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숲 속 호텔의 이색적인 경험_20200505

사려울 2022. 1. 23. 05:46

신천지 코로나 사건으로 홍역을 앓은 대구에 무수히도 많은 시민들이 속절없이 피해를 보고 어느 정도 상처가 치유될 무렵 회사 복지 프로그램에서 한동안 궁금증을 불러내던 리조트로 여행을 떠난 건 학창 시절 스승을 직접 뵙기 위함이었다.

전날 저녁에 도착하여 리조트 입구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자 이쁜 경차가 내려와 가족을 싣고 미리 예약된 숙소로 이동하는데 산중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겉과 완연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캐리어에 갇혀 있는 보따리를 풀고 홀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오자 차로 이동할 때와 또 다른 조경과 불빛이 어우러져 산길을 산책함에도 지치기는커녕 쾌속으로 지나는 시간이 야속할 정도.

숙소는 산속의 고급스런 통나무집처럼 나무향이 그윽하고, 한옥 쪽문을 연상시키는 후문이 있어 가족은 마음에 들어 했다.

제천 리솜보다 시설은 좋거나 통영 이에스보다 주변 경관이 멋진 건 아니고, 썬크루즈처럼 앞이 트인 것도, 하이원처럼 미려한 산세로 둘러 싸인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충분히 지낼 만한 건 빼곡한 나무숲으로 인해 숲 속 은둔의 단맛을 내세울 수 있다.

오즈의 마법사를 배경으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산이 격리시켜 준 세상답게 나무와 빛의 무법자들이 서로 뒤엉킨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굳이 도시 야경에 비해 아쉬울 게 전혀 없다.

가공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빛의 마법사는 현란한 파동을 분출하며 고이 잠자고 있던 숲의 스펙트럼을 깨우고 덩달아 울려 퍼지는 자연의 소리가 시간을 망각시킨다.

숙소와 연결된 내리막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자 한 번의 굽이치는 모퉁이를 돌자 숙소는 보이지 않고 대신 화사한 조명이 나무를 속속들이 비춰준다.

조경 숲 가운데 돌로 만든 조형물도 사이좋게 섞여 있다.

나무 그네처럼 앞뒤로 움직이는 벤치는 섬처럼 버티고 있는 빛무리 아래 조용히 잠자고 있다.

숙소에 몇 집이 묵고 있는 것 같은데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온통 정적에 휩싸인 숲을 홀로 거닌다.

그리 늦은 시각이 아님에도 텅 빈 세상 마냥 산중의 길을 따라 숲과 빛의 유혹에 이끌려 가다 보면 무척이나 특이한 나무도 서 있다.

라일락 덩쿨 같은 터널에 다다르자 그 향과 덩쿨이 만든 터널의 멋진 자태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활동하기 최적의 기온에 공기 중 자욱한 향으로 인해 터널 아래 기억은 절대로 잊을 수 없고, 봄이 되면 문득 이 자리에서의 생경한 느낌도 연상되기에 충분하다.

오즈의 마법사 배경으로 착각한다고 해도 전혀 의심이 들지 않는 형형색색의 잠자고 있던 컬러가 넘실댄다.

삼각대를 놓고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가두지만 그 느낌을 어떻게 낚아챌 수 있을까?

키가 장대 같은 나무 숲길에 잠시 주변을 둘러본 뒤 뿌듯한 오르막길을 따라 숙소로 향한다.

대구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미리 계획하고 대구에 들린다면 회사 복지 프로그램에 속해 있는 인터불고 호텔이나 라온제나호텔을 이용하고, 예약 기간을 벗어나면 깨끗한 모텔을 이용하게 되는데 호텔 드 포레는 도심에서 벗어나 이렇게 이용하게 될 줄 몰랐다.

다행히 스승께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계셔서 차를 이용하게 될 경우 부담되지 않을 것 같아 호기심 충족으로 여기를 예약했지만 그 결과는 무척 만족스럽다.

더불어 시설이나 마감도 괜찮아 부담 없는 단가를 고려한다면 왜 이제야 이용을 했나 모르겠다.

숙소 가까이 도착했지만 아직도 아쉬운 마음을 떨칠 수 없어 숙소가 모여 있는 곳을 지나 길의 가장 깊은 곳까지 갔고, 때마침 숙소를 지나면 공사 현장과 출입차단 펜스가 걸려 있어 다시 발걸음을 돌려 숙소로 돌아왔다.

대략 3가구 정도 불이 들어와 있는데 대도시 근교에 숲 속 호텔이 있을 줄이야.

걷기 좋은 날씨만큼이나 활동하기 좋은 시기에 대구에 들러 첫 단추를 편안하게 꿴다.

어차피 더위의 대명사 대구는 이런 시기에 야심한 밤이 아니라면 벌써 더위 내음이 뻗어 나와 차라리 한밤에 활동하기 좋은 조건을 갖춘 데다 세상과 격리된 숲 속 아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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