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445

추억이 아닌 현재 진행형, 삼양라면 골드_20220709

추억의 소품들 중 하나로 내 기억에 지워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대구 고산 하나로마트에서 볼 줄이야. 요즘처럼 풍성한 향미가 들어있는 맛이 아닌 간결한 베이스에 시원한 해물맛이 가미되어 지금 세태와 어울리지 않지만 깔끔한 걸 좋아한다면, 그리고 농심을 보이콧하는 입장에서 이건 반가운 득템이었다. 예전 기억과 그리 이질감 없는, 반가운 얼굴. 삼양라면 고올~드!

풍성하고 너른 정원 카페, 우즈 베이커리 포레스트_20220709

작은 자연을 조성해 놓은 카페에서 야외 의자에 기댄다. 바람에 섞인 풀내음으로 습한 여름을 잠시 잊는 동안 허리 숙여 보이는 것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카페에서 커피향을 잊어버리는 건 양날의 검이다.-그만큼 가격에 비해 커피 맛이 뵑!- 야외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반려견은 실내 출입 불가라 어쩔 수 없었던 '이유'가 '덕분'이 되었고, 때마침 야외 너른 공간 중 괜춘한 자리를 선점해서 커피 한 잔 곁들이며 큰누나네와 헤어지기 전, 나른한 오후 시간을 보냈다. 요 녀석은 초코 푸들인데 어찌나 까칠하고 멍충한지, 얼마 전에 봤는데도 또 사납게 짖어 대고, 가족들과 가까운 사람이란 개념이 없는지 틈만 나면 짖어댔다. 나도 댕이를 오래 키워 봤지만 금세 가족이나 가족과 친한 지인을 빨리 습득한..

들판 옆 도심 카페, 데일리호스 브라운_20220708

들판 옆 카페를 좋아한다. 때마침 추천을 받고 굶주린 커피 한 잔을 해소하기 위해 찾아갔는데 정말 들판과 인접한 베이커리였다. 조용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 빵 한 조각과 커피를 나누는 사이 하늘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세상 모든 소음을 집어삼켰다. 조금 아쉽다면 천금 같은 들판은 창 너머 정면이 아닌 모로 살짝 시선을 돌려야 했다. 잠시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외부에 나가 들판을 바라보는데 순둥이 한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멍 때리는 사람 첨 보냐멍~" 마늘빵의 겉은 달달하고 조금 딱딱한 식감이라 진정 마늘 바게트 다웠다. 다만 토핑은 내 입맛이 아니어서 딸기케이크로 위안 삼았다. 요즘 빵값 장난 아니다. 큰조카가 올 무렵엔 소나기가 퍼붓는데 얼마나 굵고 살벌한지 샤워기로 퍼붓는 줄 알았다. 카페 내..

찜통 같은 대구, 욱수골과 금호강변_20220708

녹음이 무성한 개울가 산책로를 따라 잠시 걷는 사이 대구를 떠올렸다. 대구! 그냥 덥다는 생각뿐. 어차피 여름이면 어디든 덥다고 생각했지만 대구에 도착해서 도어를 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헉!'소리가 난다. 서울도 열섬 현상으로 찌는 듯한 여름을 보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대구는 묘하게 찜통 같다. 2013년 한여름에 지인 잔치가 있어 대구를 왔을 때, 차량 온도는 30도를 조금 넘는 수치를 보여주다 대구에 가까워질 때부터 1도씩 오르다 결국 범어네거리 도착하는 순간 39도를 찍었던 기억도 있다. 차를 내리던 순간 선글라스에 뿌연 김이 서려 확실한 여름을 체험한 날이었는데 그 이후부터 여름에 대구를 오면 진정한 여름을 체험한다. 욱수골공영주차장에 주차, 요람을 회상하면서 길을 걸었다. 물론 당시..

