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445

일상_20170707

비 내리는 금요일, 비를 맞는다는게 다른 사람들 입장에선 정신 줄 놓았거나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허나 난 가끔 어설프게 비가 내리는 날, 가방 속에 우의를 챙기긴 했어도 내리는 비를 어느 정도 맞다 흠뻑 젖을 만큼 내리거나 오래 노출이 되었다 싶을 때 그제서야 우의를 꺼내 입는다.왜냐구?이상하게 비나 눈 내리는 날 왠지 센치해지데~낙엽 끝이나 가지에 매달린 빗방울들도 이쁜데 꽃러럼 화려, 화사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연의 숭고, 영롱한 아름다움이 맞겠다.빛이 굴절된 이 빗방울 보면 엥간한 꽃보다 더 아름다운 건 내 취향이겠지. 이른 새벽 여명이 밀려드는 동쪽 하늘이 결 고운 빛의 오렌지 컬러가 내 방의 창 너머에 고요한 파동을 그린다.뒤척이던 잠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사진으로 담아 뒀..

일상_20170705

올 여름은 장마철에 비가 많지 않으면서도 흐린 날은 많다.급작스런 비는 불청객처럼 예측할 수 없어 자전거 타기는 애매하고 하는 수 없이 산책하는 날이 많아졌는데 빠뜨리지 않고 꼭 챙기는 유닛이 바로 우의다.가방에 자리를 적게 차지 하면서도 우산처럼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게 아닌데다 비닐 같지 않아서 좀 더 유연하고 잘 접혀 어디든 구겨 넣을 수 있다.다만 백팩을 메고 그 위에 걸치게 되면 허리 사이즈는 딱 맞아 지퍼는 겨우 잠기지만 등이 튀어 나와 모양이 좀 정상적이지는 않다.이 날도 어김 없이 맥북을 넣은 백팩을 메고 반석산 둘레길을 지나 오산천 옆 산책로를 따라 걷던 중 비가 내리는 조짐이 보였고 무조건 우의를 끄집어 내는게 아니라 내리는 빗줄기가 굵지 않다면 어느 정도 비를 맞는데 몇 방울 떨..

계절밥상_20170702

계절밥상은 가끔 가는 곳이지만 동탄에 들어선 후 처음 가봤다.어느 계절밥상을 가나 사람들 많기는 매한가지.그나마 예약 없이 20여 분 대기하고 들어가 폭풍 흡입을 하면서 추가로 시즌 메뉴인 장어강정을 곁들였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어.장어의 덧내는 많이 줄이고 강정 특유의 달달함과 미묘하게 간장의 감질맛 나는 짠맛이 어울려 적은 양이 아닌데도 다 비웠다.메타폴리스에 있어 가끔 가기도 참 좋고 더불어 다른 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는 쇼핑몰이라 귀차니즘은 줄겠지?

잠시 쉬어 가는 수안보_20170630

도시에서 쌓아둔 피로를 조령산 휴양림에서 털어내자 마음이 한결 가볍고 발걸음도 더불어 경쾌해 졌다.돌아 가는 길은 처음부터 고속도로가 아닌 올 때처럼 3번 국도로 수안보까지 간 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갈 길을 가기로 했다.2년 전 봄(봄과 함께 청풍호로 간다_20150320)에 여행 중 함께 했던 사람들과 지나는 길에 수안보 카페베네에 들렀던 기억이 선명해 아직 그 카페가 있다면 좋으련만, 여전히 카페베네는 그 자리에 그 때와 같은 분위기로 남아 있었다.아침이라 온천객은 많았지만 카페는 지나치게 썰렁했고 차라리 잠시 앉아 마시는 커피는 이런 썰렁한 분위기가 좋았다.커피는 그닥 맛이 별로일 만큼 비릿한 잡내가 목구멍을 통해 올라 왔지만 이게 어딘가 싶다.허나 여행을 떠날 때와 집으로 돌아갈 때의 기분은 ..

여전히 흐림, 조령산 고갯길_20170629

오마니께서 큰 딸 집으로 며칠 동안 가 계신다길래 동탄역에 SRT 좌석까지 모셔 드릴 찰나 젠장 맞을 열차는 개미 똥꼬 만큼만 대기하고 있다 바로 출발, 하는 수 없이 다음 정차역인 대전역에서 내려 동탄역으로 가는 SRT를 타고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그러곤 이튿날 2일 동안 시간이 주어져 무얼할까 고심에 빠졌다.맛나고 좋은 음식을 먹는 건 당연히 오마니와 같이 해야 되니까 대충 차려 쳐묵하고 동탄이나 한바퀴 산책할까? 아님 자전거 타고 용인, 오산으로 둘러 볼까?차라리 가까운 휴양림으로 가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자. 아쉬움이 남으면 조바심의 촉각을 자극하여 꼭 해소하지 않으면 미련의 꼬리는 점점 길어진다.보름 전 과감하게 용기 내어 방문했던 조령산 휴양림은 크나큰 기대감 없이 그저 하루를 숲속에서 보낸다는..

