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 65

이 시절의 마지막 캠퍼스_20180626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마지막 순간은 늘 시작과 다른 두려움과 아쉬움을 남긴다.일상의 타성에 젖어 사진도 남기지 않은 채 그냥 강의가 끝나길 기다리는 습성으로 하루늘 넋 놓고 기다리다 괜한 미련이 자극되어 캠퍼스를 벗어나는 발걸음이 무겁다. 그렇게 시간은 정신 머리가 느슨해 진 틈을 타고 쏜살같이 줄달음치곤 어느새 장마전선을 끌고 와서 감당할 수 없이 잔혹한 시련의 씨앗을 퍼트리고 달아나 버렸다.한 걸음 더듬고 소화 시키기도 전에 한달음 성큼 멀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까마득한 꼬리의 자취만 아득히 보인다.캠퍼스의 나무들도 앙상한 가지만 위태롭던 초봄에 학업을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짙은 녹색 옷으로 갈아 입고 태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소한 내 기억의 창고 안에 머무르는 비는 화사하게 망울을 터트린 꽃 만..

자귀나무_20180624

치열했던 일상에서 희미하게 찍는 쉼표처럼 일요일은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흘러 갔다.그렇다고 집에 멍하니 있으면서 휴일을 그냥 보낼소냐 잠깐 산책 중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주위의 화사함에 시선이 묶이며 그런 여유를 인지하는 방법도 여러가지.초여름 따갑고 쨍한 햇살의 예봉이 꺾이길 기다렸다 자연으로 나오자 세상이 이렇게도 달라 보인다.어디가 끝인지 가늠할 수 없는 맑은 하늘을 머리에 올려 놓고 걷는 이 시간들이 활짝 열어젖힌 꽃망울 만큼, 아니 그 이상의 공중부양한 채 떠다니는 기분을 애써 억누르지 않고 구름처럼 흘러 다닌 휴일 시간이 반갑고 아득하기만 하다.근래 알게 된 자귀나무의 부채살 같은 도도함이 겹겹이 모이면 우아하게 바뀐다.

언젠가 끝나는 시간들_20180620

학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대구역 광장 위에 펼쳐진 거대한 규모의 노을이 아름답다. 첫 강의 참석 때 동대구역 하늘의 석양과 비교해 보면 어차피 같은 하늘에 같은 석양으로 구름이 타오르겠지만, 마지막에 대한 아쉬움을 하늘이 알고 더욱 붉게 타들어간다. 겨울색 짙던 캠퍼스의 앙상한 나무들은 어느새 녹색 울창한 신록을 만개시켜 빼곡한 숲을 만들고, 더위에 쉬어 갈 수 있도록 햇살을 완전히 차단시켜 가뜩이나 살인적인 대구 더위를 잊으라며 편안한 휴식을 도와줬다.교육기간 동안 복잡하고 심란한 일들이 참 많았고, 업무와 학업 병행의 어려움을 어찌 다른 사람들한테 실토할 수 없어 이 나무숲 그늘 아래에서 위안 삼곤 했는데 이제는 정든 작별을 준비해야 될 시기가 가까워졌다.모든 선택한 일들이 어찌 나쁜 일..

캠퍼스 생활 3개월_20180619

3월 14일 오리엔테이션이긴 하지만 대구 캠퍼스에 첫 발을 들인 후 3개월 남짓 지났다.화요일이나 수요일에 휴일이 끼어 있던 해당 주를 제외 하면 대부분 매주 마다 대구를 내려와 하루 10시간 이상, 이틀 꼬박 빼놓지 않고 강의를 듣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를 했는데 그간 많은 굴곡과 추억 거리가 있었고, 늘 처음 시작이면 언제 지루한 날들이 마무리 될까 생각했던 상투적인 마음가짐이 이제는 그리움으로 바뀌는 시기이기도 하다. 학우이기도 한 웅지시인의 자필 싸인을 받으려니 집필자가 조금 쑥스러운지 얼굴에 홍조가 살짝 띄인다.그래도 미리 준비를 했던지 가방에서 붓펜을 꺼내 능숙하게 싸인을 휘갈기며 감사하다는 말은 빼놓지 않는다.극단적으로 동적인 주짓수와 반면에 극단적으로 정적인 시 집필이라...도전치곤 쉽지 않..

강의 전 날에 먹는 막창_20180618

2주 막판으로 흘러간 강의를 앞두고 여전히 하루 일찍 도착하여 지인을 만나 조촐하게 막창을 곁들인 소주 한 사발 때린 날이다.숙소는 인터불고 호텔 예약을 놓쳐 인근 동촌유원지에 어느 깔끔한 모텔이었다.보통 모텔들, 특히 동대구역 인근 모텔들은 대실 손님으로 인해 밤 늦은 시간부터 체크인이 가능한데 동촌유원지에 강의 시작 전날 몇 번 숙소로 잡은 알토모텔은 일반 호텔처럼 3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하여 역시나 이 모텔로 하루 숙박을 잡았다.게다가 동촌유원지 특성상 먹거리 넘쳐나, 강 인근이라 전망-실제 내가 잡은 방은 강을 볼 수 없는 위치-이고, 방도 넓직하니 왠만한 숙소로 잡았던 모텔이나 호텔보다 공간이 컸다. 지인을 만나러 가는 막창집은 숙소와 가까이 있는 곳으로 막창집이 맞나 싶을 만큼 넓고 깨끗하고 인..

일상_20180617

근래 후덥지근한 날씨에 비하면 조금은 서늘한 휴일 오후.반석산 둘레길을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걷자 시원하다고 하더래도 여름 답게 사정 없이 쏟아지는 땀줄기를 부는 바람에 잠시 식힌다. 둘레길 양 옆에 개망초가 걷는 이들을 반긴다. 바닥엔 밤꽃이 자욱하게 떨어져 며칠 욱일승천하던 밤꽃향이 금새 가라앉았다. 복합문화센터 안쪽에 텅빈 야외음악당에 앉아 작은 스피커로 음악을 틀자 무료하던 공간에 활력이 들어선다.여전히 많은 밤꽃이 부는 바람에 파도처럼 출렁이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장마와 지루한 찜통 더위를 예감할 수 있다.

일상_20180616

몇 개월에 한 번씩 태용이 만나 식사도 같이 하고 술판도 벌이며 웃고 떠든다.알게 된지 10년이 훌쩍 지나 점점 친해지는 뚝배기 같은 친구로 술 자리에서 아무리 취해도 주사 한 번 없고, 사소한 대화에도 유쾌하게 웃으며 장단을 맞춰 준다.그런 태용이를 만나러 서울로 나와 잠깐 회사에 들러 볼 일 보고 허기진 배를 달랜다. 맛은 별로지만, 온갖 자극적인 토핑을 배제한 샌드위치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건강한 맛 같다.신선한 원료의 아삭한 식감 외엔 그닥 내세울 게 없고, 맛이 아닌 간단한 끼니로 가끔 때우는데 먹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맛은 너무 담백한 나머지 먹는 즐거움은 전혀 없다. 저녁이 가까워지고 북적대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싫어 일찍 만나 저녁을 챙겨 먹는데 육즙이 미어 터지는 스테이크가 땡긴단다.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