했는데 아쉽게도 마당발 행님만 못 오신다고.오산으로 이사 와서 처음 서울 나들이라 어떻게 가야 될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막역했는데 어차피 몸소 체험해 봐야 요령이 생기지 않겠나 싶어 대로까지 걸어가 버스-1호선을 이용해 약속장소인 종로 5가까지 도전하기로 했다.아침에 일어나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녀석과 함께 어울렸는데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 창가 세라젬 위에서 갑자기 냥이 풀 뜯어먹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자 정말 풀을 게걸스럽게 뜯고 있었다.큰누님이 시골에서 공수해 온 귀리는 싹이 트이는 순간부터 엄청난 속도로 자랐는데 그에 맞춰 녀석의 캣그라스 취향도 왕성해 다행히 생..

뭉치_20250118

말 그대도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뭉치는 어찌나 에너자이저 같은지 잠시도 궁뎅이를 바닥에 붙여 놓지도 않거니와 집주인 격인 코코마저 안방에 격리시킬 만큼 앙칼스럽다.그런 뭉치가 집에 온다는 전화를 받는 순간 긴장을 하게 되고, 코코의 쿠션이나 애장품들을 숨겨놓는데 어김없이 영역 표시에 코코를 향한 허장성세는 여전했다.그래도 녀석은 내게 꽤 호의적이었는데 아마도 한 지붕에 사는 가족을 제외한다면 녀석과 함께 산책을 많이 다닌 보람 아닐까 싶었다.산책 간다면 녀석도 데리고 가달라고 방방 뛰는데 집이 더 이상 폭파되기 전에 얼른 떠나보내자 녀석도 신이 났었다.워낙 혈기왕성한 녀석이라 쇼핑백에 담아 현관을 나서자 왠열! 녀석이 거짓말처럼 얌전했다.차에 타고 떠나기 전에 창문 너머 녀석이 고개를 내밀었는데 ..

냥이_20250112

이사와 더불어 긴 휴가도 훌쩍 지나 마지막 날, 이른 아침에 부스스 눈을 떠보니 녀석이 캣타워에 올라 창 너머 세상 구경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그러다 내가 일어난 인기척을 느끼곤 지그시 쳐다봤는데 긴 연휴 마지막 날로 다가와 이런 정겨운 모습도 잠시 묻어둬야 한다니!연휴 내내 혹독한 한파로 바깥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아 그 시간 동안 굵직한 추억이 거의 없어 조금 어깨 쳐지는 추억이긴 했다.

냥이_20250110

이사를 가면 힘들어하는 건 사람보단 냥이가 더 심하다.영역 동물이라 완전히 뒤바뀐 영역인 데다 가구며 낯선 새로운 가전들이 있어 녀석은 이사를 하는 동안 차에 있다 이사가 끝나고 집으로 옮겨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어딘가에 숨어 있기만 했다.그러다 이튿날 조금씩 집을 탐색했는데 밤이 될 무렵엔 많이 적응했는지 제법 꼬리를 세우고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비교적 적응력이 뛰어난 녀석인가 보다.밤에는 여느 날처럼 사람 품에 안겨 잠이 들다가도 누군가 돌아다니면 가슴팍에 묻어둔 얼굴을 번쩍 들어 주시했다.그러다 내 모습을 확인하곤 다시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지난번 동탄에서도 새집이었는데 이번에도 새집이라 사람은 좋아라 하지만 냥이들은 이런 부분에서 사람과 완전 달라 적응에 힘들어 며칠 경계한다는데 다행히 ..

냥이_20250108

이사를 하루 앞두고 청소 대행업체를 지정했는데 요것들이 약속을 어기고 하루 늦게 오는 바람에 분노를 삭히고 있었고, 무의미하게 틀어놓은 티비를 보는 둥 마는 둥 하자 녀석이 뭔가를 포착하고 냉큼 티비에 다가가 앉아 호기심을 드러냈다.녀석 덕분에 참자! 참자! 참자!역시 달콤한 말에 속으면 안되는데 또 속으며 사회의 생존 논리를 깨닫던 하루였다.

냥이_20250107

녀석의 일상 중 하나가 바로 쇼파에 앉은 여집사 앞에 궁뎅이를 깔고 앉아 빤히 쳐다보는 거라고.밤 10시가 넘어 녀석은 얼른 집사와 잠자리에 들자는 신호 같기도 했다.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혼자 잠자리에 들지 않고 여집사를 빤히 쳐다보는 눈빛이 신기했다.어차피 같은 이불을 쓰는 것도 아니고, 여집사 잠자리 옆 제 쿠션을 고집하는 녀석인데 혼자 들어가 자면 안 되냥?

냥이_20250104

내가, 아니 울 가족들이 고양이에 대해 그릇된 편견을 깨우침과 동시에 애묘인이 된 계기, 바로 요 녀석 덕분이었다.강아지 이상으로 사람을 쫓아다니며 귀찮게 하는데, 그게 귀찮게 여겨지지도 않고, 도리어 정겨운 감정까지 들게 하는 녀석.때마침 새해 들어 처음 집에 들어간 주말에 녀석은 어김없이 내 무릎에 자리를 잡고 잠에 빠져 들었고, 그 자세는 뒷 족발을 입에 붙었다.마치 제 발향기에 기절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