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99

가을에 남는 미련과 기억_20191103

아침부터 돌풍에 비가 추적추적 내려 마치 돌아가는 적적함을 날씨가 알아 채고, 위로를 해 주는 것만 같아 살림살이를 주섬주섬 챙기는 기분이 조금 진정은 됐다.다른 곳으로 둘러볼 겨를 없이 고속도로 정체를 감안하여 집을 향해 출발했지만 영동 고속도로 진부IC 채 못간 지점부터 정체가 심각해 잠시 정차된 틈을 타 고속도로 교통정보를 훑어 본 즉슨 유독 영동 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하고 가던 중 벌써 정체 구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그럼 내가 속한 이 정체의 무리가 앞으로 쭈욱 이어지고 갈수록 정체 구간이 길어진다는 건데 진부를 지나 속사까지 정체와 소통을 반복하던 중 차라리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낼 바에 평창을 들리자 싶어 평창IC 부근 정체 무리에 끼어 있다 바로 평창IC를 빠져 나와 평창으로 내달렸다.도로가..

일상_20191029

하루 여유를 부려 정처 없이 동탄을 방황했다.이미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라 부쩍 짧아진 낮을 실감케 했고, 일찍 찾아오는 밤에 쫓기듯 잰걸음으로 발길 닿는 대로 돌아 다녔다. 올 가을은 그리 자주 다니지 않아 가을색이 만연해지는 이 거리를 잊고 지냈다.아직 계절 옷을 덜 입어 은행나무 가로수조차 연녹색으로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여느 지역의 가을처럼 금새 물들었다 낙엽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터라 틈틈히 다니며 구경하기로 했다. 오산천 산책로를 밟기 전, 가을이 이제 막 젖어들기 직전이 아닌가 착각이 들만큼 계절에 둔감하다. 전날 내린 가을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심적인 여유가 충만한 가을처럼 누가 볼새라 금새 달아나 버리던 빗방울은 아직 풀입 위에 남아 여유를 부린다. 인공 여울은 갈대 세상이 되..

산에 걸린 구름_20191018

영주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풍기로 넘어가는 5번 국도 안정을 지날 무렵 좌측 산봉우리에 구름이 걸려 있다. 5번 국도가 거의 고속도로 수준의 자동차 전용도로라 함부로 차를 세울 수 없어 조금 지나 신전교차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데 역광으로 인해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다. 흔치 않은 광경인데 도로를 내려 멀찌감치 잘 보이는 자리를 잡아서 사진으로 담을 껄 그랬다. 후회 되는 걸! 앞만 보고 먼길을 가야 되는 부담감에 잠시 풍기IC를 지날 무렵까지 잊고 있다 바로 고속도로 옆에 큰 산이라 이내 이 특이한 광경과 함께 아쉬움까지 몰려 왔다. 때마침 아이폰과 샤오미 셀카봉 리모컨이 페어링 된 상태라 거치대만 돌리고 리모컨 키를 눌러 댔는데 제대로 포커싱되지 않아 건질 사진은 거의 없었고, 다만 이런 특..

석양이 들 무렵 한옥마을_20191009

이제는 전주 하면 한옥마을이란 공식이 몇 년 전부터 생겨 하나의 관광 명소가 되어 버렸다.곡성 형과 헤어져 다시 차를 몰고 전주로 들어왔고, 딱히 목적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지나는 길에 노상 주차가 아주 길게 늘어선 도로를 지나며 전주천 너머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흥에 겨운 소리가 넘쳐 나는 한옥 마을임을 쉽게 알아 챌 수 있었다.때마침 공연장 부근을 지날 무렵 주차가 가능한 공간을 발견하고 얼른 주차한 뒤 흥겨운 소리를 따라 도로를 건너고 강을 건넜다. 이미 석양을 본 마당에 길게 돌아 다닐 순 없어서 전주천 일대를 끼고 있는 마을을 둘러 보고 기왓장이나 몇 장 건져 보려 했는데 사람들이 많아 한적한 사진을 찍는 다는게 수월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석양에 비낀 돌다리 건너는 사람들이 인상적이라 초점을 흘..

일상_20190921

주말에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가을 소식을 전해 주기 위해 가을 내음이 물씬하여 가벼운 방수 코트를 하나 걸치고 공원을 나갔다. 걷기 좋은 나무 터널 아래 바람을 타고 온 미세한 숲의 향기가 잠자고 있던 미소를 깨운다. 오후가 무르익을 수록 빗줄기는 더욱 가늘어져 얇은 방수 코트 위에 송알송알 빗물이 영근다.걷기 좋은 산책로를 따라 가는 동안 공원이 텅빈 것처럼 길 위를 걷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부쩍 줄어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이 반가울 때가 있던 날이다. 적막의 한가운데 서서 비와 바람의 곡조를 음미한다.이렇게 가벼운 비는 도리어 활동에 큰 지장이 없고, 묘한 적막의 단맛이 느껴진다. 해 질 무렵 구름을 뚫고 석양이 비춰 육중하던 구름을 붉게 태워 허공으로 날려 버린다.어찌나 이 색감이 고운지. 가을에 감탄..

일상_20190905

가을 장맛비가 한창이다.맑다가 갑자기 흐리고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이내 그쳐 버리기도 하고, 그치는가 싶다가도 지루하게 내리길 다반사. 비가 내린 뒤 일시에 걷히는 구름으로 거대한 무지개가 하늘을 채색했다.금새 사라지는 무지개처럼 남가일몽인들 어떠하리.이제 가을인 걸. 가끔 그럴 때가 있다.아무런 기대 없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경관으로 한참을 우러러 본 적.가을에 대한 기대감도 잊을 만큼 나는 앞만 보며 무얼 그리 응시 했던가.가을 비가 추적히도 내리던 저녁, 작은 행복에 미소 짓는 그런 날도 있긴 하다.비 온 뒤의 쾌청한 하늘은 고난 뒤의 성취감과도 같다.

일상_20190817

매일 맹약처럼 동녘에서 나타나 서녘 마루를 넘어가지만 감회는 남다르다.바람에서 느껴지는 가을 내음이 깃들어 지난한 더위가 한풀 꺾인 게 위안 아닌 위안 거리가 되어 억누를 수 없는 기대감에 사로 잡히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도 석양을 바라 보며 위로한다.여름이 지겹더라도 지나고 나면 어느 하나 허투루하지 않았던 걸.늘 지나고 나서 숙연해 진다. 찰나의 순간처럼 아주 짧은 시간 일몰은 사라지고, 아쉬운 마음을 알아 주는 배려인지 기나긴 땅거미가 여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