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차림은 약간의 한기를 느낄 수 있는 가을스런 날씨가 열어놓은 창을 넘어 온 집안 구석구석 퍼진다.마음에 단단히 벼르고 벼른 다짐 중 이 귀한 계절을 잠시도 허투루하게 보내지 말자고 했던 만큼 몸에 덕지덕지 붙은 귀차니즘을 털어 내고 약간의 한기를 그대로 느끼며 집을 나섰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대로 반석산 둘레길에 올라 길을 따라 자라고 있는 계절의 흔적들을 면밀히 살피며 천천히 걸어갔다.평소 같으면 이렇게 세심한 관찰 없이 후딱 한 바퀴 돌았을 터인데 오늘 만큼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내 마음 끌리는대로 보폭도 조절하고 쉬고 싶을 때 자리를 가리지 않고 쉬기로 했던 만큼 시선이 멈추는 걸 마다 않는다.길 가장자리에 넝쿨들이 여기저기 촉수를 뻗고 있는 모습을 보자 단단한 지형지물에만 자라는게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