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398

일상_20191225

성탄절의 설렘보단 늘 맞이하는 휴일 중 하루를 대하는 기분이었다. 어느 계절이든 각각의 매력은 비교할 수 없겠지만 겨울이나 여름이 되면 마음과 달리 몸은 위축되어 정적으로 바뀌고, 이내 익숙해져 버렸다. 느지막이 집을 나서 여울 공원으로 천천히 걸어가 모처럼 공원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나무를 만났다. 겨울이라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었다.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나무가 가까이 있는 북쪽 공원 입구로 들어서 나무를 한 바퀴 둘러보자 그제서야 서쪽으로 기운 석양이 눈에 띄었다. 언제 보더라도 나무의 기품은 변함이 없고, 가지를 지탱하는 기둥이 옆으로 뻗은 나무 가지를 지지하고 있었다. 나무를 잠시 둘러보고 오산천을 따라 집으로 향하는 길에 아파트 건물 사이에 걸린 석양이 보인다. 휴일 ..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철마_20191220

동곡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낙동강을 따라 달리는 도로는 고속도로 버금가는 매끈한 도로였다. 이정표엔 왜관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 데다 저녁에 여주까지 가는 일정상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했던 만큼 방문 예정이 없었던 왜관을 오늘 아니면 언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온 김에 생각이 닿는 대로 움직이는 것도 괜춘한 여가 활용 아니겠어. 왜관을 왔던 게 언제였던가? 대략 30년 전 병아리 같던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동해 바다로 여름 피서를 떠났다 일행 중 한 명이 왜관에 있는 할머니 댁에 방문하자고 해서 꼬불한 도로를 따라 덜컹이는 완행 버스를 타고 방문했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당시 왜관 모습은 기억이 거의 없지만 친구 할머니 댁에 방문해서 굶주린 허기를 채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물 위에 뜬 미련처럼, 도담삼봉_20191212

잔도 길과 스카이워크에서 느린 걸음으로 여행을 마친 뒤 단양 구경시장에 들러 5년 가까이 지난 추억을 거슬러 올라 순대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겨울 청풍호의 매력_20150214) 간판 공사인지 2층에 앉아 식사를 하던 중 몇 사람이 오고 가더니 이내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고, 또다시 분주히 2층을 오가는 사람들로 식사 자리가 불편해 대충 식사를 마친 뒤 식당을 나서는데 용접봉의 파란 불길이 쇠를 달구고 있어 잠시 기다렸다 나왔지만 배려에 대한 감사는 전혀 없는 걸 보면 작업에 너무 열중했나 보다. 머뭇거릴 겨를 없이 바로 단양읍을 빠져나와 매끈하게 포장된 도로를 따라 이내 도담삼봉으로 향했다. 도담삼봉 주차장에 도착하자 2015년 당시엔 없던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격세지감을 이런 때 느끼..

겨울 마법으로의 초대, 겨울 왕국2_20191210

일찍 퇴근하는 날에 맞춰 종종 들리게 되는 상영관도 근래 발길을 끊은 만큼 귀찮아졌다. 그러다 올해 마지막 달을 맞이하야 각종 영화 상영권을 끄집어내어 정리해 본 결과 올해까지 유효한 쿠폰이 비교적 많았고, 그걸 빌미로 예전 동탄스타CGV 였던 메가박스로 총총히 향했다. 조금 촉박하게 가지 않으면 상영 시각이 늦어질 거 같아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걷다 문득 뒤를 돌아보자 메타폴리스가 한 위용을 자랑하고 계신다. CGV 무료 관람권도 꽤나 많았지만 오늘 선택한 영화는 개봉한지 2주 정도 지나 이제는 열기가 한풀 꺾인 겨울왕국2로 메가박스 시각이 안성맞춤이라 조금 더 걷게 되는 귀찮음을 물리치고 설레는 마음 안고 열심히 걸어 겨우 시각을 맞출 수 있었다. 형 만한 아우가 없는 건 대부분 통하는-완전히 통하..

