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평온의 결실_20200920

사려울 2022. 12. 25. 14:07

뙤약볕 아래 태연히 갈 길을 가던 냥이를 부르자 냉큼 돌아서서 가까이 다가온다.

커피 한 잔 마시던 차, 츄르 프라푸치노 한 잔 할래?

가을이면 만물이 풍성해진다고 했던가?

다짐과 도약이 풋풋한 봄이라면 고찰과 성숙은 결실과도 같은 가을이렷다.

자연과 어우러진 생명은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듯 하나를 위해 일 년을 버틴 결실은 인내가 뿌려져 더욱 아름답다.

강과 길을 따라 들판으로 번진 가을은 수수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잠시 걷던 수고로움에 영혼의 물 한 모금을 살포시 건넨다.

내가 유쾌한 건 '말미암아' 불씨를 달래고, 네가 아름다운 건 '믿음'의 도화선이다.

여주 행님 댁에 도착, 머릿속은 온통 평온만 연상된다.

들판에 덩그러니 서 있던 한 쌍이 아쉽게도 제 짝을 잃었다.

한 편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남아줬더라면.

오래된 마을 옛길은 강물 속으로 사라지고, 이제는 과거의 아련한 기억만 사라질 차례다.

청미천으로 가는 길에 만난 작은 그늘의 주인.

베풀어서 함께 작은 행복을 나눈다.

강이 만든 어여쁜 반영의 붓끝이 두 세상을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었다.

서서히 해가 기울며 서쪽 끝 집으로 뉘엇뉘엇 걸어감과 동시에 신명 나게 놀던 역동의 생명과 바람도 분주히 집으로 향한다.

늘 길은 갈라지고 합쳐진다.

올 때는 만나던 길이 이제는 헤어져야만 한다.

마을의 평온 속에 작은 평온이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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