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15

여름과의 숙연한 작별, 안성 칠장사_20240910

진중한 사찰의 저녁, 안성 칠장사_20240902칠장사는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로 399-18에 위치한 칠현산 자락의 고찰.조선 영조 9년(1773년)에 간행한 칠장사 사적비(事蹟碑)에 의하면 고려시대 혜소국사에 의해 중수된 기록이 있으나 초창meta-roid.tistory.com지난주 방문했을 당시 무거운 구름을 떠받들던 산자락이 이번엔 진공의 하늘을 떠받들어 지루한 폭염의 일탈을 천상의 바다에 담갔다.구름 한 점 없는 세상은 마치 우주를 동경이라도 한 건지 흙먼지로 날리는 소음은 사라지고 멍한 망울처럼 고요하기만 했다.한 주 지나 확연히 짧아진 대낮은 폭염만 남겨놓고 냉정하게 돌아서서 서녘 칠현산과 칠장산을 넘기 시작했다.덩그러니 남은 문 앞에서 칠장사로 향하는 걸음이 그로 인해 조급해졌건만 마음은..

한적한 전망 맛집, 선옥보리밥_20240910

한 때는 회사 사우에서 이제는 사회 형제로 반년 정도만에 만나 식사를 나누기로 했던 날, 그 친구가 둥지를 튼 혁신도시로 향했다.하루 종일 가을을 예고하는 빗방울이 이어지다 퇴근 무렵엔 만남을 응원해 주는지 빗방울이 가늘어져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인간관계에서 꽤나 신중하고 성의를 다하는 동상이라 약속 장소에 꽤나 만전을 기했을 터, 아니나 다를까 혁신도시 남단 길게 늘어선 산무리 사이 한적한 장소를 섭외했었는데 지도에서 보는 것과 달리 막상 그 자리에 서자 혁신도시와 일련의 산무리 사이에 우뚝 선 지형이라 일대 전망은 꽤나 좋았다.물론 그런 전망을 감상하느라 사진은 거의 남기지 않았지만.식당에 도착했을 무렵 소강상태던 빗방울이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는데 그까잇꺼 몇 방울 비 맞는 것 쯤이야.조선..

생거의 작은 조각 쉼터, 진천역사테마공원_20240909

예전에 충북이라고 하면 대부분 충주를 찾았다.소위 장단이 맞는 지인들이 있었고, 유적지나 공원, 자연 경관이 우수했으며, 그와 함께 먹거리와 함께 비교적 교통도 좋았기 때문이었다.그러다 진천을 찾은 건 20여 년 전 음성 소재 제약회사에 근무하며 엄청난 궁합을 자랑하던 독수리 오 형제-생산팀 2, 관리팀 1, 연구팀 2명으로 구성된 멤버들로 어느 순간부터 평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퇴근에 맞춰 일대를 훑고 다녔었지-와 함께 진천을 찾았었고,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하던 늦겨울에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사람들의 격리를 위해 아낌없이 받아주었던 아산과 더불어 진천에 대한 막연한 관용-코로나 팬데믹 초기엔 스쳐만 지나도 감염될 거란 공포심이 극대화된 시기라 지자체에선 엄청난 모험이기도 했다-에 아산과 더불어 진천을..

냥이_20240908

냥이는 오랜 역사와 셀 수 없는 교배를 통해 인류 친화적으로 변이를 거듭, 이런 냥이는 과거 편견과 달리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알고 댕이처럼 감정 표현도 할 줄 안다.물론 표현 방법이 확연히 달라 그런 다름으로 인해 많은 오해와 편견의 산물이 되긴 했으나 근래 진가를 확인받은 것처럼 부작용도 많다.그래서 댕냥이들은 주인 학대에도 주인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간혹 냥이는 학대 중에 집을 뛰쳐나가는 행위는 집을 가출하는 게 아니라 방어 기제로 위기를 모면한다고 잠시 뛰쳐나가는 것뿐, 뛰쳐나간 후 갑자기 바뀐 환경에 동공 지진을 동반한 극도의 공포감으로 몸을 숨기는 사이 그게 가출로 오해를 받았다.울냥이 또한 그와 비슷한 케이스 아닐까 유추해 보며 그래도 가족이라면 지켜주는 건 이유를 불문하고 당위적인데 어..

일상_20240908

6월 중순 학교 강의에 노르딕 워킹 강사를 초빙한 적 있었고, 노르딕 워킹을 떠나 지엽적인 걸음이 아닌 본질적인 걸음을 하루 동안 강의한 적 있었다.거기서 맨발의 효능에 대해 의학적인 관점보단 인간의 본질적인 관점에서 해석했던 걷기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풀었었는데 하루 강의가 무척 인상 깊었던 바, 그 이후 반석산 맨발 걷기 코스에 주말마다 찾아 잠시라도 걸었다.물론 파상풍 감염이 그리 쉽게 되지는 않지만 발을 디딜 때 나름 신경 써서 걸었고, 이제는 건강이라는 관점보단 기분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맨발 걷기는 꽤 경제적인 대척점이었다.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맨발 걷기를 즐기는 덕에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돗가가 생겼고, 거기서 발을 씻고 나서 벤치에 앉아 족발을 말릴 때면 늦더위 속에 문득 가을의 알싸한 청량감..

