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 128

시골 장터_20180907

세속을 떠나 봉화로 가는 길.길 곳곳에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계절과 혁명은 길을 따라 전이 된다고 했던가!이왕 콘크리트 가득한 회색 도시를 벗어난 김에 시골 장터에 들러 뿌듯한 눈요기 거리도 한봇짐 챙겨야겠다. 봉화로 가던 길에 필연의 코스인 영주에서 앞만 보며 달리던 시선에 긴장을 풀자 덩달아 가을 하늘이 반긴다. 터미널 고가를 지나며. 찾아간 날이 봉화장날이라던데 역시 시골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장날이지만 이미 마무리 되는 분위기라 한적하다. 장터 갔으니까 시골 국밥 한사발 땡겨야지.국밥을 비우는 사이 장터 지붕 너머 붉은 노을이 하늘을 장식한다. 시골 하늘에 노을은 더 뜨겁다. 해가 저물자 이내 밤이 되어 버렸다.

일상_20180904

가을이 왔다는 표식은 주위에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그 중 하나가 하늘과 노을의 만남.해 질 녘에 집을 나서 주변 공원을 돌며 몰래 다가오는 가을의 흔적을 찾아 미리 감동 받을 준비를 하려 한다. 오산천 옆 인공하천 너머 예당마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칡꽃도 가을이 되면 감추었던 호기심을 드러내며 꽃망울을 틈바구니 밖으로 터트린다. 매혹적인 보랏빛 꽃의 도라지. 맨드라미 신도시 초기에 늘 찾던 인공 여울의 데크 반석산을 지나 재봉산 가까이 다가가면 공원 초기부터 있던 원두막이 보인다.얼마나 자주 이 자리에 의지해 땀과 피로를 털어 냈던가. 가을 장마의 영향으로 반석산 자연 폭포는 연일 홍수(?)가 나고 이제 잠잠해 졌다. 마무리 단계에 있는 해무리 공원, 아니 여울 공원으로 개명 되었지. 망망..

비 내리는 날, 맘마미아 2_20180828

일찍 퇴근하는 기회를 살려 영화 한 프로 땡겨 본다.딱히 찍어 놓거나 눈에 들어 오는 영화가 없어 도착 시각과 엇비슷한 영화가 맘마미아2라 십 여년 전에 봤던 1편의 추억을 되살려 조금은 설레는 마음을 갖고 영화를 예매했다.허나 영화 스토리 기억은 거의 없어 새로운 영화를 보는 거나 마찬가지다. 동탄 CGV에 도착해서도 가늘어진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린다. 음악이 테마인 영화 답게 시종일관 멜로디는 끊이질 않지만 내용으로 따지자면 억척스레 짜집기한 싸구려 옷감 마냥 너덜하고 듬성듬성하다.대부분 음악 영화는 완성도에 관대한 만큼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고, 적재적소에서 터져 나오는 떼창이 지루할 틈은 주지 않는다.그래서 음악을 좋아한다면, 아니 싫어하지 않는다면 음악에 흥겨워지는 걸 추천하지만 영화로..

일상_20180826

기록적이고 맹렬하던 폭염의 기세가 이제 꺾인걸까?태풍 솔릭 이후 계속된 강우와 서늘한 바람에서 가을을 속단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지루한 더위가 계속된 여름이었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동녘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하는 청명한 여명과 서늘해진 바람이 가을로의 착각에 빠져 봄직한 설렘이기도 하다. 점심은 깔끔하게 잔치 국수로~ 저녁 귀가길에 만나는 초롱한 일몰과 장엄한 노을은 폭염에도 견딘 세상 모든 사람들을 진정 응원하는 징표 같다.

돌아가는 길_20180824

태풍이 지나간 자리, 아침부터 뙤약볕이 숙소 창만 열어 봐도 폭염을 짐작할 수 있는 풍경이다. 체크 아웃 시각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동촌유원지 투썸플레이스에 가서 크로크무슈에 커피 한 사발로 때우고 바로 출발, 아침과는 달리 오후 시간이 지날 수록 하늘에 구름이 두터워진다.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출발하는데 태풍이 모든 혼탁한 기운을 쓸어 버린 뒤라 여름이지만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고, 아직은 태풍의 잔해로 한바탕 빗줄기가 더 쏟아질 기세다. 금호 분기점을 지나며 여러 고가도로가 실타래처럼 엮여 있다. 구미에 다다랐을 무렵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경부 고속도로를 벗어나 중부내륙 고속도로로 갈아 탔다. 다시 상주 분기점에서 당진영덕 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힘차게 내딛는다. 속리산이 가까워지자 ..

늦은 성묘_20180823

졸업장과 같은 걸 받을 려고 그리 고생했나 싶으면서도 뿌듯한 감회를 느끼며 대구에서 하루를 보냈다.한 달 넘게 폭염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지만 그 예봉은 조금 꺾여 아침 저녁으로 그나마 숨이 막히는 정도는 아니었고, 특히나 기형적인 게 서울보다 대구, 아니 대프리카가 좀 시원했다.이왕 내려 온 거 아버지 산소도 가고 예전 살면서 자주 다녔던 산책로도 찾아 과거 회상에 젖기로 했다. 고산을 지나는 금호강은 광활한 야생의 습지가 그대로 남아 있어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여전히 북쪽에 우두커니 서서 거대한 분지를 이루며 이 지역의 수호신 같은 팔공산과 그와 함께 장벽을 이루는 여러 봉우리들이 구름에 섞여 있다. 대구 온 김에 올 처음 찾아뵌 아버지 산소는 얼마 전 내린 세찬 비의 흔적이 남아 군데군데 흙이 패..

하늘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고_20180816

약속된 시간이 모두 흘러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처럼 마음과 발걸음이 무겁고 아쉽다.그런 마음을 아는지 하늘엔 무거운 구름이 낮게 쳐져 있고, 그 힘겨움으로 백두대간에 걸려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영주를 거쳐 안정, 풍기로 가는 활주로 같은 도로는 흐린 날이지만 맑은 공기로 탁 트인 대기처럼 시원하게 뻗어 있는데 멀리 장벽처럼 늘어선 백두대간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그 틈바구니 낮게 패인 곳이 죽령이다.넓은 평원처럼 백두대간까지 산이 거의 없는 지형을 그대로 그어 놓은 도로를 따라 달리던 중 차에서 잠시 내려 구름이 걸린 백두대간은 마치 가야 될 길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란 예견처럼 보인다. 집으로 가는 길에 유독 졸음이 쏟아져 꼭 쉬어가게 되는 천등산 휴게소에 들러 뒤뜰을 걸으며 졸음을 털어..

말벌_20180815

해가 지고 밤이 되자 말벌이 방충망에 달라 붙어 있어 살충제를 뿌리자 어디선가 몇 마리가 또 달려 든다. 이 녀석들은 끈질겨서 살충제를 뿌리고 한참을 고통스러워 하다 뒤집혀 죽는데 이 날 잡은 말벌이 열 마리도 넘는다.허나 새벽이 되면 이슬에 젖어 모두 몸이 굳어 버리는데 이 때 창 앞에 죽은 시체와 여전히 기절해 있는 것들을 쓸어 확인 사살 후 한 쪽에 쓸고 보니 징그럽게 많고 끔찍하다.다닐 때 조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