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445

부천_20050815

그래도 한 때는 뻔질나게 사용했던 샘숭 카메라는 동급의 보급기 중 구린 화질에 덩치도 크고 디자인도 그에 걸맞게 구렸다.그래서 애국심 마케팅에 속으면 안되는데 이전이나 이후에도 번번히 속는 과정에서 내성이 쌓여 무조건 애국심을 내세우면 의심부터 하고 본다.애국심이야 좋은 의미긴 하나 기업에서 그걸 좋은 동기로 쓰는 게 아니라 돈 벌어 먹는 왜곡된 순수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거나 마찬가지.화질이 그렇게 구린 줄 알면서도 하는 수없이 덜컥 구입했던 만큼 많이 굴리는 수밖에.여전히 부천의 이곳 교차로 일대는 막히는 게 정상이 되어 버렸다.그래도 이곳에서의 삶은 모든 게 익숙했다.

추억의 사색 2024.07.03

충주호_20050729

가족 피서 겸 여행으로 충주 봉황계곡에 간 이튿날 충주호 유람선 여행을 떠났다.당시만 해도 충주호 유람선 여행은 제법 괜찮은 유랑 중 하나였고, 구간에 따라 단양까지 운행하는데 기억이 바래긴 했지만 아마도 월악산 선착장까지 다녀 오지 않았을까 싶다.먼저 공터와 같았던 요트 선착장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낸 뒤 유람선을 타고 탁 트인 시야와 강바람을 맞았다.유람선을 타고 월악산 아래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에 멀리 월악산의 멋진 산세가 펼쳐져 있었다.두 장의 사진은 7월 19일에 충주에 사는 형 뵙고 가르쳐 준 곳으로 요트 선착장이라 일반인들은 거의 알 수 없는 자리에 있었다.

추억의 사색 2024.07.03

여름 피서, 충주 봉황계곡_20050728

교회 목사님 내외분 배려로 봉황계곡 보훈휴양원을 숙소로 하여 세 가족의 피서지로 손색 없었다. 첫 날은 봉황계곡 한포천에서, 둘 째날은 충주호 여행을 하며 빠듯한 시간을 알차게 보냈는데 한포천은 남한강으로 합류하는 지류로 봉황계곡의 위치상 하류임에도 수질은 큰 문제가 없었던 걸로 기억 났다.역시나 아이들은 말그대로 물 만난 제비가 되었다.

추억의 사색 2024.05.22

흥겹던 설봉공원 도자기 축제_20050601

여주 행님 따라 이천 분도 뵙고, 궁금하던 도자기 축제도 관람하며 즐겼던 날.도자기 엑스포가 열렸던 곳을 그대로 활용하여 축제까지 진행하는 공원으로 당시 이천 설봉공원은 꽤나 짜임새 있던 공원이었다. 비교는 아니지만 여주가 강변의 너른 공간을 그대로 살렸다면 이천은 근교의 작은 산이 품은 공간을 살렸었지. 그래서 여주는 광장의 느낌이 강하여 여름이면 뙤약볕에 노출된 곳이 많은 대신 트인 느낌으로 시원스런 분위기였다면 이천은 큰 규모의 근린공원처럼 밀도감이 높았다. 여주는 생활과 친숙한 작품이 많았다면 이천은 예술적이고 정교한 작품이 많아 함께 붙어있는 지역인데도 그런 명확한 차이가 신기했더랬다.

추억의 사색 2024.05.22

일상_20230723

장마에도 꽃은 피고, 물방울 열매는 맺는다. 그 계절의 작은 탄생들은 길 따라 해류처럼 흐르고, 어딘가에 고여 길의 형체도 덧씌워 생명을 이끈다. 아무리 견고하게 다진 길도 생명의 분절은 길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처럼 길을 만드는 건 실체를 짓누르는 중력이 아니라 유수처럼 흥겨운 흐름이 궁극이다. 비구름이 유유자적하는 길을 밟으며 어느새 길의 호흡에 자연의 혈관은 심장처럼 멈출 줄 모르고 약속처럼 의지를 추동하던 날이다. 우산 하나에 의지해 물에 젖을 각오로 길을 나서 습관처럼 오산천변 산책로의 나무 터널 아래로 미끄러지듯 걸어갔다. 자연 발원하는 여울도 많은 비를 방증하듯 갈래갈래 폭포가 되어 이별과 재회를 반복했다. 비가 그칠 기미가 없는지 꽃은 세찬 장마에도 꼿꼿이 살아갈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여울..

냥이, 그리고 노을_20220828

'집사, 요상한 물 언제 다 마시냥? 얼른 털어 넣으면 안되냥?' 커피 마시는 자리 옆에 붙어 계속 째려보는 녀석은 사실 잠깐 일어난 사이에 자리를 점거해 버리곤 눈총을 주다 커피가 바닥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돌아 앉아 '참을 인'을 되뇌이고 있었다. 사실 커피 다 마신 뒤에 일부러 빈컵을 입에 갖다 대는 시늉을 했던건데 녀석은 그저 지루할 뿐이었다. 커피 마시면서 흑미식빵도 곁들이라는 걸까? 마치 어린 바다표범 같았다. '아직 마시냥? 얼른 완샷으로 털어 넣으면 안되냥?' 빈컵을 연신 입으로 갖다대며 마시는 척하자 녀석이 아예 돌아섰다. '내가 저 꼴은 못보겠다옹!' 민무늬 달팽이의 펑퍼짐한 골반이 보였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예전 같지 않은지 쾌청한 날이 많아 덩달아 하늘에 찍어 그린 그림에 심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