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태백의 밤_20191023

사려울 2019. 11. 7. 01:57

하늘숲길을 빠져 나오는 사이 금새 날이 어둑해지고 발길이 끊이지 않던 만항재는 순식간에 정적으로 휩싸였다.

그리 늦은 시각이 아니었음에도 말 그대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고, 한 술 더떠서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짙은 구름이 주변을 삼켜 마치 눈앞에 자욱한 안개가 끼어 있는 것만 같았다.

서둘러 만항재를 벗어나 태백 시내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선수촌을 지나 살짝 고도가 낮아지는 시점에서 부터 어느 정도 구름이 걷히며 온통 뿌옇던 주위가 어느 정도 빛을 식별할 수 있는 상태에서 태백 시내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리막길 좌측에 팔각정이 언뜻 보여 조심스레 차를 돌려 다시 올라 갔더니 정말로 희미한 가로등이 밝히고 있는 팔각정 전망대가 있었다.

워낙 앞만 보고 정신 없이 달려온 밤길이라 약한 불빛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주변이 온통 암흑임에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나 보다.

팔각정에 단숨에 오르자 눈앞은 암흑 가운데 선명한 태백의 야경이 보였다.

주위 산세로 인해 태백 전체는 가려졌지만 그 산들의 틈바구니 사이로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환한 미소로 '태백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반기는 것만 같았다.

어차피 저녁 식사도 해결해야 되고, 다음 목적지이자 숙소로 예약한 통고산으로 가기 위한 길목이기도 해서 그 환영의 인사에 맞춰 태백 시내로 슬며시 미끄러지듯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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