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

용평 산중에서

지난 주 용평 갔던 길에 잠깐의 짬을 이용해 정선 구절리로 가볼까? 싶어 다음 지도를 펼쳐 보니 리조트 뒷편으로 산길이 있더군. 구절리꺼정 갈려면 1시간 40분 소요된다길래 그건 무리다 싶고 걍 호기심에 그 길로 한 번 따라가 봤지.첩첩산중에 도암호수라는 비교적 큰 호수가 있더라구.난 원래 그런데 호기심이 많잖아.물론 깜깜해지면 호기심 제곱해서 겁이 많아지는데 땅거미가 완전히 질려면 1시간 정도 여유가 있겠더라구.그래서 앞뒤 안가리고 걍 밟아 버렸어, 산길로~ 뒤에 보이는 도암호수.첩첩산중에 비교적 큰 호수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좀 급하게 밟아 갔더랬어.신기한게 이런 오지에 큰 경작지가 있는데 시간이 그래서인지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나 뿐이었지.세상에 나 혼자 있는 기분을 정말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

들판에 서리는 정겨운 봄

휴일이지만 늦게 출발한 봄나들이 한답시고 딱히 무얼 보거나 듣겠다는 생각조차 없이 나갔다가 들판에 핀 봄의 징표들을 보곤 계획도 없고 예상도 못했던 작은 즐거움에 젖게 되었다.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바람은 어쩌면 기름진 패스트푸드를 먹은 뒤 그 텁텁함을 날리기 위해 마시는 탄산음료와 같은 것이렸다.이름 모를 들꽃의 작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은 감추려 해도 종내엔 주체할 수 없이 튀어 나오는 기침처럼 잠시 주위를 둘러 보는 사이에 눈을 통해 마음으로 몸을 숙이게 하는 마녀와도 같다. 민들레는 지극히 평가절하되는 희생양이면서도 그런 건 개의치 않는 호연지기의 대표 주자 같다.꽃밭을 아무리 화려한 꽃들로 장식한 들 민들레만큼의 뚝심과 생명력을 가질 수 있으리. 차가운 겨울과 초봄의 변칙을 이겨낸 징표인 듯 ..

야심한 밤에 찾은 보적사

늦은 밤에 봄바람 불듯 왠 바람이 불었길래 독산성 세마대에 있는 보적사를 찾았을까? 그렇다고 내 종교가 불교도 아니요 속세를 등지고 싶었던 것 또한 아니올시다.다만 요 근래 들어 대부분 늦다 일찍 끝난 덕분에 내 기분이 상당히 업되다 보니 주체할 수 없는 끼(?)가 발동하야 밤에 그런 발칙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야심한 밤에 으스스한 산이라...바야흐로 바람 조~코 향기 조~은 봄이지 않은가? 보적사가 있는 독산성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건, 전망 와따다.동탄과 세교를 위시해서 둘레길을 걷다 보면 전방위를 통해 오산, 병점, 정남과 수원 일대가 화끈하게 보인다.특히나 날 좋을 땐 용인이나 분당도 보일 정도니 부근에서 쵝오의 전망대라 야경 또한 간지가 작살일 터, 마침 그날 또한 약한 연무가 있긴 했으나 그..

남산 벚꽃 터널

동국대 방면에서 시작된 남산 벚꽃 구경은 점심 시간의 짧지만 기분 전환하기엔 충분했었다.장충단 공원에 산채 비빔밥 한 사발 후딱 해치우고 바로 걸음을 재촉. 마치 지네 모양을 한 거시기가 뭐시기?사진으로 보니 징글징글한데 연일 뿌옇던 대기가 그 날만큼은 그짓말처럼 청명하고 덩달아 햇볕도 월매나 따숩고 깨끗한지 사진 셔터를 누를 때마다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사진이 나오더라. 일행들이 사진을 찍을 때 도촬하며 갔었는데 그 때 찍은 사진 중 가장 맘에 든다, 인물 빼고!봄날 실내에 있다 보면 약간 더워 갑갑함이 올 때 봄바람을 맞는 상쾌함이 연상되는 사진이다.개나리의 노란색만 부각시켰건만 청명한 햇살 덕택에 개나리조차 정화된 노랑이 같다. 요로코롬 벚꽃이 만발하야 산책하는 기분도 덩달아 홍콩간 기분이다.그러나..