일상_20170626

여름으로 계절이 옷을 갈아 입으면 반석산은 거의 오지 않는데 올해 들어 몇 번은 간 기억이다.산책로나 둘레길을 가면 사정 없이 걸리는 거미줄은 도심의 산이라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임에도 마치 스파이더맨이 거미줄 끊어질 새라 냉큼 쳐놓고 사라져 버리나 보다.게다가 가장 큰 이유는 특공 무술을 연마해 투명 망토를 걸쳤는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줄무늬 산모기의 출현 때문이다.내가 원래 모기한테 인기 많은 피가 철철 흐르는데 산모기는 뒤끝이 오래 가고 지독하다.때론 팔에 물려서 은연중에 좀 긁기라도 하면 산처럼 퉁퉁 부어 오른다.아주 미쳐 부러. 근데 올 여름엔 모기도, 거미줄도 좀 적다.그리하야 냉큼 둘레길로 접어 들어 후딱 돌아야지 하는데 무당벌레 두 마리가 짝짓기 중이라 아이폰으로 담았더니 사진 잘 나왔구만..

남원 행차 둘째 날, 남해 충무공 순국공원과 작별_20170621

남해대교를 건너 초입에 충무공 순국공원이라는 이정표를 슬쩍 본 기억이 남아 남해를 빠져나가는 길에 이정표가 있던 공원의 초입에서 급히 차 핸들을 꺾었다.아이폰 지도상에서 흔하게 보던 공원의 규모와 사뭇 달랐기 때문이기도 했고 명색이 충무공이라는 단어를 본 마당에 그냥 지나치면 괜히 얼렁뚱땅 넘어간 양심의 가책으로 남은 시간 동안 찝찝할 거 같았다.근데 여기도 주차료와 입장료를 받는 구먼.역시 돈은 많은 난관을 뛰어 넘게 해 준다. 넓직한 주차장과 공원 초입에 딱 트인 전망의 갯벌이 있었건만 남원과 뱀사골 초입을 갈려면 겁나 빠듯한 시간이라 대충 훑어 보고 관음포 전몰 유허지의 첨망대는 꼭 가보자.게다가 그곳을 지나 바로 옆에 이순신 영상관이 있었지만 거긴 또 입장료를 내야 된단다.돈은 둘째 치고 촉박한 ..

남원 행차 둘째 날, 절벽에 선 보리암_20170621

보리암은 우리 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인 남해도 남단의 금산 남쪽 언저리에 있는 작은 절로 절벽에 세워져 남해, 특히 한려해상을 발치에 두고 관망할 수 있어 전망 '왔다'다.남해보다 큰 섬은 제주도, 거제도, 진도, 강화도 정도. 보리암을 가기 위해 거치는 금산 복곡주차장을 거치는데 그 옆에 완전 바닥을 드러낸 복곡저수지를 보면 올 가뭄의 심각성을 알 수 있고 더불어 남해 공무원들의 불친절도 심각했다.주차장 내 특산물 매장이 있어 화장실이 있겠거니 주차 선 안에 차를 세워 놓았는데 버스가 지나다니지 못한다고 차를 빼란다.근데 특산물 매장 앞은 주차 선도 없었건만 그 앞에 차를 세워 놓았길래 그 차는 왜 방치하냐고 했두만 매장에서 특산물 구입하는 차라 잠시 세워 놓는건 괜찮단다.나중에 보리암을 둘러 보..

남원 행차 둘째 날, 광양으로_20170621

여행은 자고로 평일이 장땡이다.물가 저렴, 숙소 널널, 사람 한적, 여유 만땅.너무 여유를 부린 나머지 늑장이 되어 저녁 무렵 출발한 남원은 사실 벼르고 벼룬 여행지라 결정을 내리는데 추호의 고민도 없었다.문제는 남원을 내려가서 화순 적벽을 계획했지만 그 늑장의 막장으로 이미 화순군청 홈에서 예약 기간을 놓쳐 버렸다.그래도 남원으로 무조건 내려가서 고민해 보자 싶어 20일 출발, 남원 근교에서 지도를 잘못 보고 길을 조금 헤매다 더 늦게 도착한 시각이 11시다.밤 늦은 시간이라 출출한데 마땅히 끼니 해결할 곳은 없고 해서 전 여행에 요긴하게 히트 쳤던 햇반을 이번 여행에도 가져간 덕에 배고픈 고충은 없었다.남원은 2013년에서 이듬해까지 가보며 내겐 인상 좋은 곳으로 남아 있던 만큼 벼르고 벼룬 여행지 ..

언제나 흐림, 조령산 고갯길_20170613

아주 가끔 혼자서 여행을 하긴 했어도 나만의 몰취향 인가 싶어 지은 죄 없이도 친분이 두텁지 않고선 떳떳하게 밝히거나 권장 하지는 않았다.허나 근래 들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혼행.혼자 여행이라는 줄임말로 가끔 여행 중에 혼행을 즐기는 분을 뵙긴 했었지만 주위 사람들 대부분은 혼행에 대해 긍정이나 부정을 떠나 공감에 이르기까지 난관이 좀 있어 굳이 나서서 이해 시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다 기록을 위한 사진에 관심이 생기면서 기회가 생긴다면 가끔 혼행을 나섰는데 언젠가부터 이게 너무 편해졌다.나를 위한, 나만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나의 내면과 진지한 관계가 형성된 계기랄까?익숙해지기까지 내가 사는 동탄을 자전거나 도보로 여행하면서 점점 거리를 넓혀 오산이나 용인 정도 간을 키워 갔고 흔..