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398

태백의 밤_20191023

하늘숲길을 빠져 나오는 사이 금새 날이 어둑해지고 발길이 끊이지 않던 만항재는 순식간에 정적으로 휩싸였다.그리 늦은 시각이 아니었음에도 말 그대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고, 한 술 더떠서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짙은 구름이 주변을 삼켜 마치 눈앞에 자욱한 안개가 끼어 있는 것만 같았다.서둘러 만항재를 벗어나 태백 시내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선수촌을 지나 살짝 고도가 낮아지는 시점에서 부터 어느 정도 구름이 걷히며 온통 뿌옇던 주위가 어느 정도 빛을 식별할 수 있는 상태에서 태백 시내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리막길 좌측에 팔각정이 언뜻 보여 조심스레 차를 돌려 다시 올라 갔더니 정말로 희미한 가로등이 밝히고 있는 팔각정 전망대가 있었다.워낙 앞만 보고 정신 없이 달려온 밤길이라 약한 불빛이 얼마나 ..

선명한 가을과 추억이 웅크리고 있는 곳, 상동_20191023

여행의 출발은 늘 솜털처럼 가볍고, 아이처럼 설렌다.영월 시장에서 나름 유명한 닭강정 하나를 옆에 낀 채 차창을 열고 매끈하게 뻗어 있는 88 지방도를 질주하자 가을 대기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와 그간의 시름을 잊게 해 준다.이 도로를 질주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건 도로 뿐만 아니라 남한강을 따라 곧게 펼쳐진 큰 계곡이 트여 있는데다 대부분 여행의 첫 걸음이자 길목이기 때문이다. 골짜기를 따라 번져가는 봄 풍경이 매력적이라 올 봄에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같은 자리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한 적이 있었건만 막상 사진에서는 웅장한 느낌이 없어지네?(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만경사 가는 길_20190422) 다시 가던 길을 출발하여 고씨동굴을 지나면서 이내 골짜기 폭과 차로가 줄어들면서 계속되는 곡선길이 ..

일상_20191020

휴일이라 센트럴파크 일대 공원은 가을 나들이 시민들로 꽤나 북적거렸다.아마도 동탄 신도시 내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산책 중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대부분 가족, 연인, 친구들 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벤치에서 쉬거나 나처럼 산책,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었는데 계절이 주는 시기 적절한 나들이 타이밍에 맞춰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해 있었고, 며칠 전 방문했던 분수대 부근 꽃밭을 다시 찾았다. 이런 화사한 것! 작지만 핑크뮬리가 제 색깔을 발산하고 있다. 카메라를 챙겼음에도 가방에서 꺼내기 귀찮아 아이폰으로 찍었다. 카메라를 끄집어 내어 깨알같은 꽃을 찍는데 가을 바람에 맞춰 요 앙증맞은 꽃들도 살랑이느라 제대로 사진 찍기 쉽지 않다.때마침 나비 한 마리가 꽃에 앉아 가을볕을 쐬고 있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살랑..

일상_20191016

샤오미 미밴드 기준으로 늘 하루 만보 이상을 걷다 늦여름 이후로 하루 만보를 넘긴게 얼마 되지 않았다. 실제 하루 6천~8천보 사이 구간이 집중되는 양이라 모처럼 만보를 넘기기로 하고 간소한 차림에 산책을 나섰다.대략 반석산 초입과 솔빛유치원 사이 산책로 정도를 다니다 솔빛 유치원 너른 공터에 몇 바퀴를 돌며 만보를 채웠다. 한 동안 태풍과 비바람에 운동장 가장자리에 수풀이 서로 엉켜 있는데 그 와중에 코스모스 한 송이가 꽃잎을 활짝 펼쳤다.가지가 거의 꺾여 있지만 여전히 새파랗고 꽃잎은 여전히 싱싱하다. 유치원 담장에 박이 매달려 있는 건 뭐지?유치원에서 키운 건 아닐테고 인근 주민들이 자그마한 텃밭을 일구는데 이것도 그 분들 중 한 분이 씨를 심으신건가?삭막한 도시 한가운데 철제 담장을 의지 삼아 이..