한아름 자연 속, 청도 운문산 자연 휴양림과 운문호_20220707

해맑은 여울이 지저귀고, 큰어른 높은 산세 부락을 이루는 품 안의 자연은 새하얀 옥동자처럼 어미 품에서 달콤한 오늘을 노래했다. 찌는 여름, 나지막한 풀벌레 속삭임도 그늘 아래 단잠을 추스르는 자장가일 뿐. 백두대간 옆자락에 우뚝 솟은 고봉이 군락을 이루는 영남 알프스는 어디를 가나 거대한 장벽 마냥 하늘로 뻗은 능선이 즐비했다. 지구촌 어디를 가나 매력 움튼 곳 없겠냐마는 69번 지방도를 감싼 산세는 마음도, 경사도 급할 겨를 없이 어느새 동쪽 망망대해 숨결도 코끝에 닿았다. 청도 운문산 자연 휴양림은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산 29-6(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운문로 763)에 개장한 국립 자연휴양림으로 2000년 8월 17일에 개장, 지방도 985호선 변 운문산 기슭에 위치한다. 백두대간 낙동..

시도 때도 없는 애정 행각, Love Bug_20220705

회사에서 러브 버그를 발견, 요즘 이게 꽤나 문제가 된단다. 무분별하게 들어온 외래종으로 개체수가 급증하기 때문. 허나 사람을 해치지 않고 애벌레 시기에는 썩지 않는 쓰레기를 분해해 주는 익충이라 하여 그냥 사랑을 나누게 방치해 버렸다. 화단에서 더듬이가 휘날릴 정도로 움직이는 달팽이를 관찰하는 사이 수 분의 시간 동안 블루라이트에서 눈이 해방되었다. 근래 눈을 떠있는 시간 동안 우린 얼마나 심각한 블루라이트에 노출되고 혹사당하는가. 러브 버그 계피우단털파리는 털파리과의 일종으로, 성충이 된 이후로 하루종일 짝짓기를 하다가 죽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 러브버그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며, 영어명 중에는 신혼파리(honeymoon fly)나 쌍두벌레(double-headed bug) 등의 ..

중고 피부 크림이라니, 멜라젤_20220625

이게 그리 좋다고 하여 인터넷으로 주문했고, 미심쩍은 벌크 포장을 제껴 캡을 열자 이따위다. 새제품에 지문 인증샷은 필요 없다구. 게다가 유통기한이 겨우 4개월 남아 전화를 드리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판매자님. 나긋한 경상도 사투리와 달리 제품은 정말로 비이성적이라 반품! 이게 뭐라고 판매하는 곳도 별로 없는지, 원참! 캡을 열자마자 첫인상. 선명한 손자국이 찍혀 있었다. 심지어 유통기한은 4개월 남았다. 위생 지퍼백에 담긴 첫 모습부터 의심은 했었다. 멜라루카를 찾아보니 다단계 제품이었다. 뭐든 난 상관없고 제품만 관심 있다규!

냥이 족발로 마수걸이_20220622

마수걸이란 게 새제품이 아까워 선뜻 사용하지 못할까 봐 친한 사람들끼리 중고빵을 날려서 미련을 버리게끔 하는 일종의 장난 섞인 행위인데 냥이가 마수걸이할 줄 누가 알았을까? 가죽 클러치백 하나 선물 받아 집에 와서 풀자마자 베란다에 서성이던 녀석이 바로 마수걸이를 해 버렸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님 왠수라고 해야 하나? 저 선명한 뒷족발 자국. 말이 통하면 앉혀 놓고 따끔하게 하악질 날려주는데 이건 원, 말이 통해야 훈계를 하지!

그 곡선의 편안함, 말티재 휴양림_20220614

크게 휘어진 길이 불편하여 직선에 몸을 맡기는데 어느새 그리워 다시 구부정길을 찾는다. 잠시 돌아가면 늦춰진 속도로 길 가 방긋 핀 꽃내음에 웃을 수 있고, 몸에 닿을 새라 화들짝 피하던 빗방울도 낭만의 강변을 유영하는 반딧불이가 된다. 그 굽이길을 뒤로하고 둥지 흙을 밟자 어느새 작은 굽이길이 뒤따라 함께 뛰어놀자 조른다. 그게 정겨운 길이고, 그게 굽이길이다. 말티재 또는 말티고개는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으로 가는 입구에 있는 고개로 보은군 장안면 장재리 산 4번지와 38번지 일대에 위치한다. 하단부는 해발 약 270m, 정상부는 해발 약 430m로서 차이가 160m 가량이나 되는 험한 고개다. 속리산에는 오랫동안 존재한 박석 길이 유명하였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고려 태조 왕건이 속리산에 구경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