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해 질 녘 곡성 도깨비_20200319

사려울 2021. 8. 23. 03:41

사성암에서 출발하여 다시 곡성으로 향했는데 오전에 섬진강변의 17번 국도를 경유했다면 이번엔 섬진강을 넘어 반대편의 한적한 도로를 경유했다.

첫 번째는 두가헌이라는 멋진 시골 카페를 이용하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는 도깨비마을로 가기 위함이었다.

물론 두가헌의 멋진 정취에 빠져 오래 앉아 있는 사이 석양은 서산으로 완전히 기울어 더 이상의 멋진 절경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데다 하루 동안 동선을 감안하면 허기가 밀려올 만했다.

그래서 도깨비마을 방문은 패스하고 마을 입구까지만 가는 걸루~

해질 무렵 음산한 도깨비 마을.

어릴 적 어둑한 암흑 속에서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도깨비는 늘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잊혔다고 안심했던 도깨비가 다시 눈앞에 떡!허니 자리를 잡고 있는데 때마침 석양이 서녘 마루로 넘어갈 무렵이라 개거품 물까 싶어 서둘러 자리를 뜬다.

묘하게 어릴 적 각인된 도깨비는 아무리 얼굴에 벌건 시럽을 처바르고, 아무리 공 들인 분장으로 효과음을 잔뜩 동반한 현대 귀신 조차 도깨비의 개거품을 능가할 순 없었다.

곡성에 도착할 무렵 섬진강 너머 석양이 순식간에 서산마루로 넘어가려 했다.

그 모습 놓칠세라 사진으로 담는 건 그만큼 하루 시간의 아쉬움에 대한 징표다.

숨 가빴던 하루 일정에 따라 많은 거리를 이동했던 만큼 허기도 동반되어 다시 구례로 넘어간다.

곡성을 두 번 넘어오며 줄곧 섬진강을 따라 양쪽 도로를 경유했다면 구례로 가는 길은 경유하지 않았던 산 넘어 길, 고산길을 이용했는데 고갯마루에 도착할 무렵 석양은 완전 자취를 감춰 자욱한 땅거미만 남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서녘을 바라봤다.

곡성 한가운데 장벽처럼 우뚝 선 동악산의 첨예한 능선 위 곱디고운 땅거미를 끝으로 이번 곡성 여정은 작별했다.

고갯길 따라 구례로 내려올 무렵 도로에 어린 사슴을 만났는데 사육장이 아닌 곳에서 만난 게 얼마만인가 싶었다.

다행히 빛이 남아 있는 상태라 일찍 발견하고 속도를 줄였으니 망정이지 워낙 속도 내기 좋은 구간에서 조금만 깜깜했다면 위험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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