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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 마을을 돌아 석양이 지다_20200425

냥이들 만나러 가는 길이면 옆길로 새지 않고 정주행이다. 누군가 관심으로 꾸준히 챙겨 주시만 나 또한 이게 내 표현 방법인 셈이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녀석들의 철옹성 같던 경계가 무너지는 재미, 나만의 몰취향이 되어 버렸다. 순둥순둥한 치즈뚱이는 늘 마지막 차례라 밥은 좀 남겨 뒀다 뒤에 식사하는 녀석들을 챙겨 주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치즈뚱이다. 가장 경계가 심한 카오스는 치즈뚱이처럼 몇 아이의 어미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겁을 먹고 줄행랑이라 조심해야 된다. 치즈뚱이는 지나는 행인들에게 촉각이 곤두섰다. 까칠하지만 인물 좋은 삼색이도 볼 수 있었다. 녀석들이 식사를 거의 끝낼 즈음해서 냥이 마을을 벗어나 복합문화센터 뒤뜰을 경유하여 반석산 전망데크로 올라갔다. 며칠 전과 달리 어느 순간부터 전형적..

냥이_20200425

일찍 퇴근한 날, 덜미가 아닌 뒷발목 잡혔다. 퇴근하면 항상 녀석이 마중 나와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오는데 가만히 서 있자 녀석이 장난을 건다. 언제나 시비는 먼저 걸고, 쪼아 대려면 냉큼 발을 빼며 혐의를 부인하듯 태연한데 그래서 나도 소심한 복수를 다짐한다. 편한 데님 팬츠로 갈아 입는 사이 녀석이 기다리다 지루한지 내 발뒤꿈치에 누웠다. 근데 언제 부턴가 배가 동그랗게 변했네. 움직이지 않고 뭐하나 싶어 고개만 살짝 돌려 숙이자 녀석은 열심히 소독 중이다. 그래도 내가 움직임이 없자, 있는 힘껏 포효 하듯이 크게 하품을 하더니! 와락! 뒷발목을 잡아 버린다. '요 집사 나부랭이, 어디 가려고!' '너만 도끼눈 뜰 줄 아냐!'라며 강렬한 눈빛을 날리자 '고것 성깔 있네' 머쓱타드 모르쇠로 몸을 훡 돌린..

냥이 마을_20200423

복합문화센터 뒤뜰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곧장 냥이 마을로 향했다. 대기가 맑은 데다 화창한 날씨는 덤이라 반석산을 한 바퀴 돌아도 여전히 발걸음은 경쾌했다. 10kg짜리 냥이 밥을 구입한 덕에 당분간 녀석들과 울 냥이에 대한 식사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아 그만큼 녀석들을 찾아오는데 부담도 없었다. 마을에 도착해서 이제는 낯익은 녀석들은 알아서 총총걸음으로 모이며 주위를 맴도는데 처음에 3 녀석이 보여 3 그릇을 나누어 줬고, 뒤따라 두 녀석이 오자 먼저 배를 채우던 녀석 둘이 자리를 양보했다. 식사자리에 가장 먼저 입을 대는 녀석은 치즈얼룩이와 검정얼룩이로 녀석들은 전혀 망설임 없이 식사를 하는데 가끔 식사 중에도 다른 밥그릇에 옮겨 다니며 식사를 하는데 다른 녀석들도 전혀 거부반응이 없는 걸 보면 무..

일상_20200423

여전히 서늘한 봄이지만 그래도 반가운 이유는 맑은 대기로 인해 봄의 매력을 여과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불청객과도 같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언제 다시 습격할지 모르지만, 그런 이유로 인행에서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고 정설처럼 흘러 왔는지 모르겠다. 흐르는 시간이 안타깝다고 여기는 것보단 한껏 팔 벌려 누리기로 한 마당에, 그래서 치열한 시간들 사이에 이런 달콤한 용기를 주는 게 아닐까? 냥이 마을도 찾을 겸 온전하게 맑은 봄도 만날 겸해서 집을 나서 우선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소홀한 반석산 북녘을 관찰하기로 했다. 곧장 반석산 정상을 지나 낙엽무늬전망데크에 다다르자 역시나 성석산을 비롯하여 서울 진입 전 장벽처럼 서 있는 청계산 방면까지 또렷하게 보였고, 급하게 올라와 턱밑까지 차오른 숨은 금세 감..

