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한아름 자연 속, 청도 운문산 자연 휴양림과 운문호_20220707

사려울 2023. 10. 22. 21:50

해맑은 여울이 지저귀고, 큰어른 높은 산세 부락을 이루는 품 안의 자연은 새하얀 옥동자처럼 어미 품에서 달콤한 오늘을 노래했다.
찌는 여름, 나지막한 풀벌레 속삭임도 그늘 아래 단잠을 추스르는 자장가일 뿐.
 
백두대간 옆자락에 우뚝 솟은 고봉이 군락을 이루는 영남 알프스는 어디를 가나 거대한 장벽 마냥 하늘로 뻗은 능선이 즐비했다.
지구촌 어디를 가나 매력 움튼 곳 없겠냐마는 69번 지방도를 감싼 산세는 마음도, 경사도 급할 겨를 없이 어느새 동쪽 망망대해 숨결도 코끝에 닿았다.

청도 운문산 자연 휴양림은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산 29-6(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운문로 763)에 개장한 국립 자연휴양림으로 2000년 8월 17일에 개장, 지방도 985호선 변 운문산 기슭에 위치한다.
백두대간 낙동 정맥의 남부 지역에 위치하는 문복산[1,014m]과 영남의 알프스라 칭하는 가지산[1,240m] 등 해발 1천m 이상의 고봉에 둘러싸인 자연환경을 활용하기 위한 휴양림으로 숙박 가능한 산장과 산림 문화 휴양관, 단체를 위한 숲 속 수련장이 있다.
[출처] 운문산 자연 휴양림_디지털청도문화대전
 

운문산 자연 휴양림 - 디지털청도문화대전

[정의]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에 있는 국립 자연 휴양림 [개설] 지방도 985호선 변에 위치한 운문산 자연 휴양림은 영남 7개 산의 하나로 손꼽히는 운문산[호거산, 1,188m] 기슭에 위치한다.

cheongdo.grandculture.net

 

숲나들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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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foresttrip.go.kr

 

 

청도 행차 목적은 은사를 찾아뵙기 위함이라 한 가족이 열심히 달려 청통와촌IC에서 내려 초저녁에 자인으로 도착했지만 시골은 일찍 밤이 찾아와 식당이 즐비한 곳은 이미 폐점 분위기라 하는 수없이 식육식당 국밥으로 해결하고 밤이 되어서야 휴양림에 도착했다.

이튿날 오전에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숙소를 나서는데 전날 암흑 천지였던 숙소 맞은편이 울창한 숲과 듣기 좋은 개울이 지나길래 잠시 넋 놓고 주변을 서성거렸다.

바위에 무수한 턱을 촘촘히 곁들여 작은 여울은 하얀 미소 머금고 흘러내렸다.

하루 이용한 숲 속의 집 앞에 바로 산책로가 있었는데 남부 지방엔 장마 기간 동안 내린 비가 적어 다른 사진에서 처럼 수량이 그리 풍부하지 않았고, 다만 어릴 적 물놀이하던 개울에서 자연 시설 중 최고의 인기 만점인 바위 미끄럼틀이 있어 살짝 요람 시절이 회상되었다.

상운산, 가지산, 운문산으로의 첫걸음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산으로 향하는 작은 돌계단길은 밤이 되면 반딧불이가 호롱불을 휘날리는 곳이었다.

차로 향하며 잠시 머문 길을 되돌아봤다.

소소하게 꾸며진 숲길을 울창한 녹음과 경쾌한 개울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그 숲을 뒤로하고 69번 길을 따라 높은 운문재 터널을 지나 울산을 거쳐 김해에 도착했고, 내 기억에-최소한 내 기억엔 그랬는데 몇 차례 잔치집에서 안면이 있었단다-처음 뵙는 외가 친지댁으로 가기 전, 나름 지역에서 유명한 물회 전문점에서 늦은 아침을 해결했다.

인플레이션 위력은 당장 점심 식사에서 실감했다.

단 돈 1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왜소해져만 가는 시기, 물회 가격 12,000원이면 소소하게 여겨지는 시대로 접어들어 짧은 김해 방문에서 이 하나로 만족해야만 했다.

다만 극단적인 단맛과 짠맛이 구수한 회의 풍미까지 침범하는 건 좀 부담되었지만 서울이나 동탄에서 접하기 힘든 가격이라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된달까?

