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00504

사려울 2021. 12. 31. 03:33

마치 녀석은 처음부터 가족 같다.

붙임성과 넋살에 있어 냥이와의 간극은 기우였을 뿐, 원래 그랬던 것처럼 무척이나 적응을 잘하고 애교도 끊임없다.

올리브영에서 구입한 딸랑이 두 개 중 하나는 거의 외면당하고, 나머지 하나는 잘 가지고 논다.

아주 미세하게 방울 소리만 나도 열일 제쳐두고 달려와 사냥놀이에 바로 빠져든다.

이런 녀석과 한참을 즐긴 후 창 너머 청명한 대기를 쫓아 냥이 마을로 출발한다.

어린이날 전날이라 그런지 야외공연장 잔디광장엔 아이들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졌다.

냥이 마을로 바로 직진하지 않고, 반석산 둘레길로 우회하여 냥이 마을로 들어서기로 하자.

특히나 노란 꽃들이 눈에 띄어 쉰들러 기법으로 사진을 찍는데 노란색 인식이 완벽하지 않지만 이쁘게 잘 표현되었다.

하얀 영산홍에 걸맞게 안개 효과를 줬는데 이것 또한 질감이 괜찮게 표현된다.

모처럼 노작도서관 방향 데크길로 내려와 습지공원을 찾는데 길목에 까치 한 마리가 익살을 떤다.

꽃가루가 이만큼 쌓였다니!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솜털이 수북한 걸 보면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오리란 암시 같다.

습지원에 도착, 역시나 뽀얀 솜털로 뒤덮인 길을 걷는데 마치 겨울 소복이 눈이 쌓인 길을 걷는 기분이다.

4월의 눈이 벚꽃잎이라면 5월의 눈은 버드나무 꽃가루 아닐까?

온통 버드나무 꽃가루가 뒤덮고 있어 어떻게 보면 뽀얀 꽃이 만개한 것 같다.

여긴 장난 아니게 쌓였다.

이건 정말 소복이 쌓인 눈 같다.

연일 텅 빈 야외공연장 잔디광장과 달리 드물게 사람들이 눈에 들어와 코로나 팬데믹에 생기가 흐른다.

어느새 석양은 서쪽 메타폴리스를 넘어간다.

냥이 마을에 도착, 통나무 더미에서 종종 발견하는 가장 경계심 많은 녀석은 이렇게 보면 언뜻 눈에 띄질 않는다.

이미 식사를 끝낸 건지 불러도 버선발로 다가오지 않는구먼.

바로 옆을 맴도는 넉살 좋은 검정 얼룩이는 반가운 표현에 점점 적극적이다.

냥이 마을에 살지 않지만 함께 어울리는 경계 많은 어린 태비는 가까이 올 때면 누구보다 먼저 잰걸음으로 뒤를 밟고 따라온다.

가까이 밥을 줘도 이제는 지나친 경계는 하지 않고 심지어 몸을 뒤집어 반가운 표현을 하다니!

경계심이 많아 멀찌감치 챙겨 줘야 되는 삼색 태비는 그래도 내가 마을에 오면 어디선가 다가온다.

성큼 다가온 어린 태비.

몸을 뒤집으며 반가운 표현을 한 뒤라 그런지 오늘따라 더 이뻐 보인다.

검정 얼룩이는 누구에게도 서음 없이 다가가 서로 냄새를 맡거나 뭔가 의사 교환을 한다.

냥이 마을에서 가장 성격 좋고 친근한 애교쟁이다.

몸을 뒤집어 반가움을 표현하는 어린 태비.

치즈 뚱이도 여전히 경계는 삼엄하지만 쪼르르 달려온다.

이쁘니는 가끔 보이는 만큼 경계심이 여전하다.

그래서 밥을 챙겨간 봉투에 따로 챙겨주지만 다른 녀석들이 먼저 입을 대고, 끝나길 기다린다.

맑은 대기를 가르산 바람 살이 인적 뜸한 거리를 지나며, 조만간 떠날 봄의 이별을 암시한다.

겨울엔 수증기 결정체들이 모여 합쳐진 눈이, 4월엔 떨어지는 벚꽃잎이 자욱한 눈이, 5월엔 대기에 흩날리는 솜털 눈이 있다.

바람을 따라 무차별 흩날리다 보니 길을 걷는 동안 자연스레 미간을 찌푸리게 되는데 한낮 투정에 불과하다.

조금 지나 여름이 되면 눈이 불편해서 미간을 찌푸리는 게 아니라 온몸을 파고드는 무더위에 담을 수 있는 인내심의 용량이 넘쳐 감정으로 표출되는데 그럴 때면 5월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걸음은 운동이기도 하지만 조금 비틀어 산책이 되면 시간을 꾸미는 운동으로 재해석되기에 그에 확대된 여행은 어쩌면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운 물감이기도 하다.

5월 화창한 날, 여전히 걸으며 살아 있다는 걸 체감하고,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들을 또 한 편으로 되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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