짧은 시간 정든 것들과의 이별_20191129

구례에서의 2박 3일, 아니 25일부터 29일에 이르는 올 들어 가장 긴 여정의 마지막 날은 어김없이 다가왔고, 떠나면서 새롭게 정을 맺었던 많은 것들과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구례에 도착할 때부터 따라온 미세 먼지로 인한 뿌연 대기는 아쉽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여행지의 멋진 전경과 생명들은 반가웠고,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의 인연일지라도 정이 깃들어 시원 섭섭한 여운은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인가 보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느긋하게 떠날 채비를 하며 그간 암흑과 추위를 피하며 편안하게 잠자리를 제공해 준 이 공간이 못내 아쉬워 밖을 나와 가까이 주변을 둘러봤다. 여전히 평화로운 전경과 그에 어울리지 않은 공사로 인한 소음은 짧지만 정이 들었다고 제법 익숙해졌다. 다만 숲속 수목가..

지리산이라는 거대 장벽을 마주하다_20191128

구례 2일째 되는 날은 딱 2군데만 들리기로 했다.회사 동료 한 명이 구례가 고향이라 강추한 맛집과 외지인이 잘 모르는 한적한 드라이브 코스를 빼곡히 귀띔해 줬는데 사실 혼자라면 모를까 그게 아닌 이상 잦은 이동에 따른 체력적인 부담과 더불어 피로도가 증가할 수 밖에 없어 최대한 동선을 줄이면서 알짜배기만 다니기로 했다.그래서 화엄사와 구례 맛집 2군데를 들리기로 했는데 화엄사는 동료가 추천한 건 아니고 지리산, 아니 전국 사찰을 통틀어 워낙 유명한 사찰이라 어찌보면 당연하게 방문해야 되는 것 아니것소잉.아침에 자고 일어나 넓게 트인 전망으로 난 커튼을 열어 젖히자 아쉽게도 대기가 뿌옇다.이미 뉴스에서 한 바탕 호들갑 떨었기 때문에 감안은 했지만 막상 미세 먼지로 뿌연 대기를 마주하자 아쉬움은 이만저만이..

지나는 가을에 남은 미련, 천은사_20191127

지리산 성삼재를 넘어 남원에서 오를 때보다 더 가파른 도로를 굽이쳐 내려와 어느덧 경사길이 완만해 질 무렵 차량 지도에는 천은사가 표기되어 있고 그 옆은 저수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구례 여정에서 지낼 숙소는 미리 예약한 야생화 테마랜드 내 숲속수목가옥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목적지가 가까워진 만큼 시간 여유가 있어 861지방도 인척에 있는 천은사에 들르는 건 부담이 없었다.도로와 지척에 있는 주차장에 차량을 두고 얼마 걷지 않아 바로 천은사에 도착했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초입부터 인상적인 풍경으로 인해 도보로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는 사찰까지 세세하게 주변을 둘러 보며 30분 정도 소요됐다. 주차장에 차를 두면 바로 천은사가 어느 방향인지 초입을 이내 짐작할 수 있다.입구 바로 옆은 절정의 단풍이 ..

적막한 오도산자락_20191125

초저녁 무렵 거창에 도착하여 푸짐한 저녁 끼니를 해결하고 거창 읍내를 둘러 보다 마땅한 눈요기 거리가 없어 최종 목적지인 오도산 휴양림에 도착했다.처음 체크인을 하러 관리실에 도착하자 방이 하나만 예약이 되어 있어 우리가 아닌 줄 알았단다. 미리 예약한 숙소는 관리실과 가까우면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너른 공터를 중심으로 다섯 세대가 동그랗게 모여 있고, 그 중심엔 나무 한 그루, 가로등 하나 덩그러니 놓여 스산한 겨울 길목에서 그나마 조금은 작은 불씨처럼 따스한 분위기를 발산했다.날카로운 초겨울 칼바람 속에 텅빈 공간을 홀로 유유자적하고 있는 사이 굶주린 어린 길냥이 한 마리가 야생의 경계심을 놓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곤 가만히 앉아 있어 때마침 가방에 챙긴 츄르 3개를 끄집어 내어 하나를 주자 신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