냥이 마을_20200421

얼마 남지 않은 하루 낮시간대에 산책 삼아 집을 나서 곧장 냥이 마을로 향했다. 봄바람이 적당한 청량감을 싣고 코끝을 부딪히는 날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냥이 마을에 도착, 때마침 치즈 뚱이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카오스 가족은 보이지 않고, 아이 둘은 냥이 마을에 있는데 어미가 없어서 인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가장 격한 반가움을 보여주는 치즈 얼룩이가 식사를 끝내고 어딘가를 응시하여 그 방향을 바라보자 지나는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렸다. 아이들이 식사를 끝내길 기다렸다 치즈뚱이가 식사를 시작했고, 뒤이어 얼룩 태비가 슬며시 다가와 조심스럽게 식사를 시작했다. 얼룩 태비는 늘 어미는 어디 두고 냥이 마을에 부비적 찾아와 다른 녀석들과 친해지려 했다. 기분 좋은 봄바람이 많던 날, 녀석들의 화목한 모..

냥이_20200421

회사 동료가 선물해 준 스크래쳐에서 밍기적거리며 뒹구는 녀석은 다른 가족들이 함께 있는 동안 마음껏 이용한다. 그러다 가족들이 사라지면 뒤따라 스크래쳐에서 벗어나는데 가만히 지켜 보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는 동안 마음껏 즐긴다. 녀석의 최애 아이템인 약껍질이나 호두를 가지고 누워서 뒹굴며 만만한 듯 무척이나 괴롭힌다. 스크래쳐 위에서 잠들때도 있고, 티비를 보거나 가만히 앉아 가족들을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그루밍을 하는데 이건 무척이나 졸려 몸단장을 끝낸 뒤 자겠다는 신호다. 개냥이 코코의 낮잠을 뒤로하고 집을 나선다.

봄바람 따라 만의사에서_20200421

예년에 비해 이른 석가탄신일로 인하여 앞서 절에 방문한 가족들과 떨어져 텅 빈 사찰 풍경을 찾았다. 개발로 인한 훼손이 많기는 하나 산중에 자리 잡아 오롯이 자연의 품에 기대고 있어 봄의 정취 또한 갓 잡은 신선한 생선의 번뜩이는 비늘 같았다. 무신론자인 나는 봄의 색깔에 경건해지고, 불신론자인 가족들은 진중한 소망에 경건해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본당으로 향하기 위해 첫 계단을 오르면 수많은 연등이 걸려 바람에 지화자 춤을 추고 있다. 만의사에 와 보면 확실히 봄의 정취가 물씬하다. 흙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봄꽃이 자리를 잡고 어여쁜 얼굴로 봄볕을 쬐고 있어 덩달아 봄의 설렘에 도치된다. 꽃복숭아의 가지 하나에 두 가지 색깔이 동시에 피었다. 신기한 고로~ 지속된 오르막길을 따라 법당 몇 개를 지나..

냥이_20200420

빠듯한 시간을 쪼개어 얼른 처리할 일이 있는데 초집중하던 중 훼방꾼의 방해에 함락되어 버렸다. 거실 스크래쳐에 앉아 오순도순 있던 녀석을 보고 방으로 들어와 맥 앞에 앉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이 따라 들어왔다. 그러더니 익숙한 행동으로 무릎 위에 냉큼 올라와 자리를 잡았고, 이내 무너졌다. 네가 다리를 뻗으면 난 언제나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정말 중요한 일이라 어쩔 수 없이 녀석을 원래 있던 스크래쳐로 모셔놓자 불쌍한 자세와 표정을 바로 드러냈다. 이거 괜한 죄책감은 뭐지? 근데 이내 따라와 다시 어물쩍 올라와 버렸고, 또다시 바로 무너졌다. 자는 자세도 가지가지구먼. 이 자세 은근 어렵다. 넓적다리를 모아 다리 사이로 녀석이 빠지지 않게 힘을 주고 있어야 되는데 1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다리에..

봄길 산책_20200418

얼마 남지 않은 봄의 작별을 기약하며 잠시 스치는 한 순간도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사람도, 자연도 올 때는 반갑고, 갈 때는 서운하지만 마냥 생각을 그 자리에 머물러 두기보단 다음에 올 변화에도 관대하자. 매번 아쉽고 서운함이 반복되는 가운데 자연도, 나 자신도 성숙의 레드 카펫을 밟으며 무르익는 성찰이 되니까. 벚꽃이 줄지어 서 있던 자리가 어느새 신록으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흔히 피는 꽃들도 하나 같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아름다움을 전도한다. 아직은 남은 개나리. 봄 내내 묵묵히도 화사한 약속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