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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만나러 가는 길_20200506

올 때처럼 내려갈 때도 리조트 차량을 이용할 수 있지만 어차피 계속된 내리막길이라 주변도 구경할 겸 해서 도보를 이용하여 주차장까지 가는데 여기가 네이처파크의 애니멀밸리인가 보다. 숙소는 길 따라 가장 깊고 높은 곳에 있는데 네이처파크의 동물원으로 둘러싸인 길이라 여러 동물이 섞여 있었다. 숙소에서 출발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바로 조류 테마존인데 내 눈이 잘못되었나 싶을 정도로 공작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여기 테마가 그런가 보다. 갇혀 있지 않은 것만도 어딘가. 불행히도 고양이가 지내는 곳은 갇혀 있는데 냥이 집사로서 특히나 녀석들에게 마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부시시 일어난 러시안블루에게 다가가자 녀석은 별로 의식하지 않고 휴식을 가졌다. 아차차! 스승께 찾아뵙기로 한 시각이 임박해서..

숲 속 호텔의 이색적인 경험_20200505

신천지 코로나 사건으로 홍역을 앓은 대구에 무수히도 많은 시민들이 속절없이 피해를 보고 어느 정도 상처가 치유될 무렵 회사 복지 프로그램에서 한동안 궁금증을 불러내던 리조트로 여행을 떠난 건 학창 시절 스승을 직접 뵙기 위함이었다. 전날 저녁에 도착하여 리조트 입구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자 이쁜 경차가 내려와 가족을 싣고 미리 예약된 숙소로 이동하는데 산중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겉과 완연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캐리어에 갇혀 있는 보따리를 풀고 홀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오자 차로 이동할 때와 또 다른 조경과 불빛이 어우러져 산길을 산책함에도 지치기는커녕 쾌속으로 지나는 시간이 야속할 정도. 숙소는 산속의 고급스런 통나무집처럼 나무향이 그윽하고, 한옥 쪽문을 연상시키는 후문이 있어 가족은 마..

냥이_20200505

여행이나 하루 이상 집을 떠날 때가 있다. 녀석과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냥이는 집에 남겨 두게 되는데 갈수록 눈치 백 단에 도달하여 천연덕스럽게 대처하는 잠깐의 외출과 달리 모든 가족들이 집을 비우면 표정이 달라진다. 이 녀석 또한 눈치가 백 단인 만큼 다른 가족들도 눈치 백 단이라 가급적 요란을 떨지 않는다. 그래도 혼자 남겨둔 심정은 주렁주렁 달린 봇짐보다 무겁다. 짐을 싸고 이리저리 오가면 빤히 쳐다본다. 혼자 남겨두는 아쉬움에 스담 할라 치면 얼굴을 뒤로 빼고 못 만지게 한다. 그와 함께 무기력한 모습도 보인다. 결국 발걸음을 힘겹게 떼면서 뒤돌아 보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자는 척! 한다.

일상_20200504

마치 녀석은 처음부터 가족 같다. 붙임성과 넋살에 있어 냥이와의 간극은 기우였을 뿐, 원래 그랬던 것처럼 무척이나 적응을 잘하고 애교도 끊임없다. 올리브영에서 구입한 딸랑이 두 개 중 하나는 거의 외면당하고, 나머지 하나는 잘 가지고 논다. 아주 미세하게 방울 소리만 나도 열일 제쳐두고 달려와 사냥놀이에 바로 빠져든다. 이런 녀석과 한참을 즐긴 후 창 너머 청명한 대기를 쫓아 냥이 마을로 출발한다. 어린이날 전날이라 그런지 야외공연장 잔디광장엔 아이들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졌다. 냥이 마을로 바로 직진하지 않고, 반석산 둘레길로 우회하여 냥이 마을로 들어서기로 하자. 특히나 노란 꽃들이 눈에 띄어 쉰들러 기법으로 사진을 찍는데 노란색 인식이 완벽하지 않지만 이쁘게 잘 표현되었다. 하..

