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어둠도 잠든다. 함께 저녁을 먹는 동안 빗소리가 마음껏 들어올 수 있도록 큰 창을 열어 젖혀 고기가 굽히는 소리와 뒤섞인다. 늦은 밤에는 비를 맞으며 스피커에서 기어 나오는 음악을 뒤섞는데 마치 깊은 산중 음악회가 열린 착각이 든다. 심지어 비는 소리만 깨우는 게 아니라 허공에 흩날리는 빛도 깨운다. 아슬하게 비를 피하는 녀석을 잡아서 든든한 자리로 옮기고 녀석 또한 빗소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 흔하던 것들이 그리 귀하게 된 세상을 살며 함께 이 땅, 이 시간에 살아야 될 소중한 생명이다. 빗방울이 맺혀 보석이 되었다. 그저 비일 뿐인데 존귀한 보석에 길들여진 인간이 왜곡하는 장면이겠다. 이튿날 비는 그쳤지만 밤새 내린 비가 여전히 세상에 남아 꿈과 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