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찜통 같은 대구, 욱수골과 금호강변_20220708

사려울 2023. 10. 22. 21:55

녹음이 무성한 개울가 산책로를 따라 잠시 걷는 사이 대구를 떠올렸다.
대구! 그냥 덥다는 생각뿐.
어차피 여름이면 어디든 덥다고 생각했지만 대구에 도착해서 도어를 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헉!'소리가 난다.
서울도 열섬 현상으로 찌는 듯한 여름을 보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대구는 묘하게 찜통 같다.
2013년 한여름에 지인 잔치가 있어 대구를 왔을 때, 차량 온도는 30도를 조금 넘는 수치를 보여주다 대구에 가까워질 때부터 1도씩 오르다 결국 범어네거리 도착하는 순간 39도를 찍었던 기억도 있다.
차를 내리던 순간 선글라스에 뿌연 김이 서려 확실한 여름을 체험한 날이었는데 그 이후부터 여름에 대구를 오면 진정한 여름을 체험한다.

욱수골공영주차장에 주차, 요람을 회상하면서 길을 걸었다.

물론 당시와 완전 다른 환경이라 이렇게 매끈한 길은 없었고, 내 모교인 덕원중고등학교도 이 자리가 아닌 황금동이었지만 언젠가 모교 이전 소식을 듣고 학교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파트숲 인근에 욱수골이 있고 거기에서 발원한 욱수천은 이렇게 많이 달라졌지만 개울 따라 무성한 녹음은 여전했다.

특히나 축 늘어진 나뭇가지를 보면 막연히 산책로를 걷고 싶어졌다.

이런 작은 여울변 산책로 좌측은 모교, 우측은 수영장이며, 다리는 모교와 수영장을 잇는 학교 내 다리였다.

욱수천은 작은 개울이지만 왜가리는 종종 눈에 띄었다.

이렇게 산책로를 걷다 청운교를 지나 대구부산 간 중앙고속도로 그늘 아래에서 잠시 더위를 식힌 뒤 금호강으로 향했다.

금호강변에 도착하여 경부선 그늘 아래 더위를 피해 주차하고, 잠시 금호강변을 산책하던 중 언뜻 냥이를 본 거 같은데 가까이 다가가자 감쪽 같이 사라져 잘못 본 건가? 싶었지만 따가운 햇살을 피해 인근에 주차된 버스 아래에서 쉬고 있었다.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가도 멀뚱히 쳐다보는데 자세히 보니 구내염을 앓고 있었다.
항생제를 분명 차 어딘가 비치해 놓았을 텐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고, 하는 수없이 밥과 생수만 털어 주자 아픈 가운데 열심히 먹었다.
가족은 항생제를 찾고, 난 부근에 머무르며 식사가 끝나길 기다렸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멀쩡히 끼워 놓은 게 어딜 갔는지 도통 노답이구먼.
하는 수 없이 식사가 끝난 녀석을 뒤로하고 지인을 만날 수밖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약은 뒷좌석 포켓에 고이 모셔 두었다는 슬픈 전설이 있었다.ㅠ

통증을 참고 꾸역꾸역 식사를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데 하필 이런 때 약을 못 찾다니, 멍충이 같은!

여기서 더 다가서면 녀석이 도망가기 때문에 더 이상 거리를 좁히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누님네 식구를 만나기 위해 데일리 호스브라운으로 떠났다.

냐옹아, 잘 버텨 내야 된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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