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하고도 2개월 정도 전에 선물로 받은 에어팟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음질/음색적인 측면은 우선 제껴 두더라도 편리성은 그야 말로 명불허전 애플이 왜 세간의 주목을 끌고, 많은 광팬이 넘쳐 나는지 확신을 시켜줌과 동시에 무선이어폰이 단지 선이 없는 '단 하나의 장점' 때문에 많은 걸 희생시키고, 그러면서 많은 돈을 요구했던 횡포를 근절 시켜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선은 없지만 배터리를 내장해야 되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충전을 신경 써 줘야 했고, 충전 후에도 짧은 배터리 타임으로 얼마 못 가 다시 충전.
게다가 음질은 유선에 비해 막귀가 들어도 갑갑하고 뭔가 베일에 쌓인-좋게 말해서- 흐리멍텅함과 영화를 볼라 치면 입모양과 음성에 늘 미묘한 시간적 격차가 존재했었다.
그러면서 가격은 뭐가 그리 비싼지 괜찮은 음향 브랜드 제품은 수십 만원을 호가하고, 무선이라고 해도 완전한 와이어리스가 아닌 이어폰 좌우측을 연결하고 리모트 컨트럴이 끼어 있는 와이어는 존재 했었다.
결국 플레이어와 연결된 선만 없다고 해서 무선 이어폰이라는 미명하에 어설픈 기술을 떡칠하여 가격은 뻥 튀기 되었던 현실에서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미리 예견해 놓고 한참 후에 출시 되었던 에어팟은 그야 말로 '그리 놀랍지 않은 혁신? 혁명'이었고, 그 마저도 길게는 6주~7주 사이를 기다려야만 했다.
모양이 이상하다는, 가격이 무지막지하다는, 잃어 버리기 쉬워 유지 보수 비용이 사기라는, 이어팟과 같은 음질에 가격은 몇 배라 고객을 호구로 안다는 등의 뭐만 하면 써보지도 않고 마치 써본 사람이나 주위에 모두 그렇게 '카더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사람들이 지금 되돌아 보면 세대를 막론하고 에어팟이나 그 비스므리한 모양을 귀에 꼽은 사람을 찾기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어진 세상이 불과 2년 만에 도래한 현실에 비추어 에어팟2를 무쟈게 기다렸다.
가장 중요한 배터리 성능이 사망 수준이라 어쩔 거시여!
에어팟 출시 무렵 경쟁사랍시고 23만원을 받던 제품은 에어팟 출시와 함께 대대적인 '세일'에 들어갔다 결국 조용하게 사라져 버렸고, 유명 음향 브랜드는 30만원도 우습게 보던 제품들이 득세하던 세상이 될 줄 누가 알았나.
에어팟 모양을 고스란히 모방해 중국산 저가 제품들도 거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데 에어팟과 비슷한 무선 이어폰이 결국 2~3만원대 제품도 대중화된 이 마당에 에어팟2를 기다린건 거의 신봉이자 믿음에 가까웠고, 첫 작품이 이런 괴물 수준이었던 만큼 피어오르는 기대감은 첫 작품 이상의 상상을 부여해 버린 탓에 슬쩍 발표된 에어팟2는 전작과 거의 차이가 없어 실망과 배신 수준이었다.
근데 늘 꽉찬 저음과 스타일에 비해 떨어지는 음질 수준과 뻥튀기 된 가격의 대명사, 비츠가 에어팟의 단점을 적극 보완한 신제품 파워 비츠 프로를 출시한다는 소식에 봄부터 기다리다 7월 하순 한국에 출시 해서 바로 질러 버렸다.
첫 패키지는 내부 구성의 식상함에 비해 짧은 쾌감의 손맛을 개봉 시 누릴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짜놓았다.
말 그대로 개봉 시 손의 쾌감.
아무 생각 없이 개봉하다 보면 내부 박스를 못 열 수도 있겠다.
가뜩이나 설렘에 조급증이 생겨 버렸는데 그런 심리를 이용해 사람을 갖고 논다.
찰나의 우여곡절 끝에 내부 박스마저 정복해 버리면 이렇게 기다리~고기다리~던 주인공이 땋! 등장.
에어팟의 배경 지식을 충분히 습득한 상태라 비교하는 버릇이 생겨 버려 이것 또한 어느 순간 에어팟과 비교질이다.
그리하야 에어팟에 비해 거대하게 느껴지는 케이스는 마치 눈 뭉치가 눈밭에 몇 번 굴러 눈앞에 다가온 기분이다.
해부를 해보면... 역시나 단촐하고 새로울 게 없다.
아니 식상하다.
제품과 충전 케이블, 앙증 맞지만 써먹을 때가 없는 매뉴얼이 전부다.
아, 애플 마크 대신 뎁따시 큰 비츠 로고 스티커도 빼놓을 수 없지.
허나 세세하게 살펴 보면 패키징에 정성이 느껴지고, 그저 단순한 걸 조금씩 거부하고 뭔가 있는 것들이 저가형의 무성의한 느낌은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디테일이 여전히 최고 수준으로 만듦새와 마감은 역시 애플 답게도 허투루한 구석은 없다.
중요한 제품!!!
에어팟의 단점인 차음성, 잘 빠지지 않지만 착용한 채로 셔츠를 갈아 입거나 하면 꼭 빠지게 되어 소심해지는 기우, 오픈형 특성상 누수 되는 묵직한 저음과 얼음처럼 차가운 고음, 잠을 자고 일어나면 아직 눈이 완전히 뜨기 전에 찾아 헤메는 본능의 과제를 해결한 게 나름 파워 비츠라는 얼리 어뎁터의 정보는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던 바, 직접 사용해보니 비츠 제품 답지 않게 저음 괴물을 벗어나 전체적으로 플랫해진 음색은 다른 말로 밸런스가 좋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어팟이 저음에 치우친 플랫이지만 한 발 떨어져 있는 것과 가까이 있는 음색은 분명 다른 만큼 오픈형과 인이어형의 태생적인 차이는 장단점이라 보기 어렵고, 형태의 특성일 뿐으로 그나마 에어팟의 누수 되는 음을 인이어 형태라 조금은 잡았지만 어설픈 차음이라 하겠다.
폼팁의 문제인지 아님 파워비츠의 문제인지 귓속에 완전 밀착되는 느낌이 아니라 약간 틈이 느껴진다.
파워 비츠보다 더 비싼 아토믹 플로이드를 병행하는 입장에서 인이어의 최대 장점이 이건데 어설픈건 분명 가장 큰 단점일 수 있다.
폼팁을 바꿔도 구조적인 문제로 완전히 귓속에 속 들어가서 귓구멍을 가득 메우지 못하다 보니 차음 성능이 낄 때마다 달라지고, 외부 소음도 그리 방어하지 못한다.
괴물 같은 배터리 성능, 유선과 체감할 수 없을 만큼 동영상 싱크로율이 높고 어떤 짓을 하더라도 귀에서 빠지지 않는 건 분명 에어팟을 보완한 장점은 맞는데 차음이 어설퍼 후한 점수는 못 주겠다.
왜냐?
애플 제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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