4월 1일, 필동 벚꽃길

만우절에 온갖 잡스러운 거짓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자연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자~나 근데 올 봄 벚꽃 개화는 쪼매 빨리 찾아와서리 깐딱 놀랬자~나.점심 시간 막간을 이용해 엑백스 둘러 매고 혼자서 필동 벚꽃길을 찾아가 이른 벚꽃들을 낱낱이 찍어 봤스~물론 엑백스를 믿기에 보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귀찮아서가 아님. 충무로 대한극장 뒷편 필동길로 느리게 걸으며 봄의 전령사와도 같은 벚꽃을 찍었다.이 벚꽃이란 게 수줍음이 많은 꽃이라 일찍 핀 만큼 일찍 져 버리니 괜히 떨어져 버린 꽃잎을 보고 아쉬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찍는다마는 그게 마음 뿐이지 막상 지나고 나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더라.그렇담 아쉬움을 달랜단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니겠나? 이렇게 벚꽃이 만개한 가로수가 쭉 펼쳐진 거리를 한눈에 보고..

3월23일? 뒤 늦은 발견.

무슨 발견이냐고? 생활의 발견도 아니고 원소의 발견도 아니올시다. 맥북에어에 숨어 있던 내가 찍은 사진들이 그 동안 숨바꼭질하고 계셨으니 이제야 찾아서 올리는데 이번 주중엔 여타 다른 평일처럼 엑백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을 터이니 귀차니즘 타파하고 왕창 올려버릴껴!미뤄 두기 시작하면 나중엔 내 기억에도, 맥북 안에서도 사장되어 버리니 이 월매나 억울한 일 아닌가, 사진이... 집 앞 근린공원 돌턱 사이에 피어난 들꽃-이름을 모르니 초장부터 진을 뺄 수 없응께로..들에 피면 들꽃 아임메?-을 보며 이 산책의 시작을 고하노라~잉뽀얀 꽃송이가 탐스럽게 피어난 들꽃이 돌 틈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그게 봄이구나 직감하는 순간 그걸 아니 찍을 수 없었다.돌이 겨울이라면 들꽃은 봄이겠지. 그 옆엔 이런 꽃봉오리가 ..

일칸토 가는 길

가끔 찾는 맛집(?)을 가서 나오는 음식들을 보면 오로지 입속에서 잘게 씹어서 넘겨야 한다는 일념 뿐이라 남아 있는 흔적은 거의 없다.그래서 음식에 대한 일기는 나랑 상관 없는 특기 같고 난 그저 맛나게만 쳐묵쳐묵하면 될 뿐... 저무는 일몰의 번지는 빛깔들을 바라 보며 휴일 저녁을 맞이하노라니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귀찮아졌고 내가 귀찮으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겠거니 하던 찰나 때마침 찾아온 가족님들 등을 떠밀듯 데리고 동탄 외곽, 자그마한 저수지를 끼고 있는 전망 좋은 이탈리안 레스또랑으로 산책을 하며 데리고 가봤다.물론 내가 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단 것! 예전에 종종 가봤던 본가장수촌-닭이며 오리 요리로 우리 집(?)에서 정평난 곳- 옆 외삼미 저수지를 끼고 이렇게 멋진 레스토랑이 떡!하니 버티고..

손님 맞을 채비, 봄손님?

미세먼지다 황사다 해서 한동안 연일 대기가 뿌옇게 흐렸었고 바깥 나들이가 흔치 않을만큼 시간 여유가 없는 나로썬 휴일에 별 기대감이 없었다. 근데 토요일까지 걷힐 것 같지 않던 뿌연 대기가 이튿날인 일요일이 되자 거짓말처럼 화사한 단장을 했고 난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를 동여 메고 집을 나섰다. 센트럴파크-메타폴리스-반석산이 연결된 라인에서 반석산으로 오르는 계단, 동탄신도시 홍보관을 지날 무렵 빌딩숲 사이로 화창한 날씨를 인화지에 도색하듯 상반된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자기들 이야깃거리에 심취한 채 계단을 오르며 봄방학 마지막 날에 대한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새로이 상급 학교로 가서 만난 친구는 아닐게다.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봄방학 마지막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