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8 10

일상_20181211

회사 회식으로 퇴근 해서 택시를 타고 이태원으로 넘어 가는데...버티고개까지는 10분도 안걸렸는데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의 제일기획 조금 못간 지점에서 이태원 교회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오늘은 메뉴는 브라이 리퍼블릭인데 예약하지 않으면 대기 시간 기복이 심해서 실제 30분 정도 기다려야 된단다.남은 시간을 커피 한 잔 하기로 하며 바로 밑 카페로 들어갔다.근데 실내가 짓다 만 창고 같아 이태원에 있어서 이채롭고 감각적이라 받아 들이는게 아닐까?만약 우리 동네 옆 논두렁에 있었다면? 무지개 빛깔 거울에 비친 우리 모습을 사우가 찍었다. 커피값은 비싼데 맛은 그닥. 시간이 다 되어 다시 브라이로 갔다.실내는 그리 널찍하지 않고 연기가 자욱하고 사람들로 북적인다.양괴기, 립, 새우에 독일식 맥..

모든게 쉬어가는 겨울_20181209

늦은 밤에 봉화에 도착하여 간단한 다과를 즐긴 후 여독을 참지 못하고 졸거나 누운 가족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식이 남아 있는 가족들과 맥주 한 사발 뽀개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그러던 중 문득 청명한 밤하늘 생각에 카메라를 들고, 밖을 나가 고개 들어 가만히 쳐다 보자 총총히 빛나는 별이 당장 눈에 들어왔다. 별빛들이 모여 강을 이루는 은하수를 기대했지만 볼 수 없었다.오리온자리를 비롯하여 여러 별자리에 심취 했었던 요람기까지 기억에 선하다.대충 찍어도 이렇게 선명하게 나온건 사실 오지마을의 추위로 카메라가 오작동 하면서 이거라도 건지자는 심정이 별빛 만큼 선명하다.서울에서는 희미하지만 언제나 밤하늘을 비추는 별.별 하나의 추억과별 하나의 사랑과별 하나의 쓸쓸함총총하게 별이 박힌 겨울 밤하늘은 그저 아..

안동_20181208

올 겨울의 첫 동장군 맹위가 매서웠던 주말, 안동 도심 한복판에서 만날 가족을 기다리며 설렘을 차분히 어루만진다.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추워진 겨울 정취에 빠져 눈 앞에 펼쳐진 극단의 공기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여기가 안동의 핫플레이스인지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제 아무리 춥다고 한들 젊은 불빛과 주말 활기의 예봉을 쉽사리 꺾을 수 없나 보다.

만추의 잔해_20181206

이른 아침엔 눈꽃을 보고, 해질녘에는 가을 꽃을 시신경에 아로 새긴다.단풍 낙엽이 소복히 모여 있지만 가을 꽃만큼 아름답지 않나. 동면에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표식인지 단풍의 고유 색감을 아직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다.아주 잠깐이면 주위에 태동하는 계절을 볼 수 있는데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록 위안거리를 스스로 거부하게 된다.세상이란, 인생이란 앞이, 미래가 모든 이치는 아니다.

일상_20181206

이른 아침 출근길, 눈발이 살짝 날려 앙상해져 가는 영산홍에 기대어 앉았다. 어차피 부시시한 정신 머리로 감성이란 게 잔뜩 메말라 있는데 가끔 보이는 아침의 싱그러운 마법에 가던 길을 잠시 멈춰 스치듯 지나는 잔상들을 다시금 되짚어 보면 지나치는 아쉬움이 달래어 진다.겨울이라 설령 찬바람이 부딪히는 뺨은 차가울 지언정 오싹하게 위축되지는 않는다.

오래되고 불편한 것들의 진실_20181202

늘 듣던 아이팟을 잠깐 쉬게 하고 CD를 끄집어 내어 들어 본다.근래 출시된 플레이어에서 느낄 수 없는 풍성함이 헤드폰으로 뿜어져 나오고, 임피던스 높은 헤드폰이라 여타 포터블에서는 버겁던 출력도 연세 드신 플레이어가 짱짱하게 울려 준다. 언제 구입했는지 기억에도 까마득한 라이브 앨범인데 내가 소장한 라이브 음반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들만 골라 놓았다.한 마디로 가수들 라이브 대충 끼워 넣은 게 아니라 모든 라이브 곡들을 일일이 들어 보고 이게 낫겠다 확신이 드는 곡들을 종합 선물 세트처럼 구겨 넣었다.특히 내 취향에 최고는 U2 - All i want is you 역시 음악은 소스, 디바이스, 리시버, 거기에 더해 관심이 챙겨 주는 몰입의 밥상이 차려져야 되는군.소니 디스크맨~ 밥 잘 챙겨 줄테니 ..

앙금을 털다_20181202

한강 신륵사 건너편에 여기만 오면 들리는 전망 좋은 카페가 있다.신륵사를 비롯하여 도자기 엑스포 공원과 꽤나 넓은 한강의 시계가 트여 있어 여주에 오면 꼭 들리는 곳 중 하나. 가끔 신륵사에서 돛단배가 뜨면 그마저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고, 투썸 커피라 맛은 더 이상 논하면 입 아프니까 생략.그래서 여기만 오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밖을 내다 보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마시는 커피가 모든 커피의 초상이 아니듯 남한강의 멋진 조망이 가능한 카페에서 한 모금 커피는 혈관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주고, 때에 따라 마음 속의 앙금을 훌훌 털어 버릴 수 있는 곳이다.언제나처럼 남한강은 모든 투정을 아량으로 덮어주니까.

한강을 사이에 두고_20181202

많이도 왔던 곳 중 하나가 흥원창이라 큰 시험을 앞두고 계획은 했었다.습관적인 게 개인적으로 자잘한 이슈들이 있거나 부근에 지나는 길이면 어김 없이 들러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찍거나 아님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마냥 물끄러미 바라 보다 세찬 강바람을 실컷 맞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던 만큼 내게 있어 편한 장소이자 혼자만 알고 있던-착각일지라도- 비밀스런 장소로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자연적인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곳이라 신비감도 있었다. 늘 왔던 곳이 부론 방면에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인데 여기서 바라 보면 자연스럽게 여주 쪽을 볼 수 밖에 없어 처음 올 때부터 건너편에 대한 동경과 더불어 부론 방면에만 맨날 오다 보니 조금은 식상하기도 했다.그래서 지체 없이 차를 몰고 여주 방면으로 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