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석양이 들 무렵 한옥마을_20191009

사려울 2019. 10. 14. 04:10

이제는 전주 하면 한옥마을이란 공식이 몇 년 전부터 생겨 하나의 관광 명소가 되어 버렸다.

곡성 형과 헤어져 다시 차를 몰고 전주로 들어왔고, 딱히 목적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지나는 길에 노상 주차가 아주 길게 늘어선 도로를 지나며 전주천 너머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흥에 겨운 소리가 넘쳐 나는 한옥 마을임을 쉽게 알아 챌 수 있었다.

때마침 공연장 부근을 지날 무렵 주차가 가능한 공간을 발견하고 얼른 주차한 뒤 흥겨운 소리를 따라 도로를 건너고 강을 건넜다.



이미 석양을 본 마당에 길게 돌아 다닐 순 없어서 전주천 일대를 끼고 있는 마을을 둘러 보고 기왓장이나 몇 장 건져 보려 했는데 사람들이 많아 한적한 사진을 찍는 다는게 수월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석양에 비낀 돌다리 건너는 사람들이 인상적이라 초점을 흘려 찍었는데 문제는 손떨림.

어쩔 수 없이 몇 장 잽싸게 찍는 동안 외국인이 옆으로 다가와 '이 화상은 뭘 찍는겨? 표정으로 빤히 쳐다 보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장면 몇 장 더 찍고 자리를 떴다.






거리를 다니며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데 한복으로 곱게 단장한 한 가족이 거리 곳곳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지금 생각에 진짜 가족이 아니라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우리 한복을 동시에 알리기 위한 모델이 아닐까 싶은데 밝은 계열의 화사한 한복으로 차려 입어 어둑해지는 거리에서도 특유의 광채가 뻗어 나와 관광객들의 이목을 충분히 사로 잡았다.



사람들이 한복 가족으로 이목이 집중된 틈을 타 텅빈 거리에 카메라를 내려 놓고 몇 컷 찍었다.

한옥 양식이지만 현대적인 가옥의 특성을 접목한 건물에는 각종 상점이 입점해 있어 왠지 고급스럽기까지 한데 그런 건물적인 배경과 맞물려 단아한 블록을 깔아 놓은 노면은 걷는 동안 발에 좋은 감촉으로 전달 되어 더 걷고 싶어졌고, 그런 느낌을 바탕으로 돌아 가려던 발걸음을 다잡아 더 걷기로 했다.



해가 저물자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얼굴에 아쉬운 표정이 묻어 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디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이색적인 정취가 가득한 전주 한옥마을은 사우에 따르면 초창기 한옥 마을의 정취가 좋아 몇 번 찾아 갔지만 근래 들어 상업적인 공간으로 변색되어 아쉽단다.

그래도 다시 찾게 되는 건 이 같은 한옥이라는 미명하에 무언가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많이, 오래 둘러 본건 아니지만 전통 한옥이 친근해서 여타 지역에 있는 전통 마을을 찾으며 사람들이 불편해하던 도보와 더불어 이미 익숙해져 버린 깔끔한 정취의 부재를 정확하게 파고든 전주 한옥 마을은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결합된 마을로 차별화 되었다.

그물망처럼 복잡다단하게 꼬인 골목을 일일이 돌아 볼 수 없었지만 늘 사람들이 편하게 여기던 모퉁이를 그리도 많이 품고 있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한옥 마을에 발디디며 정서적인 포근함을 누린다.

오로지 옛 모습을 간직한 전통 마을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가공한 한옥 마을도 어쩌면 시간에 잊혀져 가는 아쉬움을 달래는 공간이 아닐까?

잠시나마 한 걸음걸음이 경쾌하던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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