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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 라면도 불량이 있다_20190817

삼양 라면 칭찬이 엊그제 같은데 이런 불량이라니!보통 라면 5개 묶음을 사면 유통 기한이 지나 버리는게 꼭 한 두 개는 있는 만큼 라면을 거의 먹지 않지만, 삼양 라면의 '맛있는 라면'은 유일한 라면 싸랑을 지켜 왔다.이게 보통 매장에서는 잘 판매를 하지 않는 제품이라 대형 마트에 가면 꼭 사오는데 여행 다녀 와서 차려 먹는게 귀찮아 모처럼 라면을 뜯었고, 두 개가 허술한 마감으로 딱 걸렸다. 한 눈에 봐도 야채 스프가 제품 봉합 부위에 딱 걸려 공기가 술술 통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당분간 이걸 이용하겠지만 워째 칭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불량이 걸렸다냐!귀찮아서 반품/교환 패쓰!

무한이지만 냉동이야_20190816

오며 가며 눈 여겨 보던 집으로 때론 유혹하듯 숯불이 무럭무럭 피어 올라 그 연기가 손짓하는 것 같았다, 어서 오라고~때마침 집으로 출발하던 길에 늘 지나치며 시선을 유혹하던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분위기 괜춘한데!적당히 벌레를 피할 수 있는 야외 바베큐 포장마차 같아 분위기는 대합격.물론 그건 개취니까~쥔장은 첫 인상이 호탕하고, 나름 경상도 사람의 무뚝뚝한 표정만 이해한다면 친절한거다.고기가 무한 리필이라던데 첫 세팅에서 닭갈비와 돼지삼겹, 목살 등이 나온다.거기에 입맛 대로 추가 요청하면 되는데 두툼한 고기에 숯불 초벌로 나와 비쥬얼은 좋지만 가장 치명적인 단점... 바로 초벌 구이 후 냉동 시켜 놓았다 추가 요청하면 그 냉동 초벌구이를 준다는 거다.냉동육 특유의 잡내가 나서 아무리..

회복과 함께 봉화를 가다_20190815

깁스를 풀고 어느 정도 활동이 가능한 컨디션으로 회복된 지 한 주가 지나 틈틈히 운전대를 잡으며 연습을 해 본 뒤 봉화로 첫 여행을 떠났다.물론 혼자는 아닌데다 아직 자유롭게 활동하기 힘들어 무리한 계획은 하지 않았고, 대부분 시간을 늘 오던 숙소에 머물며 다슬기 잡기나 이른 가을 장맛비 소리 듣기에 유유자적 했다. 봉화에 간지 이틀째, 관창폭포를 지나 의외로 큰 마을과 생태 공원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함께 찾아 나섰다.산골을 따라 한참을 들어갔음에도 간헐적으로 인가는 쉴새 없이 늘어서 있고, 더 깊이 들어서자 산골이라고 믿기 힘든 너른 밭이 보인다.각종 약재나 고랭지 야채, 과일을 볼 수 있는데 다행인건 내리던 빗방울이 가늘어져 우산 없이도 다니는데 무리가 없어 이왕이면 카메라까지 챙겨 들었다.너른 밭..

발군이라던 파워 비츠 프로, 그러나?!_20190802

2년 하고도 2개월 정도 전에 선물로 받은 에어팟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음질/음색적인 측면은 우선 제껴 두더라도 편리성은 그야 말로 명불허전 애플이 왜 세간의 주목을 끌고, 많은 광팬이 넘쳐 나는지 확신을 시켜줌과 동시에 무선이어폰이 단지 선이 없는 '단 하나의 장점' 때문에 많은 걸 희생시키고, 그러면서 많은 돈을 요구했던 횡포를 근절 시켜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선은 없지만 배터리를 내장해야 되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충전을 신경 써 줘야 했고, 충전 후에도 짧은 배터리 타임으로 얼마 못 가 다시 충전.게다가 음질은 유선에 비해 막귀가 들어도 갑갑하고 뭔가 베일에 쌓인-좋게 말해서- 흐리멍텅함과 영화를 볼라 치면 입모양과 음성에 늘 미묘한 시간적 격차가 존재했었다.그러면서 가격은 뭐가 그리 비싼지..