냥이_20240907

전날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왔고, 조금 시니컬한 표정으로 티비를 보던 녀석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식빵을 구웠다.모처럼 봤다고 흑미 식빵을 구워 주려는 걸까?녀석의 꾸준한 취미 중 하나는 다함께 모여 앉아 티비 시청을 즐기는 것.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어 뒤통수 스담하면 그렁그렁 거리는 골골송도 듣기 좋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에게 친근한 표현을 하던 녀석은 이튿날에도 어김없이 사람 발끝을 쫓아다니며 요구 사항이 많았다.츄르 달라, 간식 달라, 닭 슴가살 달라, 놀아달라 등등한 번 놀아주자 녀석은 창가 제 의자에 자리를 잡곤 한잠 들었다.여름이 다시 오려는지 대낮 더위가 햇살이 따가운 걸 넘어 후덥지근했고, 하나로마트에 들러 식료품을 마련하러 간 사이 차량 내부는 말 그대로 온실이 따로 없었다.그래서인지 ..

일상_20240903

퇴근에 맞춰 체육공원으로 향하는 길.실원마을, 덕성마을을 새긴 멋진 입석을 지나 걸어가는 길은 대략 1km 남짓, 걸어가는 길에 여전한 더위 속에서 가을 바람이 살짝 스쳤다.체육공원에 도착하여 하루 1만보를 채우기 위해 몇 바퀴만 돌았는데 출입할 수 없는 장고개로 문득 호기 어린 시선을 보냈다.옛 시절엔 교통이 지금처럼 좋지 않아 고갯길은 길목이나 마찬가지였을 터, 이제는 인적이 차단되어 수풀만 무성했다.며칠 동안 꾸준히 다녀본 결과 퇴근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한둘씩 늘어나 10여 명의 사람들이 걷기 운동을, 가끔 몇 사람들이 모여 축구나 러닝을 즐기는 곳인 만큼 이 마을에 비교적 호화로운 시설이 들어서 운동하기엔 정말 호사였다.해가 부쩍 짧아졌다는 걸, 그리고 여전히 진행형이란 걸 체감할 수 있는 건 ..

진중한 사찰의 저녁, 안성 칠장사_20240902

칠장사는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로 399-18에 위치한 칠현산 자락의 고찰.조선 영조 9년(1773년)에 간행한 칠장사 사적비(事蹟碑)에 의하면 고려시대 혜소국사에 의해 중수된 기록이 있으나 초창된 시기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러나 문헌 등을 통해 볼 때 10세기경에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칠장사는 신라 선덕여왕 5년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되었다는 설이 전하며, 고려시대 현종 5년(1014) 혜소국사가 왕명으로 중창하였고 칠장사와 칠현산이란 이름은 혜소국사가 이곳에 머물면서 일곱 명의 악인을 교화하여 현인으로 만들었다는 설화에서 유래되었다.고려 우왕9년(1383년)에 왜구의 침입으로 충주 개천사에 있던 고려조의 역대실록을 이곳에 옮겼을 정도로 당시 교계에서는 중요한 사찰이었다.공양왕1년(..

일상_20240902

아침에 단비가 내려 뜨겁던 열기가 사그라들었고, 흐린 하늘이 반가워 점심 식사를 마치곤 사우님과 함께 주변 산책을 나왔다.늘 도는 코스에서 살짝 벗어나 생활체육공원 방향 산길로 향했는데 비가 막 그친 뒤라 공기는 무겁긴 해도 더위가 한풀 꺾인 상태에 내린 비도 적어 걷기에 알맞았다.작은 산과 체육공원 외곽의 둘레길은 평소 걷는 구간이 대략 3km 조금 넘는 정도의 거리였고, 산으로 이어진 곁길은 지형적으로 질러가는 길이긴 해도 곧은 길이 아니라 거리 차이는 거의 없었지만, 이런 길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무성한 풀숲 사이로 가려져 보이지 않던 길은 의외로 잘 조성되어 있었다.지난 8월 26일과 28일에 걸었던 체육공원 뒤 산 정상은 바로 이렇게 조성하다만 공터와 같았다.풀은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음에도 듬..

일상_20240901

주말엔 모처럼 학교 가는 날이라 하루 동안 피로에 찌들어 있다 늦잠을 잔 뒤 결혼식과 학교를 제끼곤 집안 일만 집중했다.사람들이 미어 터지기 전에 하나로마트로 가서 식료품 찔끔 사고, 뜨거운 대낮엔 집구석에 틀어 박혀 숨만 쉬다 시원해질 무렵 반석산으로 가서 뒤늦게 재미 들인 맨발 걷기를 즐겼다.올여름만큼 더위가 강력하고 지루한 여름이 있었던가!1994년엔 7월 1일부터 보름 동안 섭씨 39도를 계속 넘겼었고, 내 생애 마지막으로 땀띠란 걸 앓아 봤었지만 지금만큼 지루한 건 아니었다.또한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탓에 인내심도 줄었던 만큼 정량적인 판단보다 정성적인 잣대를 더 체감하게 된 바, 올여름은 그냥 길고 지루하고 강력했다.그래서 9월이면 가을 분위기가 나야 되는데 여전히 낮더위가 무시무시한 걸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