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2 5

유유자적한 시간_20190713

그리 이른 아침에 일어난 건 아니지만 새벽 공기 내음이 남아 있어 물가에 다슬기를 잡으며 잠시 음악과 함께 앉아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낸다. 의자를 하나 두고 앉아 있자니 금새 다리가 시려 오지만, 버텨 내면 어느 정도 참을만 하다.다슬기를 잡을 요량으로 여울에 발을 담근 건데 햇살이 강한 편이라 래쉬가드를 입고 자리를 잡았다. 보란 듯이 발치에 앉아 화려한 자태를 펼쳐 보여주는 호랑나비 한 마리가 주변에 날아다니며 시선을 끈다.가까이 다가가면 살짝 날아 올랐다 다시 주위를 맴도는 걸 보면 두려움이 별로 없나 보다. 다른 가족의 집에서 키우던 분재가 시들하여 여기 가져다 놓았는데 그냥 두기 애매해서 행여나 하는 미련에 땅을 파서 심어 보았다.다시 생명을 틔우면 좋으련만. 언제부턴가 말벌의 출현이 잦아 주..

밤이슬을 밟다_20190713

퇴근해서 곧장 온다는 게 늑장 부리는 사이 21시가 넘어서야 출발, 목적지인 봉화까지 3시간 조금 더 걸려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빛이 전혀 없는 어둠을 랜턴에 의지해 나아가 마당을 지나 숙소에 들어가는데 발이 축축하다.밤 이슬이 작은 빛에도 영롱하게 반짝거려 너른 마당에 나와 보니 풀에 알알이 박혀 졸고 있다.근데 솜털 같은 저 하얀 벌레는 뭘까?

일상_20190711

바람 속에 살짝 실려 세상에 나부끼는 칡꽃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수줍음이 아니라 겸손의 상징 같다. 해바라기처럼 달맞이 꽃도 천상의 부푼 꿈을 안고 있는 걸까? 산딸기 열매가 떨어지고 남은 꽃은 또 다른 부활이다. 휴일 속에 숨어 있는 여름 꽃들은 황막한 환경으로 돋보이는 봄꽃과 달리 신록이 한껏 부푼 여름에 파묻혀 매력을 발견하기 어렵다.그렇다고 마냥 신록의 그늘에 숨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일상 중 하나의 작은 부품처럼 오래토록, 늘 같은 자리를 지키며 다른 꽃들과 경쟁하거나 시샘하지 않는다.어쩌면 펼친 망울이 수줍음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겸손과 배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마냥 달콤하지만 스쳐가는 낮잠이 봄 꽃이라면 오래 동안 같은 모습으로 ..

일상_20190706

바람 좋은 주말, 길섶에 웅크리고 있는 풍경들이 특히나 반가워 집을 나선다. 화사한 햇살, 청명한 대기로 개망초 군락지에 우뚝 솟은 나무, 이 장면이 영화에 나올 법한 수채화 같다. 2016년 처음 보게 된 새끼 고라니는 혹독한 겨울을 지나 초록이 넘쳐나는 먹이의 풍년을 누리고 있다.허나 홀로된 두려움은 반복되는 시련일 거다. 지나는 길에 풍뎅이 같은 게 있어 허리를 숙이자 바글바글하다.바람 좋은 날, 바람 나는 날이여? 오래된 공원의 작은 길을 따라 놓여 있는 벤치가 누군가를 그리워 하고 있다. 강한 바람에 넘실대는 건 비단 개망초 뿐만 아니다. 폰카의 발전은 어디까지 일까? 어느새 저녁이 다가와 교회 너머에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든다.강한 햇살로 인해 늘어뜨린 그늘이 고맙고, 뜨거운 대지의 열기로 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