호수에 빠진 가을이려나, 옥정호_20191010

옥정호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다시 찾은 국사봉 전망대는 하늘 아래 모든 세상이 가을에 빠져 경계를 끝없이 확장하고 있었다.국사봉 전망대는 팔각정이 아니라 국사봉을 오르다 보면 산 중턱 지점의 데크가 깔린 곳으로 왜 옥정호를 찾게 되고, 왜 국사봉에 오르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며, 여러 멋진 사진보다 그 자리에 서서 눈 앞에 펼쳐진 전망을 여과 없이 바라 보게 되면 그 진가를 이해할 수 밖에 없다.그와 더불어 지상에 나린 가을은 옥정호가 솟구치고 붕어섬이 꿈틀대는 착각 마저 들게 할, 비유하자면 전주 비빔밥의 풍미를 극대화 시키는 감칠맛 나는 양념일 수 있겠다. 주차장 초입에 이런 이정표가 손을 흔들듯 반긴다.어느 블로거가 올린 이 사진을 보며 이제야 제대로된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정표가 가진 목..

석양이 들 무렵 한옥마을_20191009

이제는 전주 하면 한옥마을이란 공식이 몇 년 전부터 생겨 하나의 관광 명소가 되어 버렸다.곡성 형과 헤어져 다시 차를 몰고 전주로 들어왔고, 딱히 목적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지나는 길에 노상 주차가 아주 길게 늘어선 도로를 지나며 전주천 너머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흥에 겨운 소리가 넘쳐 나는 한옥 마을임을 쉽게 알아 챌 수 있었다.때마침 공연장 부근을 지날 무렵 주차가 가능한 공간을 발견하고 얼른 주차한 뒤 흥겨운 소리를 따라 도로를 건너고 강을 건넜다. 이미 석양을 본 마당에 길게 돌아 다닐 순 없어서 전주천 일대를 끼고 있는 마을을 둘러 보고 기왓장이나 몇 장 건져 보려 했는데 사람들이 많아 한적한 사진을 찍는 다는게 수월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석양에 비낀 돌다리 건너는 사람들이 인상적이라 초점을 흘..

생활 가까운 옥정호, 전망대 오류를 범하다_20191009

미리 이실직고 하는데 이날은 제대로 헛다리 짚은 날이다.옥정호와 국사봉이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채우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온 생활 속 버르장머리 없는 습관으로 옥정호의 명물인 붕어섬을 제대로 못 본데다 만나기로 했던 형과 빠듯한 약속 시간으로 도착해서도 대충 둘러본 잘못을 어이 말로 다 설명하리.그저 어디를 가나 큰 저수지와 별반 다를 바 없었고, 어디로 왔다 어디론가 떠나가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 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결국 이 모든 미덕(?)의 근원은 게으름이라 지나와서 후회해 본들 뭔 소용 일까? 국사봉이라는 간판을 보고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전망대 삘 나는 국사정이라는 팔각정에 올라 사방이 트여 있는 경관에 감탄사는 연발했다.가을이라는 계절적 특성이 괜한 감정을 자극하여 자그마한 ..

한적한 가운데 오로지 물소리 가득한 세심 휴양림_20191008

임실 세심 휴양림 도착은 당초 예상 시각보다 이른 초저녁이었다.가는 거리가 멀어 느긋하게 가다 보면 밤 늦은 시각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고속도로 트래픽은 거의 없었고, 미리 내려간 커피를 홀짝 거리며 마시는 사이 어느덧 전주를 지나 임실에 당도 했다.시골 시계는 밤이 금방 찾아와 오는 길에 빛이 유독 환한 하나로마트에 들러 늦은 밤에 행여 찾아오지 않을까 우려 했던 허기에 대비하여 아쉬운대로 끓여 먹는 우동과 주스만 챙겼다.아니나 다를까 세심 휴양림으로 오는 길은 임실에서 30번 국도를 따라 얼마 가지 않아 한적한 좌측 임실천 다리를 넘어 한참 적막한 밤길을 헤쳐 나가서야 도착했다.오는 도중 정말 이 길이 맞을까 싶을 만큼 지나치게 한적한 도로는 잦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다 평탄해질 무렵 급격히 좌..

일상_20191007

새벽부터 더 깊은 가을을 재촉하는 제법 굵은 비가 내렸다.오후가 기울 무렵 우산을 쓰고 자주 걷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텅빈 산책로에 선명한 비소리가 듣기 좋아 걷던 사이 노작 호수 공원까지 걸었다. 얼마 전까지 이파리가 무성하던 나무가 올 들어 자주 드나 들던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길바닥에 자욱한 낙엽과 더불어 나뭇가지가 급격히 앙상해져 여름 동안 멋진 그늘과 볼거리를 만들어 주던 나무 터널이 자취를 감춰 버렸다.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외에 이 길 내내 따라 붙는 빗방울 소리가 가을을 앞둔 마당에 듣기 좋은 선율 마냥 가슴 설레게 한다.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을 보면 늘 드는 생각이 곱게 뿌려 놓은 보석처럼 영롱하다.비가 그치면 이내 사라져 버리는 녀석들이라 보석으로 비유한 들 틀린 말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