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5 9

일상_20190901

다리를 다친 이후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자주 걷던 산책로를 따라 걷기 테스트를 해봤다.처음 망설임이 어느새 증발하고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걸으며 다리에 부하가 걸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완급 조절을 해가며 걷다 6km 정도 산책 했는데 역시나 집에 틀어 박혀 있는 것보다 이렇게 바깥 공기를 쐬며 주위 풍경을 보는 기분이 더 낫다. 나무 터널이 울창하다. 이렇게 길을 걷다 보면 바닥에 뒹구는 낙엽이 가을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강아지풀 군락지. 동탄 열림교 아래로 진입하는 내리막길에 이 꽃이 늘 피어있는데 한 번 피면 잘 지지도 않고 오래 만개해 있는 꽃이다. 들판의 무법자, 칡꽃은 자세히 보면 상당히 매혹적인 만큼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향이 무척 좋아 늘 벌레가 들끓는다.약한 생명들의 온실과 같..

케냐AA_20190823

아이스 하면 케냐AA가 거의 내 입맛이다.과하게 톡 쏘지 않으면서 흙 내음? 꽃 내음?이 끝 여운으로 남고, 그러면서 깔끔하게 떨어진다.흔히 스타벅스에서 오늘의 커피로 아이스 단골 손님이기도 한데 이거 맛 들이고 나면 콜롬비아 수프리모가 지나치게 무겁고 부담스럽다.맥컬티 제품 1kg 짜리 2개를 구입하면 한 달 조금 더 먹는데 여주 다녀와서 집에 들어오자 마자 샷3개 내려 마시자 뭔가 풀리지 않던 숙원이 해갈되는 기분이다.

에어팟...1은 혁신, 2는 배신_20190901

냉정하게 파워 비츠와 비교하라면 파워 비츠가 낫다.뇌수, 콩나물, 전동 칫솔이라 비아냥 대던 주위 사람들도 에어팟 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애플 자체 이어폰이 신통 찮은데다 별로 신경도 쓰지 않던 분야인데 에어팟 하나로 시장에 난립해 있던 전문 음향 브랜드들 아성을 단숨에 무너뜨린 저력과 파급력은 실로 막강 했다. 원래 영화 첫 편이 입소문과 함께 대박치면 차기작은 그만큼 부담을 안고 개봉할 수 밖에 없다.아무리 잘해도 본전, 별 차이 없으면 욕 바가지 얻어 줍줍해야 된다.그런 측면에서 반지의 제왕이나 어벤저스는 정말 대박이고, 쿵푸팬더나 타짜를 보면 형편 없는 수준이 아닌데도 워낙 잘 만든 전작으로 인해 고공행진 중인 기대 심리를 충족해 주지 못해 쌍욕을 들었던 걸 감안, 에어팟도 마찬가지로 첫 작품이..

일상_20190831

8월의 마지막 여명에 이글거리던 여름의 암흑이 걷히고 가슴 속에 품어 두었던 그윽한 설렘을 풀어 본다.1년 전 여름에 비해 그리 냉혹하지 않았다고 한들 사람은 늘 순간에 마음을 졸이며 과거의 지나간 고난을 잊어 버린다.경험이 조언은 해줄 지언정 선택은 현재의 몫이자 그 선택 또한 고난의 시작이며, 행복의 과실이기도 하다.이런 자연의 장관에 잠시 넋 놓고 감동을 해 본 8월의 마지막 날,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해야지.

여주 나들이_20190822

귀촌을 준비중이신 사회 은사를 만나러 여주에 갔다 개미 똥꼬 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 도움(?)을 드리고 집으로 가기 전, 커피 한 사발 나눴다.가을 같은 여름, 타들어가는 햇살이 그득해도 가을의 기대감이 양산되는 휴일로 카페의 통유리 너머 마주하는 한강이 어느 때보다 평온하다. 유구한 한강을 벗삼아 따사로운 햇살로 노 젓는 돛단배 하나가 무척이나 평화롭다.어디서 어디로, 정처 없이 간들 닻을 내리면 한뼘 누울 곳 되고, 한 폭 액자 속 그림이 될 광경이었다. 탄생 순서로 서 있던 이쁜이 3인방.내 첫 차 였던 티코를 필두로 이렇게 멋진 차 삼 형제가 함께 모인 장면이 흔치 않은데.티코를 보게 되다니 영광이다.아직 매끈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거 보면 차주께서 정말 애정을 갖고 관리 잘 하셨나 보다.내 ..

생선_20190818

생각보다 많은 생선-생일 선물-을 받았지만 사진 찍기도, 생색 내기도 민망하다.하다 못해 알아 주는 것만 해도 이제는 감사해서 그 핑계로 커피 한 사발 같이 때리는 재미가 찰지거든. 생선으로 받았지만 선택은 내가 했던 이유가 기존 레이다락 로드를 3년 넘게 사용하면서 마치 든든한 동반자로 여길 만큼 편했고, 다만 아이폰 페이스ID가 때에 따라 인식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익숙한 만큼 이번엔 신상으로 선택했는데 만족스런 이유는 모든 걸 제껴 두고라도 페이스ID 인식이 겁나 잘 된다.어차피 프레임은 익숙해진 상태라 내 기준에서 렌즈만 바뀐 거다.여름에 맞게 시원해 보이긴 하나 외견만 그렇고 착용 뒤 모든 걸 잊고 편하게 지낸다. 사우가 챙겨준 선풍기로 에어 서큘레이터를 잘못 알아 들었나 보다.근데 이거 기..

일상_20190817

매일 맹약처럼 동녘에서 나타나 서녘 마루를 넘어가지만 감회는 남다르다.바람에서 느껴지는 가을 내음이 깃들어 지난한 더위가 한풀 꺾인 게 위안 아닌 위안 거리가 되어 억누를 수 없는 기대감에 사로 잡히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도 석양을 바라 보며 위로한다.여름이 지겹더라도 지나고 나면 어느 하나 허투루하지 않았던 걸.늘 지나고 나서 숙연해 진다. 찰나의 순간처럼 아주 짧은 시간 일몰은 사라지고, 아쉬운 마음을 알아 주는 배려인지 기나긴 땅거미가 여민다.

삼양 라면도 불량이 있다_20190817

삼양 라면 칭찬이 엊그제 같은데 이런 불량이라니!보통 라면 5개 묶음을 사면 유통 기한이 지나 버리는게 꼭 한 두 개는 있는 만큼 라면을 거의 먹지 않지만, 삼양 라면의 '맛있는 라면'은 유일한 라면 싸랑을 지켜 왔다.이게 보통 매장에서는 잘 판매를 하지 않는 제품이라 대형 마트에 가면 꼭 사오는데 여행 다녀 와서 차려 먹는게 귀찮아 모처럼 라면을 뜯었고, 두 개가 허술한 마감으로 딱 걸렸다. 한 눈에 봐도 야채 스프가 제품 봉합 부위에 딱 걸려 공기가 술술 통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당분간 이걸 이용하겠지만 워째 칭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불량이 걸렸다냐!귀찮아서 반품/교환 패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