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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 마을_20200417

이번엔 평소에 비해 많은 양을 챙겨 갔는데 늘 보이던 냥이들이 보이질 않았다. 뭔 일이 있는 걸까? 주변을 둘러봐도 그리 큰 변화는 없는데. 어디선가 냥이들이 한 둘 모이기 시작해서 가까이 있던 녀석들이 알아보고 반갑게 다가온다. 밥이 오면 두 녀석이 가장 먼저 입을 댄다. 치즈 얼룩과 얼룩 두 녀석은 이내 친해져 이제는 녀석들이 제법 반갑다는 표현으로 몸을 문지른다. 처음에 비해 경계는 많이 풀렸지만 요 쪼꼬미 녀석은 아직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데 비해 밥은 용케 알고 달려와 두리번거린다. 행여 다른 녀석들이 올까 싶어 여기에 따로 밥을 넣었는데 얼룩이가 뭔가 특별한 게 있을까 싶어 다가와 몇 입 먹는다. 배부른 자의 여유. 나무 가지에 얼굴을 비비는 표정이 익살 맞으면서도 귀엽다. 여기 모여사는 녀석들..

봄꽃 따라 번지는 핑크 퍼레이드_20200417

봄의 정점에서 전령사들이 잠자고 있던 봄을 일깨워 길게 기지개를 켠다. 이토록 아름다운 봄의 진면목이 그토록 오랫동안 깊은 잠을 깨며 화사한 소식들을 알차게 준비해 왔다는 이치가 오묘한 싹을 틔울 줄이야. 들판에 피는 허투루한 야생화 조차 제각기 다른 모습의 개성을 드러내며 흐르는 시간을 잊게 만든다. 양분 가득한 봄의 기운을 먹고 하나둘 자리를 박차고 세상 나기를 하는 존재들을 보며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왜 숭고하고 거룩한지 새삼 재확인하게 된다. 냥이 마을에 들렀다 녀석들과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야외음악당으로 방향을 정하고 걷는데 꽃망울을 틔우기 시작하는 봄이지만 벌써 화려한 예고 한다. 복합문화센터 방향으로 내려오면 영산홍도 하나둘 꽃망울을 틔우고 있는데 이 또한 진한 핑크빛을 탄생시킨다. 매혹적인..

냥이_20200417

가족이 된 지 3개월째, 3.2kg 하던 녀석이 이제 알아서 저울 위에 쉬고 있어 수치를 쳐다보면 4.6kg이 나간다. 게으름뱅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폭식도 하지 않는다. 뒷모습이 항아리가 되어 버린 녀석을 보면 건강을 위해 적정 몸무게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한 번 사냥놀이를 시작하면 2시간이 지나도 지치지 않는다. 노동을 시키고, 피트니스센터를 끊어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켜야 되나? 녀석 때문에 바꾼 카펫 아래로 장난감을 집어 넣어 이렇게 놀면 집요하게 추적하며 가끔 북극여우처럼 껑충 뛰어 장난감을 낚아챈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 몇 번 그렇게 놀았다고 자기 전 이불을 덮고 발이나 손이 움직이면 노는 걸로 착각하고 손이나 발을 낚는데 이건 아무래도 습관을 잘못 들인 것 같다. 쇼파에서 뒹굴고 있어..

우수에 찬 냥이_20200415

회사 앞에서 우연히 만났던 냥이를 다시 마주했다. 경계심이 많지 않아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가는 거리를 허용하긴 하나 정해진 선을 넘을 경우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이날 이후로 이 녀석을 염두에 두고 츄르 하나를 가방에 가지고 다니는데 얼른 만나게 되면 꼭꼭 짤아서 줘야겠다. 여전히 우수에 찬 눈빛이 마음에 앙금처럼 남아 있다. 녀석의 첫인상은 우수에 찬 표정이 특징적이다. 특히나 멍하니 시선을 아래로 떨굴 때 연민과 동정이 급격히 자극된다.

