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회복과 함께 봉화를 가다_20190815

사려울 2019. 9. 24. 03:01

깁스를 풀고 어느 정도 활동이 가능한 컨디션으로 회복된 지 한 주가 지나 틈틈히 운전대를 잡으며 연습을 해 본 뒤 봉화로 첫 여행을 떠났다.

물론 혼자는 아닌데다 아직 자유롭게 활동하기 힘들어 무리한 계획은 하지 않았고, 대부분 시간을 늘 오던 숙소에 머물며 다슬기 잡기나 이른 가을 장맛비 소리 듣기에 유유자적 했다.



봉화에 간지 이틀째, 관창폭포를 지나 의외로 큰 마을과 생태 공원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함께 찾아 나섰다.

산골을 따라 한참을 들어갔음에도 간헐적으로 인가는 쉴새 없이 늘어서 있고, 더 깊이 들어서자 산골이라고 믿기 힘든 너른 밭이 보인다.

각종 약재나 고랭지 야채, 과일을 볼 수 있는데 다행인건 내리던 빗방울이 가늘어져 우산 없이도 다니는데 무리가 없어 이왕이면 카메라까지 챙겨 들었다.

너른 밭을 전망하기 좋은 위치에 복층 팔각정이 있어 거기에 오르자 먼 바다를 지나는 10호 태풍 크로사의 영향으로 구름이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며 백두대간을 넘어서는 행렬이 보인다.



카메라로 사진 몇 컷을 찍는데 소강 상태를 보이던 비가 다시 후두둑 떨어져 렌즈에 몇 방울 낙인을 찍어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카메라는 차에 두고 아이폰으로 찍는 수 밖에.

아주 너른 밭 하나가 보라색 꽃들이 고개를 들고 뉘엇뉘엇 쳐다 본다.

가까이 다가서자 매혹적인 도라지 꽃이 바람을 따라 몸을 흔들며 반가이 맞이 한다.



이런 산간 오지에 너른 사람의 흔적을 보는 것도 반가운데 보라색 물결을 일으키는 이 모습인들 반갑지 않을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카메라는 애지중지 해야 되는데 폰카는 그런 환경에도 까딱 없어 갈수록 더 대견해지고 덩달아 활용도가 늘어난다.

지금도 아이폰 카메라의 활용도가 훨씬 많은데 이러다 카메라는 손도 대지 않겠다.



도라지 밭 가장자리에 아주 작은 야생화가 피었는데 허리를 숙이자 이런 매혹적인 꽃도 보인다.

빗방울이 갑자기 굵어져 차를 타고 길 따라 계속 올라갔다.



어느 정도 오르자 원시의 자연숲과 달리 가공한 흔적이 보이는 장소에 도착했다.

여기가 늘못 생태 공원인가?

수풀이 우거진 늪이 하나 있고, 그 늪을 살짝 둘러 볼 수 있는 데크길에 쉼터도 있다.

데크길로 다가가자 길 위로 손짓하는 야생화 한 무리에 시선이 멈췄는데 이게 하수오 꽃이란다.

하수오는 많이 봤지만 꽃은 처음 보는데?

꽃망울이 터진 것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은 꽃봉오리가 그대로 맺혀 있고, 조만간 부풀어 터질 기세다.





이게 늘못 생태 공원 맞나보다.

굵어진 빗방울과 세찬 바람으로 혼자 차에서 내려 데크길만 걸어봤다.

깊은 산속이라 이런 늪지대가 신기하지만 큰 특징이 없고, 야생 상태로 방치하여 흔적조차 묘연한데 게다가 굵어진 빗방울로 이내 옷이 흠뻑 젖을 기세라 얼른 차에 돌아왔다.

공원으로 올라온 길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향적사라는 절이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여행을 다니며 만나는 사찰과 분위기가 달랐고, 특히나 북적대는 사람들이 단순하게 종교적인 목적으로 오는 게 아닌 거 같았다.

주로 한적한 오지에 여행을 다니며 땀을 훔치고 갈증과 잠깐의 피로를 풀 목적으로 사찰을 자주 찾는데, 보통 사찰에 가면 가장 큰 법당? 같은게 있던 것과 사뭇 달랐다.

그래서 차를 돌려 산골을 내려 왔고, 비는 이후로 그칠 줄 모르고 계속 퍼부었다.







낙동강 시발점 테마공원에 들리기로 마음 먹었다가 그냥 지나친게 몇 번이었던가?

이참에 들렀다, 시발점 공원에...

여기 도착할 무렵 빗방울이 가늘어졌다가 공원을 한 바퀴 돌 무렵 다시 굵어진 비를 피하고자 오래 머무르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내리는 비가 부담스러워 그런지 공원에도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낙동강의 발원과 흐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공원이라는데 규모에 비해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이거 얼마만에 보는 익숙한 포장인가?

어릴 적 자주 먹던 과자 중 하나로 그 기억이 잊혀 졌다고 생각 했는데 봉화의 한 마트에서 이걸 가판에 올려 놓고 몇 봉지를 큰 포장하여 저렴하게 판다.

계산대에서 다른 식료품 계산할 무렵 이게 눈에 들어와 얼른 하나 집어 같이 결재 했는데 익숙한 맛과 친근한 별사탕이 여전하다.

게다가 농심에 대한 반감이 있어 삼양 라면을 겁나 선호하는 터라 뽀빠이도 얼마나 반가울까?

허나 앉은 자리에서 한 봉지를 전부 먹지는 못하겠다.



하루 일정을 모두 끝내고 오후에 숙소로 돌아오자 다시 비는 소강 상태다.

변덕스럽게도 비는 다음날까지 계속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했고, 처음 의도한 대로 여기에 며칠 머무르며 다슬기를 잡았다.

잠시 잡는다는게 2시간 동안 한가득 잡았고, 어느 정도 크기 이상만 잡느라 허리는 뭉개지고 다리는 얼얼했다.

다행히 다친 다리가 신경이 쓰여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슬기를 잡고 물에 들어가 음악을 들었는데 이 순간까지도 비는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 했다.



발길이 닿는 대로 산길을 밟다 마주친 산중의 고요.

태풍의 기세도 백두대간을 알알이 훑을 수 없는 첩첩한 산에 구름도 그제서야 한숨 돌리며, 마주하는 세상에 품었던 이야기를 넋두리한다.

상약은 음식이요 하약은 약재라.

산이 아껴둔 감로수와 천운의 기운을 과하지 않게 받아 들였는데 이 또한 상약일 수 밖에 없다.

큰 비가 내려도, 찌는 가뭄에도 깊은 계곡이 바다를 향해 놓아주는 여울은 늘 일정한 수량을 보이며, 욕심과 관대를 조율하는 자연의 지혜를 베풀었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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