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나간 산책길에서 길 위 생명의 고단함을 헤아린다.
초보 애묘인이지만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인간과 함께 한 생명이라면 분명 공존공생하는 숙명과 더불어 이로운 부분이 훨씬 많을 터.
그럼에도 길로 내몰린 가련한 생명들에 동정 이상의 박애 정신은 발휘하지 못했다.
산책 삼아 밥 한주먹 담아서 반석산으로 향했고, 냥이 마을에 도착할 즈음 석양이 서편 마루에 걸렸다.
도착 했을 때는 냥이 마을이 텅비어 발걸음을 돌릴까 하다 녀석들을 부르자 몇 번 봤다고 어디선가 몇 녀석이 달려왔다.
위계 질서가 엄격함에도 늘 먼저 먹는 녀석이 배부른 만큼 가장 순둥이한테도 밥을 봉투째 내밀자 눈치를 보다가 어느새 맛나게 먹는다.
너무 약하고 소심하고 경계심이 많은 녀석이라 돌아서는 길에 늘 마음에 걸린다.
냥이들과 헤어진 뒤 반석산 정상에 올라 팔각정을 바라보자 처마가 하늘에 비낀다.
가만 보면 이거 생긴지 10년 정도 지난 거 같은데 여전히 빛바램 없이 깔끔하다.
관리를 잘 한건지, 아님 정기적으로 덧칠을 하는 건지 모르지만 한국적인 미가 뚝배기 같다.
노작마을로 내려와 카페 거리로 지나는데 꽤나 을씨년스러워 안타깝다.
이 아름다웠던 길이 올해만큼은 코로나19로 퇴색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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