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한적한 가운데 오로지 물소리 가득한 세심 휴양림_20191008

사려울 2019. 10. 13. 03:28

임실 세심 휴양림 도착은 당초 예상 시각보다 이른 초저녁이었다.

가는 거리가 멀어 느긋하게 가다 보면 밤 늦은 시각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고속도로 트래픽은 거의 없었고, 미리 내려간 커피를 홀짝 거리며 마시는 사이 어느덧 전주를 지나 임실에 당도 했다.

시골 시계는 밤이 금방 찾아와 오는 길에 빛이 유독 환한 하나로마트에 들러 늦은 밤에 행여 찾아오지 않을까 우려 했던 허기에 대비하여 아쉬운대로 끓여 먹는 우동과 주스만 챙겼다.

아니나 다를까 세심 휴양림으로 오는 길은 임실에서 30번 국도를 따라 얼마 가지 않아 한적한 좌측 임실천 다리를 넘어 한참 적막한 밤길을 헤쳐 나가서야 도착했다.

오는 도중 정말 이 길이 맞을까 싶을 만큼 지나치게 한적한 도로는 잦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다 평탄해질 무렵 급격히 좌측으로 꺾이는 내리막에 자리 잡고 있었고, 안내에 따라 미리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자 사위는 간헐적으로 켜진 가로등을 제외하고 어떠한 인적도 없이 힘찬 물소리 뿐이었다.

급격히 찾아온 이른 추위로 임실읍 하나로마트에 잠시 내렸을 때 싸늘하고 세찬 바람이 가을 정취를 잡아 먹은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 였고, 숙소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열어 제친 창문을 타고 오싹한 한기가 몰아쳤다.



먼 여정이라 정신 없이 짐을 풀어 놓고 창을 닫자 이내 훈훈해진 걸 보면 아직은 가을인가 보다.

2인실이라 정말로 사람 2명이 지낼 수 있을 만한 공간 인데 이렇게 작은 통나무집을 보니 귀엽기까지 했다.

그만큼 아담하고 귀여운 사이즈의 실내라 휑한 허전함은 전혀 없었고, 미리 틀어 놓은 전기 난방으로 금새 포근한 기운이 감돌고 바깥은 여전히 세찬 물소리만 가득했다.

지어진지 오래된 흔적처럼 특유의 악취 같은 게 가시질 않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고, 이불장에 차곡히 포개진 이불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정갈했다.





세심 휴양림에 머문 3일 동안 줄곧 화창한 대기와 더불어 뜨거운 햇살이 퍼부어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활동에 큰 무리는 없었고, 대기도 우려 했던 미세먼지가 습격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원래 목적이라면 임실 일대를 둘러 보며 작년 함께 학우로 지냈던 형과 식사를 나누기로 했는데 곡성에 사는 형이 굳이 좋은 식사를 접대해야 된다며 전주에서 뵙자고 하신다.

째 날은 밤에 도착한 터라 별다른 이벤트는 없고, 둘째 날 그 형과 만나 점심을 함께 하자고 하신다.

사진에 깊은 조예와 취미가 있었다면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나 최고의 섬진강 조망이 가능한 국사봉에서 안개 자욱한 호수를 촬영할 수 있었겠지만 여행의 기록 정도로 사진을 접하다 보니 여독을 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고, 나름 유명 관광지라 한글날 휴일과 겹쳐 여러 사진 작가분들과 뒤섞이고 싶지 않았다.

단지 사진은 기록이고, 조용한 가운데 충분히 감상을 하며 가슴에 감회를 담아 두는 일정 위주로 이번 여정에 포커스를 맞췄다.

세심 휴양림 숙소는 사실 한적하고 공기 좋은 임시 보금자리 개념이라 이 먼 곳까지 가서 휴양림을 둘러 보지 못한 건 끝내 아쉬움으로 남겨 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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