이른 점심에 방문하길 망정이지 조금만 늦어도 줄 서서 군침을 꼴딱 흘리며 굶주린 배를 비벼야 될 판이었다.

영남알프스의 위세가 보여 졸음쉼터에 차를 주차하고 그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간월-신불-영축산에서 시작하는 영남 알프스의 우뚝 솟은 산간지대가 해수면 고도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울산 방면에서 바라볼 때 실감 났다.

지금은 등산 애호가들의 단골 코스겠지만 현대 이전 시대엔 얼마나 발목을 잡는 장벽이었을까?

여기도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 여행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겠다.

휴양림 통나무집 수호신이라 여기고 지내는 동안 서로 방해하지 않은 거대 거미는 예전 시골 할머니께서 집을 지키는 구렁이 설화를 대신한 지킴이 아닐까 싶었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하며 굳이 오랜 시간 터를 잡은 녀석을 쫓을 일도 없거니와 등에 새겨진 문신을 보면 왠지 신성한 존재 아닐까?
달아나는 속도로 따지자면 말벌 보고 놀라 우사인볼트 급으로 혼비백산한 내 뜀박질 수준에 그 크기는 세 손꼬락 합친 정도?
곤충의 징그러움을 상쇄시키는 스뽜이더의 포스가 워낙 멋져 사진 몇 장 빠바박 찍는 사이 녀석과 친해진 건 아닌가 모르겠다.

거미를 절대 해하지 말라는 어릴 적부터의 세뇌로, 게다가 이 녀석을 위협하면 내가 개고생 할 거 같아 사흘 동안 친구 먹기로 했고, 어쩌면 녀석의 터전에 내가 허락 없이 침범한 침입자 일 수 있겠다.

생각보다 기나긴 김해 여정을 끝내고 돌아와 잠시 한숨 들이킨 뒤 가족들은 휴양림에 남겨두고 혼자 숙소를 나서 은사가 계시는 동곡으로 향했는데 워낙 재밌고 특이하신 분이라 올 때 다른 것 말고 맥주를 챙겨 오시란다.

숙소 앞은 이렇게 발치 아래 길과 숲, 개울이 지나가는 위치라 오래된 시설을 조금 감내한다면 괜찮은 선택이었다.

오진리 생태마을로 빠지는 교차로를 지나 처음 올 때 왔던 길로 더 진행하다 보면 운문호 경관의 데크길이 보여 그리 빠듯한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차를 한 뒤 데크길로 걸었다.

69번 도로와 운문호 사이를 비집고 작은 언덕배기가 있었는데 그 허리를 따라 데크길을 이어져 있었고, 더불어 운문호의 확 트인 경관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길로 짧게나마 호수 상류의 절경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었지만 다음에 다시 만나야 될 것 같아 길게 머무르지 않았다.

데크길은 그리 긴 구간이 아니었지만 시종일관 지나칠 법한 길섶 절경을 속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걷기에 큰 부담도 없었다.

가뭄의 촉수가 휘갈긴 상흔엔 응당 호수가 있어야 될 자리에 초록 들판이 자리 잡았다.
늘 있던 것들의 공백으로 인하여 역동적인 하늘의 흐름은 건조하고, 그를 추종하던 길도 기력을 잃어 추억만 그리워한다.
처음 접하는 자리에서도 과거에 흥건하던 물결의 잔해를 읽을 수 있는데 그 삶에 기댄 생명들은 오죽할까? 

은사 계시는 사택에 도착.

도시 활동을 모두 접으시고 고향 생가로 오셔서 마당을 밀고 집을 새로 지으셨다는데 벌써 제비들은 둥지를 틀었고, 은사께선 제비와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나무 합판을 덧대어 생활공간을 간단히 분리하셨다.

단촐하고 날 것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이 하나로 공존에 따른 작은 불편을 해소하셨고, 이게 참 보기 좋았다.

1시간 조금 넘게 대화를 나누고 숙소로 향했는데 아뿔싸! 전날 자인에서 봤던 수구레 국밥을 포장해 가기로 했건만 깜빡하고 숙소로 향하다 아차 싶어 다시 자인으로 향했고, 국밥을 포장해서 돌아가는 길에는 이미 하루 해가 지기 시작했다.

서녘 하늘이 온통 붉게 물들었는데 맑은 대기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는 노을이라 멋지긴 했다.

숨 가쁘게 달리던 하루, 아침의 싱그러움을 안고 저녁 노을에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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