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냥이 마을을 돌아 석양이 지다_20200425

사려울 2021. 11. 23. 03:18

냥이들 만나러 가는 길이면 옆길로 새지 않고 정주행이다.

누군가 관심으로 꾸준히 챙겨 주시만 나 또한 이게 내 표현 방법인 셈이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녀석들의 철옹성 같던 경계가 무너지는 재미, 나만의 몰취향이 되어 버렸다.

순둥순둥한 치즈뚱이는 늘 마지막 차례라 밥은 좀 남겨 뒀다 뒤에 식사하는 녀석들을 챙겨 주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치즈뚱이다.

가장 경계가 심한 카오스는 치즈뚱이처럼 몇 아이의 어미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겁을 먹고 줄행랑이라 조심해야 된다.

치즈뚱이는 지나는 행인들에게 촉각이 곤두섰다.

까칠하지만 인물 좋은 삼색이도 볼 수 있었다.

녀석들이 식사를 거의 끝낼 즈음해서 냥이 마을을 벗어나 복합문화센터 뒤뜰을 경유하여 반석산 전망데크로 올라갔다.

며칠 전과 달리 어느 순간부터 전형적인 봄의 대기는 미세먼지와 황사로 이렇게 뿌연 대기가 지배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그나마 근래 들어 화창한 대기가 반가운 얼굴을 내밀었던 걸 보면 극구 부인하는 대륙에서의 오염이 심각하다.

반석산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뜨자 석양이 고층 빌딩 사이로 사라지며 시야는 무척 뜨겁다.

야외 음악당은 가을인 듯 봄인 듯한 정취가 느껴졌다.

야외음악당에서 복합문화센터로 가는 길에 무심히도 해맑은 빛깔의 박태기나무가 샛 고운 빛깔로 시선을 유혹했다.

복합문화센터와 마주 보는 도로의 멋진 구도에 더해져 이글거리는 석양빛이 하늘을 불태웠다.

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영산홍이 순식간에 길가를 화려하게 채색하면 봄은 정점을 지나 서녘으로 기우는 석양처럼 그 향기를 다해간다.

마음은 놓아줄 준비조차 하지 않았건만 간다는 작별의 미소도 없이 뒷모습을 보이는 계절은 언제나 약속된 행보를 보이지만, 마음에 활짝 핀 미련은 부질없이도 커져만 간다.

작별의 아쉬움은 코끝에 맴도는 향기 마냥 넘칠 땐 지치고, 허공에 흩어져 사라질 땐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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