나른한 진풍경, 송지호_20200414

화진포에서 다시 남쪽 방면을 향해 7번 국도의 매끈한 직선을 따라 출발, 송지호의 평온에 이끌려 옆길로 샜다. 텅 빈 해변에 발을 들여 걷기 힘든 고충도 잊고 바다 가까이 다가서서 바다내음 짙은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시야가 뻥 뚫리는 기분, 동해의 매력엔 가희 반할만하다. 파도가 해변을 집어삼킬 듯 돌격해 오다 해변의 평온에 중화되어 급격히 잠잠해진다. 큰 파도에 아슬아슬한데도 갈매기들은 아랑곳 않고 태연하다. 가끔 녀석들끼리 침묵을 깨는 장난과 울음소리가 들리다가도 이내 다시 찾아온 평온. 한 마리 갈매기의 비상, 미친 듯 부딪히는 파도와 미동도 하지 않는 죽도,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고깃배... 몽환적이다. 바다에 죽도란 섬이 있는데 이 섬을 돌아온 파도가 죽도와 해변 사이에서 서로 맞부딪히는 게 ..

나른한 봄의 평화, 화진포_20200414

파도와 바람은 지치지도 않는다. 허나 그 선율은 치유의 유전자가 있어 더 이상 북으로 갈 수 없음에 대한 위로를 해주며 동시에 왔던 길을 고스란히 바라고 떠날 응원도 빼놓지 않는다. 세상에서 발자취를 기다리고 있는 곳은 무수히 많아 언제 다시 이 자리에 서서 시간의 감회를 자근히 씹을 수 있을까?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여정의 선택과 결단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경험의 스승인지 통감한다. 내가 떠나더라도 자연은 무심하게도 안색 조차 변하지 않지만 또한 다시 만나더라도 태연한 모습으로 대답하며, 언제나 변치 않는 신뢰로 회답한다. 요란한 믿음은 부서지는 파도처럼 한낯 휘영청한 거품일 뿐. 숙소에서 출발 준비를 모두 끝내고 베란다에 나와 전날 거대한 암흑과도 같던 바다가 전날과 전혀 다른 얼굴을 내밀었다. ..

둔중한 밤바다, 고성 대진해변_20200413

모두가 잠든 가운데 홀로 깨어 밤새 분주한 파도는 적막을 집어삼킨 채 지칠 줄 모른다. 그럼에도 소음이 아닌 자장가로 거듭나 긴 여정의 끝에 경직된 신체를 이완시켜 준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 파도처럼 행복의 물결이 넘실대는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밤이다. 밤에 도착하여 처음 맞는 적막에 밤 산책은 접고 숙소 베란다에 나와 쉴 새 없이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이따금 창 너머에 반짝이는 등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휴전선과 접경 지역이라 늦은 밤이면 출입이 통제되는 해변은 환한 불빛만이 자리를 지키고, 이따금 비치는 등대 불빛이 불현듯 외로움을 알려줬다. 이러한데 해변 앞 작은 섬은 얼마나 오랫동안 지독한 고독에 시달렸을까? 오래된 시설이라 내부에 오래된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특히나 주방기구들은 낡은 데다 관..

겹겹이 춤추는 파도, 옥계휴게소_20200413

태백에서 38번 국도를 이용, 도계를 거쳐 삼척에 도착하여 앞만 보고 달려온 긴장을 풀기 위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담은 뒤 바로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던 중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 간판에 현혹되어 옥계휴게소에 들렀다. 정말로 세찬 바람에 일렁이는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먹먹하던 가슴이 일시에 트여 잠시 수평선에 심취했다. 동서남해가 각기 범접할 수 없는 매력이 있겠지만 동해라고 하면 심연의 바다색과 더불어 군더더기 없이 트인 시계라 하겠다. 세찬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가 해변으로 총총히 따라붙는 장관이 펼쳐졌다. 바다와 육지에 기댄 소나무가 단조로울 법한 수평선에 운치를 더했다. 바다에 등대가 빠질 수 없는 벱이지. 진정한 휴게소의 의미를 누린 뒤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하다 강릉에 들러 출출한 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