일상_20200502

봄은 봄이다. 아직도 꽃을 틔우지 않은 꽃은 많지만 시기의 차이일 뿐, 자연의 약속은 그릇됨이 없다. 하루 종일 따스한 봄볕이 가장 좋은 양분이었는지 해가 거듭될수록 그 빛깔은 더욱 곱기만 하다. 이미 한 달 전에 꽃잎을 열고 함박웃음을 짓는 두 녀석들은 언제 봐도 화사한 미소로 삭막하던 베란다에 화색을 돌게 한다. 냥이가 뜯어 먹었던 이파리는 원래대로 자라 점점 단풍의 위엄(?)을 갖기 시작한다. 이제 온전히 제 의사가 되어 버린 탁자 의자에서 나른한 하루를 보내는 녀석은 어딜 가나 따라다닌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가족이 걸리면 발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앉아 있기 전까지는. 택배 박스는 녀석이 필히 검수하는 항목이자 전유물이다. 그렇다고 오래 있는 건 아닌데 어떻게든 한 번은 이렇게 들어가서..

냥이_20200501

가족이 무척 그리웠나 보다. 접촉의 희열을 알며 어떻게든 직접 닿아서 관심도 얻고 사랑도 축척하는 영특하면서 애교 넘치는 냥이, 수컷인데 이리도 애교가 많다니, 의외다. 식사 자리에 앉는다는 걸 미리 간파하고 먼저 자리를 잡았다. 집사 나부랭이가 어떻게든 접촉할 수밖에 없는 미끼를 던졌다. 잠깐 무시하면 서 있는 발등에 다리나 몸을 걸쳐서 집사가 개무시하지 않게 낚는 법도 배웠다. 이러니 정이 안 들 수 있겠나! 손녀가 미리 챙겨준 할머니 꽃선물. 매년 빼놓지 않고 실용적인 화분을 꼭 챙겨 준다. 코로나 19로 학교를 가지 않아 초조할 텐데 제 할 일은 꼭 하는 애교쟁이며, 야무진 아이다. 늘 어리다고 여겼던 녀석이 벌써 고3?! 사진 찍을 때는 몰랐는데 꽃 너머에 너구리 같은 녀석이 앉아 있다. 잠들기..

냥이_20200428

부산에서 공수해 온 어묵은 일전에 지인의 선물로 가족들과 함께 탱글탱글한 식감과 감칠맛 나는 풍미로 각인된 기억이 있다. 묵직한 백팩을 내려두고, 편한 차림으로 변신하는 사이 풀지도 않은 어묵 박스 위에 흑미식빵이 바싹하게 굽혀져 있는데 난 어묵 살 때 받은 사은품이 전혀 없었건만. 호기심의 제왕, 일단 모든 물품 통관은 녀석의 몫이다. 가장 푸짐한 세트라 박스 자체도 무척 커 녀석이 위에 올라 신중하게 검수한다. 이렇게 웃으며 여독을 푸는 사이 낮은 저물고 어둑어둑 밤이 찾아왔다. 지킬과 하이드처럼 평소 얌전하고 다소곳한 개냥이 얼굴에 속으면 안된다. 수컷 냥이지만 다소곳하면서 재롱도 부리고, 그러면서 재주도 부리는 순둥이 저리 가라다. 그러다 한 번 삘 받아서 놀이에 심취하면 묘한 소리를 내며, 집안..

부산에서 상행열차를 타고_20200428

부산 형님 초대로 부산 다녀오는 길에 그 많던 기회를 홀라당 날려 버리고, 고작 부산역에서 뒤늦게 몇 장 찍은 사진만 건졌다. 백팩에서 빛을 바라며 기분이 들떠 있었던 카메라가 얼마나 실망했을까? 전날 도착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22시 이후부터 모든 식당과 술집이 문을 닫아 편의점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고, 맥주 몇 캔을 사서 숙소에서 술자리를 벌렸는데 왠지 기분이 묘했다. 다음날 그 형님과 점심 식사를 하고 투썸플레이스에서 커피를 마신 뒤 바로 헤어져 부산역으로 곧장 와버린 것도 거의 찰나 같았다. 플랫폼으로 내려가기 전, 부산역 부근을 둘러봤다. SRT를 타기 전,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하루 시간이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갈 줄이야. 좌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 멍하니, 그저 떠나며 빠르게 후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