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2 4

일상_20190520

이제는 가끔이 되어 버린 맑은 대기는 들판 여기저기서 자라던 싱아처럼 점점 사라져 버린다.그런 지친 씁쓸함을 달래주는 게 바로 계절이라 여전히 세상에 남아 집착의 뿌리처럼 촉수를 사방으로 뻗힌 아카시아 향이 커다란 위안이자 친구 같다.살랑이는 바람결에 매혹적인 향을 살포시 싣고 다가와 속삭이는 그 노랫말이 향그롭던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온 대기에서 아카시아 향을 피해 숨을 수 있는 곳은 없다.길을 걷다가도 그윽한 아카시아 향을 맡다 보면 잠시 나마 세상 시름을 잊고 후각의 긴장을 풀어 버린다.년 중 꽃 향기가 대기에 진동하는 날은 그리 많지 않고, 칡 꽃향이 강렬한 초가을 조차 이만큼 발길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넘실대는 바람에 봄은 덩달아 넘실대며 떠날 채비를 마친 듯 대기를 달군 낮이 등골에 땀 ..

막연한 추억과 그리움, 봉화역_20190516

막연한 기다림과 그리움.텅빈 시골 역의 허허로운 플랫폼에서 지는 석양을 바라다 본다. 무심한 석양은 안중에도 없이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서 서서 출발의 설렘과 도착의 안도를 얼마나 느꼈을까?덜컹이는 열차의 승차감이 무척 불편하건만 어색한 신경을 마비시키는 기대감은 설사 열차의 좌석이 모두 매진되어 제대로 된 자리도 없이 한정된 공간을 떠도는 와중에도 열차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지루하던 불편은 금새 메말라 사라져 버린다.감정이란 오묘하게도 한 순간의 불편과 투정을 극도로 자극시켰다 이내 가라 앉고 모든 설렘에 몸을 맡겨 버린다. 시골 역 치곤 꽤 크다.해는 서녘으로 기울어 그림자도 덩달아 길게 늘어난다.가끔 시골 마을에 들렀다 간이역에 들러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플랫폼에 잠시 서서 텅빈 시간을..

송이능이 식당 솔봉이_20190516

봉화에 오면 능이나 송이 요리의 전골, 백반을 자주 먹었는데 영주 도심에 있는 동궁을 찾다 빈정이 상해서 다른 집을 물색하던 중 봉화 내성천변에 있는 솔봉이를 방문 했다.동궁과 지극히 주관적인 비교를 하자면 여긴 풍성함에 비해 퀄리티는 아주 높지 않지만 평타 이상은 한다.동궁은 가짓수가 여기 보다 조금 적지만 맛은 조금 더 세련된 수준이랄까?허나 볼륨과 나물 무침은 여기가 좀 더 낫다. 경상도 음식 치고 꽤나 가짓수가 많은데 특히나 녹색 나물 무침들은 감칠 맛 난다.동궁을 가다 결정적으로 발길을 돌린 건 첫 방문 때만 음식을 제대로 음미했고 그 이후 어눌한 한국말 쓰시는 분의 빈정 상하는 상스러움에 단 돈 10원도 아깝다는 주관에 발길을 끊었다.어차피 내가 아니라도 갈 사람들은 얼마 든지 가니까 그런 마..

범바위를 굽이 치는 낙동강_20190516

관창폭포에 이어 찾아간 범바위 전망대 또한 사람들 사이에 그리 알려진 공간이 아니다.명호면을 지나 시골 치고는 잘 다듬어진 도로를 따라 가다 춘양 방면으로 빠지자 얼마 가지 않아 구불구불한 고갯길이 나오고 이내 한 눈에 봐도 여기가 전망대 구나 싶은 곳이 바로 범바위 전망대다.감히 낙동강 최고의 전망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단언해도 좋을 만큼 절경이라 하겠다. 절벽 위에서 바라보이는 절경.절벽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범상치 않은 절경을 보상한다. 조금은 우습게 생긴 외모의 범이지만 이 녀석이 바라보고 있는 절경은 절대 예삿내기가 아니다.억겁 동안 계곡을 깎고 깎아 번뜩이는 뱀처럼 휘감는 강의 기세는 첫 눈에 감탄사를 연발시키지 않고는 못 버티게 만든다.이 작은 겨레의 땅에 깨알처럼 숨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