일상_20190801

다리 부상 이후 연일 목발에 의지해 회사와 집을 오가며 최대한 다리를 쉬게해 줬다.그랬던 만큼 따분한 하루의 연속이고, 다만 그간 미뤘던 사진을 블로그에 일기처럼 착실히 올리면서 1년 넘게 시간차가 벌어졌던 기록을 몇 개월 차로 따라 잡았다. 생일이 되기 전에 아주 친한 행님께 받은 선물은 원목 무드등이었다.작년 12월 하순에 뵙고 이후 아직 얼굴 못 뵈었는데 이렇게 알고 미리 챙겨 주셨다.행님, 땡큐~

내 다리 내놔라!_20190716

퇴근 후 사우들과 배드민턴을 치던 중 갑자기 우측 종아리에 뭔가 한 대 맞는 느낌이 들었다. 다리에 마비 증상으로 오인하고 옆에 앉아 열심히 다리를 푼답시고 마사지를 했는데 아무런 차도 없이 집으로 오는 길에 상당히 힘들었다.국립 중앙 의료원에 방문하여 약처방과 함께 수액도 하나 맞았는데-이유는 모르지만- 집으로 오는 내내 곤혹이었다.통증과 전기 감전된 듯한 찌릿함이 조금만 움직여도 온 몸으로 퍼졌다. 이튿날 동탄에 병원급 정형외과를 찾아간 결과 심증대로 근육 파열.3주 후에 의사가 찾아 오란다.그럼 그 때 봅시다~

봉화에서 영월을 넘어_20190714

우구치 계곡을 경계로 경북 봉화와 강원 영월이 만나는데 이렇게 결정한 길이 생각보다 길고 험난 했다.가는 길은 멀고 고갯길은 이내 끝나 버릴 것처럼 평탄해지다 다시 급격 해지길 여러번 거듭되자 드디어 완만한 내리막길이 나오는, 만만한 길이 아니었다.도로의 컨디션을 떠나 원래 다니던 루트인 봉화-영주-제천-충주에 비해 훠얼씬 시간 소요가 많았다. 사진이 짬뽕 되어 버렸는데 여긴 행정 구역상 영월로 우구치를 넘어 급격한 내리막길이 완만해지는 작은 산골 마을 어귀였다.높고 구불구불하 고갯길을 넘자 풀리는 긴장처럼 작지만 멋진 산골 마을이 인상적이었다. 여긴 각화사 한 켠에서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의 진원지 중 하나로 깊은 수풀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곳이다.비가 내리긴 해도 약간 후덥지근한 날이라 이 소리가..

진중한 시간, 각화사_20190714

춘양에서 출발할 무렵 소강 상태의 호우가 다시 퍼붓다 멈추길 몇 번, 그 사이 춘양을 벗어나 영월 방면으로 미끄러져 갔다.펼쳐진 길을 따라 낯선 방향으로 묵묵히 나아가자 거대한 장벽 백두대간이 앞을 막아선다.둥지로 가기 위해 결국 넘고 지나게 될 숙명이지만 눈 앞을 가로 막는 호기심에 이끌려 긴 호흡 삼아 찾아간 각화사. 하염 없이 내리던 비가 가늘어질 무렵 겁 없이 초행길을 누비다 도착한 각화사는 여전히 빗물이 하얀 먼지처럼 허공에 흩날린다. 아주 오래된 흔적의 석탑은 작지만 알찬 시간과 정성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절 내부에서 가장 요란한 건 힘차게 솟구쳐 나오는 생수였다.그 소리에 이끌려 극심한 갈증에 시달린 사람 마냥 한아름 떠서 벌컥벌컥 마셨다. 천년 고찰의 시간들이 누더기처럼..

춘양에서 잠시_20190714

각자 집으로 가는 날이라 귀찮은 식사 준비는 제외하고 춘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유래와는 다른 의미지만- 시골 장터에 대한 부푼 기대도 있었건만 막상 도착해서 둘러 보자 전체가 조용했다.한 분 말씀이 휴일과 장날이 겹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때마침 쏟아지기 시작한 호우로 구경이고 뭐고 할 것 없이 후딱 식사를 마치고 바로 헤어졌다. 억지 춘양격의 고향. 호우가 조금 지체 되었더라면 좀 더 많은 사진을 찍었겠지...만 만사가 귀찮아졌다. 식사를 하러 찾던 중 갑작스런 호우로 그냥 영업하는 식당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식당의 후문에 이런 처마가 있고, 거기에 제비 한 마리가 날아와 비를 피하고 있다. 잠시 호우가 소강 상태로 접어 들었을 때 장터 뒷편으로 쉼터와 작은 광장이 보여 거..

별빛 이슬_20190713

가족과 만나 안동에서 맛난 저녁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기나긴 밤 답게 지나치는 차량이 거의 없었고, 그 평온한 도로를 느리게 질주하며 많은 이야기로 마음껏 웃으며 숙소에 도착했다.주변에 불빛이 없어 미리 약한 외등을 켜놓고 갔던 바, 짙은 암흑 속에 차를 세워 놓고 마당을 가로 질러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자욱히 피어 있는 풀에서 눈부신 광채가 얇은 불빛을 반사시켰다. 산중의 풀밭에 달라 붙어 있는 영롱한 보석의 광채.그 영롱함의 주인공은 수줍음 많은 이슬이었다. 해가 지면 어디선가 숨어 있던 이슬이 나타나 가느다란 빛을 먹곤 그들만의 언어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하루 해가 비출 때면 또 다시 어디론가 사라지겠지만 이슬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 기다림과 한 없이 스스로를 낮추는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