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호수에 빠진 가을이려나, 옥정호_20191010

사려울 2019. 10. 15. 03:01

옥정호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다시 찾은 국사봉 전망대는 하늘 아래 모든 세상이 가을에 빠져 경계를 끝없이 확장하고 있었다.

국사봉 전망대는 팔각정이 아니라 국사봉을 오르다 보면 산 중턱 지점의 데크가 깔린 곳으로 왜 옥정호를 찾게 되고, 왜 국사봉에 오르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며, 여러 멋진 사진보다 그 자리에 서서 눈 앞에 펼쳐진 전망을 여과 없이 바라 보게 되면 그 진가를 이해할 수 밖에 없다.

그와 더불어 지상에 나린 가을은 옥정호가 솟구치고 붕어섬이 꿈틀대는 착각 마저 들게 할, 비유하자면 전주 비빔밥의 풍미를 극대화 시키는 감칠맛 나는 양념일 수 있겠다.



주차장 초입에 이런 이정표가 손을 흔들듯 반긴다.

어느 블로거가 올린 이 사진을 보며 이제야 제대로된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정표가 가진 목적지에 대한 환상이 설렘의 불을 지펴 준다.



전날 국사봉 전망대로 착각하고 찾았던 국사정은 마치 그 자체로도 첩첩하고 단조로운 능선에 기대어 선 한 마리 학 같다.



국사봉은 데크 계단이 반기는 등산로에 첫발을 내디디며 시작하게 되고, 그리 많이 힘들거나 진땀을 빼지 않아도 쉽게 오를 수 있는데 반해 상상 이상으로 많은 볼거리를 눈앞에 나열해 준다.

얼핏 봐도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늘 첫 걸음은 기대 반, 우려 반에서 부터 시작한다.



어항 속 금붕어 한 마리가 농염한 꼬리를 흔들며 유유자적 수중 유영을 하는 모양에 걸맞게 그래서 붕어섬이다.




등산을 즐기지 않지만 여행에서 이 정도는 감내 해야지 라고 가쁜 숨과 이마를 간지럽히는 땀방울이 솟을 무렵 전망대에 도착, 전망대는 오롯이 옥정호와 그 거대한 호수를 유영하는 붕어섬 관망을 위한 장소로 우거진 숲과 오르막으로 인한 분별력이 흐려질 무렵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사실 국사봉 전망대에 대해 개인적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이 정도 힘을 들이고 절경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한 강의 호수와 그 배후에 병풍처럼 펼쳐진 산자락이 한데 어우러진 곳이 손 꼽아 몇 군데 있을까 생각해 보면 흔히 백두대간이나 골이 깊은 산을 하염 없이 올라야만 가능한데 여긴 전주에서도 불과 2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 대도시에서 접근성까지 감안하면 생활권에 인접한 거나 진배 없다.

때마침 가을이 호수에 담겨져 그 절경에 감탄사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국사봉은 오른 만큼 조금만 더 오르면 되는데 그 중간중간 국사봉을 휘감는 섬진강의 거대한 굽이도 감상할 수 있다.



정상 조금 못미치는 지점 전방이 트인 절벽에서 옥정호 반대편 조망 가능한 곳을 보면 섬진강이 국사봉을 휘감으며 옥정호의 장관을 만드는 품새가 한 눈에 들어 온다.

그리고 절벽 옆은 홀로 가파른 산세에 의지해 도드라지게 자라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크기는 작지만 큰 마을을 굽이 살피는 수호신처럼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소홀함 없이 지켜 본다.



절벽에 서서 주위를 둘러 보면 아주 먼 곳에 진안 마이산이 어렴풋이 보인다.




드디어 국사봉 정상 정복(?)

고작 해발 475m를 올라 왔을 뿐인데 천 고지 마냥 사방이 가을 하늘처럼 트여 있다.

남서쪽으로는 옥정호가 굽이쳐 하류로 흐르고, 남동쪽은 국사봉을 감싸고 굽이치는 옥정호가 조금 가려지긴 했지만 쉽게 짐작 가능하고, 북서쪽은 일대에서 가장 산세의 규모가 큰 모악산, 북동쪽은 특이한 모양의 바위산인 진안 마이산이 보인다.



남쪽 방면을 쭉 둘러보면 굽이치며 하류로 향하는 옥정호가 있다.



반대쪽은 모악산에서 부터 까마득히 보이는 마이산까지.



특이한 모양의 마이산이 육안으로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점점 확대해 보면 마이산임을 알 수 있는데 아주 까마득하지만 전형적인 가을의 청명한 대기를 선물 받아 또렷이 육안으로 관망이 가능하다.




모악산은 한눈에도 그 거대한 산세가 도드라져 보이고 우측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전주 시내가 보인다.



아이폰으로 마이산을 촬영 했는데 비약적으로 발전한 폰카 기술에 경의를 표한다.



비록 화질이 아쉽지만 화각이 넓은 고프로는 16mm가 모두 담지 못한 붕어섬과 그 일대 옥정호를 모두 담아줬다.



국사봉에서 가을을 즐기는 동안 마주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만큼 느긋하게 감상을 하며 이따금 지나가는 가을 바람과 그 향취에 힘들 겨를 없었고, 옥정호가 선사한 절경은 가을과 만나 천하일경이었다.

강은 늘 망설임 없이 산을 떠나 바다로 향하지만 다시 산에서 환생하듯 강과 산이 헤어짐의 귀로에서 잠시 연을 기리는 산중에, 이번 가을 여정의 설렘을 한아름 챙겼던 옥정호는 언젠가 다시 찾더라도 변함 없는 절경으로 보답하리란 믿음에 깊은 숨을 고르며 집으로 향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